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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해체'요구 윤석헌, 금감원장에 전격 기용…최종구 입지 좁아지나

등록 2018-05-05 08:05:34   최종수정 2018-05-14 09: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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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정책-감독 분리해야"…금융위 해체 주장

초대형IB·인터넷전문은행·노동이사제 등 계속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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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온 윤석헌 전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으로 전격 기용된 가운데 상위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원장은 금융위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금융감독 체계가 불합리하다며 줄곧 개편을 요구해 온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던 2008년 금융위가 출범하자 그는 "정책적 목적을 위해 금융감독 기능이 왜곡되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심화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2012년에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을 분리해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환원하고 금감원이 감독 기능을 온전히 흡수해 독립적인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금융위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이끌면서 직접적으로 금융위 해체를 요구하진 않았지만 계속 불합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윤 원장은 혁신위가 금융감독 체계를 다루지 않기로 해 제대로 논의하진 않았다면서도 "감독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많다"며 "감독, 조직, 체계 이런 부분은 반드시 정비했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그는 "금융감독 자체에 문제가 발행했고 금융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며 "소비자보호 조직을 분리해 아예 확실하게 권한을 심어주는 게 중장기적으로 나은 얘기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윤 원장은 은산분리 완화 반대, 금융사 노동이사제 도입 찬성, 초대형IB(투자은행) 문제 등에서 최종구 위원장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윤 원장의 혁신위는 지난해 12월20일 이건희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 및 소득세를 부과하라는 내용을 담은 최종권고안을 발표했다.

당시 과징금 등 부과에 난색을 표했던 금융위는 혁신안 발표 직전까지 혁신위를 끈질기게 설득했지만 결국 금융위 입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나온 것이다.

윤 원장이 최종구 위원장의 금융위와 각을 세웠던 내용들은 당시 (지난해 12월 22일)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스란히 표출됐다. 그는 인터뷰에서 "금융위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있었지만 그 중 가장 아팠을 부분은 이건희 차명계좌 문제"라며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많이 지적됐고, 우리를 설득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그런데 결국 우리가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고 한 셈"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입법 정비가 먼저지만 정부의 잘못이 어느 정도 인정되는 만큼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국민들이 금융위에 원하는 것은 과거 복잡한 문제가 있었지만 정부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앞장서서 나가달라는 것이다. 그게 금융을 책임지는 당국의 역할 아니냐. 우리가 그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 예외적으로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금융위의 방침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했다.

윤 원장은 "은산분리 완화의 경우 혁신위 내부에서 이견이 없었다. 거의 일치된 목소리가 나왔고 그 강도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정도만 논의가 있었다"며 "당초 은산분리 완화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싶었는데 너무 세게 얘기하면 금융위 입장과 정면 배치돼서 부담이 되니까 톤을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IB에 대해서는 신용공여 범위를 IB의 고유 기능 또는 신생·혁신 기업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라고 권고했다. 초대형 IB가 정상적인 발전 모습을 보일 때까지는 건전성 규제와 투자자 보호를 일반은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강화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특히 금융위가 상업은행 여신의 일부라 괜찮다는 입장을 보인 데 대해서는 우려 섞인 시각을 표했다.

그는 초대형 IB의 발행어음 규모가 상업은행의 4~5%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것 없다는 최 위원장의 발표에 대해 "그건 가봐야 아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윤 원장은 "우리나라가 은행 중심의 간접금융은 어느 정도 발달했고 자본시장 중심의 직접금융은 부족해 그 부분을 키워야 한다는 점은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단기수신의 기능을 주는 것은 그야말로 은행 업무를 주겠다는 건데, 그건 직접금융이 아니라 간접금융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직접금융을 키우겠다면서 간접금융 떡을 달라고 하는 건데, 그게 본질이 아니지 않느냐"며 "그리고 상업은행 역할을 하려 하면 그만큼의 제한이나 감독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위가 민간 노동이사제 도입 문제를 두고 논의조차 시기상조라고 한 데 대해서는 "서운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원장은 "나도 사외이사를 해봐서 아는데 보통 이사회에는 어느 정도 조율된 안건이 올라온다. 그래서 '거수기 이사' 비판이 있는 것 아니냐"며 "반대하는 쪽에서는 노조 측의 의견을 들으면 판단이 늦어진다는 걸 이유로 드는데 사실 금융이 그리 급할 게 뭐가 있나. 그냥 싫다는 핑계"라고 판단했다.

그는 "최 위원장은 노사 합의를 전제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논의하자는 건데, 솔직히 그 합의가 언제 일어나겠느냐"며 "어쩌면 노사문제 합의 도출을 위해 그런 장치(노동이사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좀 더 긍정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종구 위원장은 윤 원장의 최종혁신안 발표 하루 뒤인 21일 기자 간담회를 갖고 "사실 혁신위 권고안이 이 정도까지 나올 줄 몰랐다"며 "권고안 나온 것을 읽어보고 좀 고민이 많이 됐다"고 바로 난색을 표했다.

최 위원장은 "아무래도 혁신위는 자문기구로서 금융행정이 과거에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혁신에 방점을 두고 제시한 것일 것"이라며 "정부로서는 지향점은 이상적으로 두되 실현 가능성, 법적인 부분과 관련해 신중하게 하는 게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에 윤 원장은 "(최 위원장의) 반응이 너무 빨랐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조금 뜸을 들인 다음에 어렵다고 얘기했어야 한다"며 서운함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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