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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에 발목잡힌 현대차 구조개편…개선 보완도 쉽지 않을 듯

등록 2018-05-21 18:13:42   최종수정 2018-05-28 09: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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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지주사 전환 등 요구…할부금융·투자 불리

모비스 등 "분할합병 재추진"…우군확보 후 움직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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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뒤 취재진의 질문세례를 받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개편이 결국 미국계 투기자본 엘리엇의 전방위 반대 공세에 발목이 잡혔다.  

외국계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이 모두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면서 48%에 이르는 외국인 주주들의 찬성을 기대하기 힘들어지자 현대차그룹은 21일 끝내 모비스-글로비스간 분할합병계약 해제합의서를 체결,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해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완·개선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1%대 모비스 지분을 가진 엘리엇은 외국계 주주들을 규합,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항 지주사 전환을 요구해왔지만 현대차그룹은 지금까지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을 통한 지배구조개선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해 왔다.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금산분리규제로 인해 '자동차 할부 금융' 경쟁력이 하락하고, 인수합병(M&A) 등에서 제약이 발생하는 등 감수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현대캐피탈·현대카드·HMC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그룹에서 분리해야 하고, '자동차 할부 금융' 경쟁력을 잃게 된다.

GM·폭스바겐·도요타 등 굴지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금융계열사를 통해 고객들에게 파격적 파이낸싱서비스를 하며 판매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할부금융을 포기하면 판매 경쟁에서 불리한 고지로 내려설 수 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전기차 등 미래모빌리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과 IT회사 등을 상대로 공격적 M&A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엘리엇과 ISS의 주장대로 지주사를 설립할 경우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되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보완·개선 과정을 거쳐 지주사 전환을 선택할 가능성은 낮으며, 개선된 안 역시 분할합병안일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역시 21일 '이사회를 열어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결국 엘리엇과 ISS, 글래스루이스 등이 제기한 합병비율 문제를 다소 조정한 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엘리엇 등 외국계 자본들이 이 정도의 선에서 만족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엘리엇은 당초 현대차그룹에 ▲현대차와 모비스 간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초과보유 현금 축소를 통한 수익성 개선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주식에 대한 적정가치 검토 및 자산화 ▲자사주 소각 ▲순이익의 40~50%까지 배당률 상향 조정 ▲해외 기업운영 경험이 있는 3명의 독립적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을 요구했다.

이 때문에 외국계 세력으로 인해 한 차례 지배구조 개편안이 좌초된 만큼 추후에는 국민연금 등 우호세력을 확실히 확보한 후에 일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으로 인해 지배구조개편안이 좌초된 만큼 또다시 개편안이 좌초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최대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엘리엇이 너무 다양하고 노골적인 요구를 하고 있어 보완이 쉽지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 설득이 너무 버거웠다"며 "현재로서는 일단 시장상황을 봐가며 숨고르기를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게 다 불투명하다. 방법, 일정 등 어떤 것도 특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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