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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애착회피형?...정신분석으로 본 트럼프 정치스타일

등록 2018-05-2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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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불신·높은 자립성 등 애착회피 특징 나타내

정치분야에서 활동 시 이점 있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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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모인=AP/뉴시스】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28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재향군인 후원행사를 열었다. 2016.1.29.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정신분석학적으로 많이 거론되는 대통령이다. 그의 의사 결정 스타일과 행동은 언론인들, 유권자들, 정치인들, 세계 정상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뜨겁다. 상당수 사람들은 그가 변덕스럽고, 걱정스러운 정신상태라거나 자아도취자에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편집증 환자라고 부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불신한다고 말하고 있어 그의 정신적 또는 심리적 상태를 평가한 공식적인 자료가 없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머니와의 초기 상호작용이 될 수 있다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최근 보도했다.

 20세기 중반 미 심리학자 존 보울비의 애착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태어날 때 무력한 존재이기 때문에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보호자에게 의지하게 된다. 이 애착의 성공 또는 실패가 직장, 학교,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심지어 정치에서도 우리의 모든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는 엄마지만 아빠, 조부모, 유모 또는 다른 성인이 될 수도 있는 1차 보호자와 성공적으로 애착관계를 형성한 어린이는 안정애착(secure attachment) 속에서 자라난다. 어른이 되면 그들은 자신감이 있고, 다른 사람들을 신뢰하며, 좌절에 직면해도 회복력이 있고, 오랫동안 안정적 관계를 누릴 수 있다.

 반면 성공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어린이는 어른이 됐을 때 친밀감이 부족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우며,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로부터 끊임없이 확신을 요구한다.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입고, 어떤 것을 잃었을 때 회복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살아온 이력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쪽이든 부모와 건강한 감정적 애착을 발전시키는데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은 그가 혼란스러운 개인생활을 하는 원인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특성을 부여했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레드와 메리 트럼프의 다섯 자녀들 중 네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부동산 사업을 운영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20세기 중반 그에 대한 조기 보육은 아버지보다는 어머니가 입주 도우미의 지원을 받아 맡았었고, 다섯 자녀들의 주요 애착 대상자은 어머니였다.

 유아기 트럼프 대통령의 기질, 육아 중 도우미의 역할, 트럼프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은 세 자녀와 함께 보낸 어머니의 시간과 에너지, 다섯째 임신 등 어떤 요소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보육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 수는 없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에서 어린 시절 대체로 조용했다고 쓰고 있다. 어머니 메리 트럼프는 마지막 아이를 분만하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아팠다. 그는 긴급자궁절제술과 그에 따른 감염 및 수술 등을 2주 동안 4차례나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태어난지 2년 2개월 만에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과 싸우는 어머니의 장기 부재라는 트라우마를 견뎌야 했다. 

 그의 어머니가 얼마나 오랫동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후 정말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패턴을 보면 어린 시절 어머니와 많은 상호작용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처럼 유아기와 유년기에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는 대개 성인으로 성장했을 때 두 가지 범주 중 하나에 속하게 된다.

 성인이 됐을 때 친밀감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타인으로부터 끊임없는 안도감을 추구하는 '애착불안' 증세를 갖거나, 타인을 일반적으로 신뢰하지 않거나 가깝고 친밀한 관계가 필요 없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애착회피' 유형으로 나뉜다. 

 두 가지 유형 모두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특히 애착회피 유형의 경우 지나치게 자립적인 경향이 있으며 높은 수준의 독립성을 원한다. 물론 자립성과 독립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이 반드시 불리한 것은 아니다. 그 특성들은 기업 경영을 위해선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애착회피 유형으로 볼 여지가 상당히 많다. 

 첫째, 메리 트럼프는 건강문제 때문에 어린 아들 도널드 트럼프를 제대로 돌보기 어려웠다. 

 두번째, 트럼프 대통령은 수년에 걸쳐 어머니에 대해 "환상적"이고 "엄청나다"고 부르면서 많은 아첨하는 말을 했다. 또 어머니를 "매우 따뜻하고" "매우 사랑스럽다"고 묘사했지만, 이런 감정을 지지할만한 유아기의 이야기나 다른 일화가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일가의 친구들은 이 집안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엄마를 거의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버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외심"이 "어머니로부터 매우 떨어지게 했다"고 전했다. 애착을 회피하는 성인의 특성은 뒷받침하는 증거 없이 부모를 우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후 그가 했던 행동들 중 많은 부분이 애착회피 유형과 분명히 일치한다. 그는 매우 강한 자립심을 갖고 있지만 자기회의(self-doubt) 능력의 거의 없다. 자신의 성적관계에 대해서도 자랑하기를 꺼리지 않고, 가까운 친구가 거의 없다. 여러 번의 결혼과 백악관 직원들, 내각 구성원들 그리고 양당 의회 지도자들과 불안정한 관계를 갖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포트라이트 받기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애착불안 유형의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과도한 자기애 또는 넘치는 자아존중감은 애착 연구가인 마리오 미쿨린서와 필립 R. 세이버가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애착회피와 관련이 있다.

 특히 정치에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형적인 애착회피 유형일 수 있다. 애착회피는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약 55%는 안정애착, 15%는 애착불안, 나머지 5%는 어린 시절 학대 또는 무시 등을 당해 무질서한 상태인 이들로 분류된다. 

 정치인들의 경우 애착회피 유형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 이유는 애착회피가 모두에게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정치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부합하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애착회피 유형들은 선거에서 개별적인 경쟁을 벌일 때와 같은 상황에서 일을 매우 잘 수행한다. 그들은 선거운동을 벌이듯이 끊임없이 여행하면서 사랑하는 이들 곁에 머무를 필요를 거의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애착회피 유형은 다른 사람을 신뢰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고, 배신과 속임수가 만연한 정치와 같은 분야에서 보호 레이더처럼 행동할 수 있다.

 애착회피 유형 정치인은 위협에 신속하게 대처하고 조치를 취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험 대상자를 컴퓨터가 고장나 연기로 가득찬 방(위협적인 상황)에 있게 했을 때 독립심과 자립심이 강한 애착회피 유형의 사람들은 먼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안전한 길을 찾았다는 연구 결과가 지난 2011년에 나온 바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으로서 애착회피 유형은 좋은까, 아니면 나쁠까. 애착이론에 따르면 유아기에 섬세하고 일관된 보호자를 가지면 일반적으로 인간관계가 더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결국 안정애착 유형의 성인으로 자란다.

 전문가들은 미 역대 대통령들 중 안정애착 유형은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을 예로 들고 있다. 루즈벨트와 같은 이들은 위기의 시기에 사람들을 고무시켜 진정으로 변화되게 할 수 있다.

 애착회피 유형의 사람들은 사업이나 다른 개별 활동 분야에서 종종 개인적으로 성공할 수 있지만, 유권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거나 때로는 사심없이 행동할 수 있어야 하는 공직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통령직을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그의 애착유형과 정치 지도자들의 애착 스타일을 이해하면 그들의 일상적 행동과 공적 행동에 대한 중요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에게도 애착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고,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유권자 애착 스타일이야말로 통상 정치적 경향과 선출된 정치지도자들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안정애착 유권자들은 정치적 견해에서 융통성이 있으며 모호함을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엄격한 독단주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결과 정치 스펙트럼에서 안정애착 유권자들을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애착불안 유권자들은 독단주의의 안전성에 끌릴 수 있으며 극우나 극좌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더 높다.

 위협을 느끼는 세계에서 안전을 추구하는 애착불안 유권자들은 부와 정치권력 재분배를 지지하는 진보진영의 정설(orthodoxy)에서 위안을 받을 수 있으며, 정부로부터 포용과 보호를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반면 종종 다른 사람들을 불신하는 애착회피 유권자들은 "세계는 경쟁적인 정글"이라는 경제와 "우리는 우리 자신의 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군대를 내세운 거슬리는 보수주의를 받아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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