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실업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일자리 90% 중소기업, 노동집약적인데다 임금압박으로 한계상황 몰려수출 견인하는 반도체도 중국 도전으로 위기 직면소득주도성장론 폐기하고 경제위기 정직하게 바라봐야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현호의 넛지인터뷰> 김태기 교수(단국대 경제학과)는 1980년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아이오와대)길에 나서면서 노동경제학을 택했다. 당시만 해도 노동경제학을 전공해서는 한국에서 밥벌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자칫 노동운동 이론가로 몰려 고초를 겪을 가능성이 많았다. 주위에서 모두 말렸다. 그래도 그가 굳이 노동경제학을 택한 것은 인적 자본을 키우고 잘 활용하지 않고는 경제발전도 어려울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로부터 30여 년, 대학에서 가르치고 때론 정부와 정당에서 정책을 만들기도 했다.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서울시 노사정위원회위원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면서 노동의 이론과 실제를 접목하는 ‘현장학파’ 교수로서 정부-기업-노동계의 조정 역할도 맡았다. 그는 요즘 “이럴려고 노동경제학을 공부했나”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노동 현실과 정책이 세상 흐름과는 너무나 동떨어지게 흘러가면서 경제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기업의 노동 경직성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갈수록 심각해져 이것이 결국 또 한 번의 경제위기를 불러올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걱정이다. 그에게서 한국 경제의 위기상황을 진단해 보고 타개책을 들어보았다. -경제위기론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아니라고 한다. 위기인가, 아닌가? “위기의 조짐은 분명하다. 정부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위기라고 말할 때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일 때다. 위기를 막으려면 위기의 조짐이 보일 때 처방이 필요하다. 위기의 가장 가시적 조짐은 고용에서 나온다. 취약계층 근로자부터 고용악화가 이미 시작되었다. 장기실업자, 구직 단념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는 정부 통계로 확인되는 사항이다. 장기실업자는 작년 동기 대비 50%증가했고, 구직단념자는 12개월째 연속 증가하고 있다. 취업자 증가도 정부 목표의 절반이 안 될 정도로 부진하다. 비정규직이 일자리를 잃고 또 정규직으로 확산되면 대량실업의 비극이 현실화 된다. 정부는 6월부터 고용이 회복된다고 하지만 글쎄다. 고용은 1차적으로 경기에 좌우된다. 다른 나라는 경기가 좋은데 한국은 수출과 내수 경기 모두 저조하다. 제조업의 생산설비는 30%가 놀고 있다. 재고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로 쌓였다. 경기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으로 내수가 좋아진다고 했지만 반대다. 게다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수출이 구조적인 난관에 부딪쳤다. 미국의 통상압박까지 더해져 수출이 급속히 둔화될 조짐을 보인다. 수출의 구조적인 난관은 중국의 급성장에 따른 한국의 수출 경쟁력 저하에 있다. 구조조정의 거대한 압력이 들이닥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더 이상 우리에게 기회가 아니라 도전이라는 뜻인가. “중국은 그동안 한국 수출시장의 주 무대가 되었다. 2000년대 초반 수출 특수를 일으켜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다. 중국 특수 또는 차이나 효과(china effect)로 불렸다.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사정은 완전히 바뀌었다. 작년의 사드보복은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차이나 효과 대신 차이나 충격(china shock)이 본격화되고 있다. 잘 나가던 조선업도 갑자기 주저앉았다. 차이나 충격의 시작이었다. 자동차산업의 부진은 차이나 충격이 확산된다는 신호다. 세계 각국이 차이나 충격을 받고 있지만 한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미국도 중국의 급성장으로 고용에 타격을 받았다. 특히 중저숙련 일자리 파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것은 이러한 위기감 때문이다. 중간재에 대한 중국의 한국 의존도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디스플레이처럼 한국에서 수입하던 제품을 자국 제품으로 속속 대체하고 있다. 중국이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 기존의 주력산업을 대체할 신산업을 키우는 데도 실패했다. 신기술도입은 정부의 규제와 노동계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다. 반면 인건비는 빠른 속도로 올라갔다. 실업 불안 때문에 구조조정을 외면해 공급과잉의 문제를 키웠다. 고용비중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커진 서비스산업은 저생산성의 덫에 갇혀 있다. 국민소득이 자력으로 올라가기 어렵게 된 것이다. 제조업은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조선업이 무너졌고 자동차산업도 시간문제다. GM대우 문제의 본질도 중국에 비해 한국이 생산 메리트가 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 감소를 막아주는 반도체마저도 중국의 반도체굴기로 정면 위협받고 있다. 1990년대부터 한국과 일본의 제조업 경쟁력이 역전된 것처럼 한국과 중국의 산업역전, 이에 따른 수출위기가 임박했다. 중국 반도체 공급이 급증하고 국제가격이 떨어지면서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급격히 하강 커브를 그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핀란드와 같은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2000년 핀란드 전체 GDP의 4%를 차지하던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핀란드 경제가 흔들렸다. 삼성전자는 매출액 기준으로 한국 GDP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나. “실업자가 100만 명 넘고 실업률이 3%대에서 4%대로 올라갔지만 정부가 걱정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역대 정부는 실업자 100만 명을 실업대란의 마지노선으로 간주했다. 마지노선을 이미 넘었지만 정부는 태평하다. 설마 대량 실업이 발생하겠냐는 낙관에 빠져있다. 10년 전 세계금융위기 직전 프랑스와 스페인의 실업률은 둘 다 8%였다. 2년 후 프랑스는 2%포인트 증가했지만 스페인은 19%로 2배 이상 뛰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규명하는 데 매달렸다. 같은 금융위기지만 충격이 이렇게 달랐던 이유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차이에 있었다. 스페인이 프랑스 정도로 고용을 유연화 했다면 실업률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독일은 프랑스보다 사정이 더 좋았다. 금융위기로 인한 실업문제가 작았고 회복도 빨리 할 수 있었다. 금융위기 이전에 단행한 노동시장개혁(하르츠개혁) 덕분이었다. 스페인은 인구와 경제규모가 한국보다 조금 작지만 비슷하다. 한국과 스페인은 둘 다 경제구조가 취약하고 비정규직 비중이 높다. 중소기업이 많지만 경쟁력은 낮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버틸 힘이 약해 대량실업 발생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대기업은 경기악화에도 불구하고 재무건전성을 높여왔다. 투자를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둔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위기가 닥쳐도 고용조정 폭을 줄일 여력이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노동집약적이고 생산성이 낮다. 수익성이 떨어지지만 그동안 정부의 보호와 저금리 덕분에 버텨왔다. 무너지기 쉬운 성(城)이다. 스페인의 실업률이 급등했던 이유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이 높지만 생산성이 낮은 데 있다. 게다가 정부의 노동시장 규제가 중소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고용을 기피하게 만든 데 있다. 여기에 더해 동유럽의 신흥 자본주의 국가는 투자자들에게 스페인의 매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었다. 금융위기가 닥치자 자본이 대거 동유럽으로 빠져 나갔다.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는 충격이 대기업에 집중되었다. 진원지가 바깥에 있었다. 그러나 제조업의 뒷받침으로 수출을 통해 빠르게 회복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성격이 전혀 다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수출주도경제의 한계와 내수경제의 부실에다 금리조정의 충격이 가해짐으로써 발생하는 복합 위기가 예상된다. 경기 급락이 제도 악화를 만나면서 발생하는 위기다. 충격은 진원지인 가계와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한국은 중소기업의 고용비중이 90%에 가깝다. 비정규직의 비중도 1/3에 달한다. 고숙련노동 비중은 낮고 중저숙련 노동 비중이 크다. 이 또한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실업위험이 큰 근로자의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실업률이 급증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의 실업률이 4%에서 8%이상으로, 스페인처럼 두 배 이상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고용악화의 원인이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부는 고용부진의 원인을 인구구조의 변화로 돌리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감소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가 많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계적 착시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돈한 결과다.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줄면 실업률이 주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은 고령자들의 빈곤화가 심각해 노동시장 은퇴가 늦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고용문제가 심각해졌다면 인구구조가 아닌 다른 요인 때문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은 오히려 인력난에 시달린다. 한국 청년들을 데려가고 있다. 일본은 인구감소를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하는 정책을 폈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도록 노동시장제도를 개선해 왔다. 일본의 완전고용 실현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꾸준한 개혁의 결과다. 독일도 이민자 급증에 의한 인구구조 변화를 노동시장 유연화 개혁으로 실업률을 낮추었다. 근로자의 처지에 따라 일할 수 있도록 고용 선택의 기회를 확대한 것이다. 한국은 고용부진에 대해 오판하고 있다. 오히려 고용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정부가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는 건가.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의 질을 내세우며 노동시장을 더 경직적으로 만들었다. 자발적인 비정규직제도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최저임금을 높이면서 고령근로자에게도 그대로 적용한다. 한국은 세대 간 학력격차가 큰 나라다. 나이가 많은 근로자들은 기술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져 일반 근로자와 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실직하기 십상이다. 중소기업의 사정도 무시한다. OECD도 한국의 최저임금인상이 과도하다고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이 사실상 고용을 줄이도록 떠미는 격이다. 게다가 법정 근로시간도 줄인다. 근로자들의 소득도 줄지만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이 커진다.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대기업보다 부담이 더 크다. 사정이 나은 중소기업은 해외로 떠나거나 노동을 무인기계로 대체하고 그렇지 못하면 문을 닫는다. 임금과 고용의 법정 기준을 노동계의 요구대로 대기업 눈높이에 맞춘 결과다. 이렇게 가다간 스페인처럼 기업의 절반 이상이 종업원을 아예 채용하지 않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이태리처럼 노동규제를 피하기 위해 신고하지 않고 채용하는 미신고 근로자(undeclared workers) 문제마저 나타나게 될 것이다." -재정과 금융이 건실해 경제위기를 막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경제위기 우려가 나오면 으레 정부는 재정과 금융이 건전하다고 말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그렇게 말하며 안심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반대로 2007-8년 세계금융위기 당시에는 바짝 긴장하고 대비함으로써 무사히 넘어갔다. 스페인 또한 세계금융위기 이전에 재정과 금융 모두 건전했지만 맥없이 무너졌다. 반면 재정이 좋지 않은 나라, 예를 들면 일본이나 영국 등은 세계금융위기를 견뎌 냈다. 실물경제의 기초가 이러한 차이를 만들었다. 기초가 약한 나라에서는 자본이탈의 규모가 크고 속도가 빠르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금리가 폭등한다. 취약한 부문부터 무너지게 된다. 한국은 가계와 중소기업이 취약하다. 가계부채 1,500조 원, 중소기업 대출 750조 원, 자영업 대출 600조 원이다. 특히 가계부채는 해외 투자자들도 우려할 정도로 심각하다. 소득 증가는 제자리걸음이다. 내수경기 침체가 악화되어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가계와 기업의 원리금 부담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비은행 금융기관이 위험하다. 자영업 대출 비중이 크지만 자영업은 이미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도 금융시장의 취약 지점에서 시작되었다. 경제는 진공상태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 한국은 개방경제다. 국제환경에 민감하다. 다른 나라가 성장할 때 성장하지 못해 괴리가 커진 상태다. 실물부문의 부실은 금융부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미국은 완전고용에 가까울 정도로 경기가 좋아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한국은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데다 가계부채에다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대출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이 이미 발생했고, 임계점을 넘는 순간 자본유출사태가 발생한다. 유럽도 경기가 좋아져 연말에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금리가 동시에 올라가는 상황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지금은 금리인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버틸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억제했던 것까지 포함해 급속히 올려야 한다. 이때 가계부채는 고용악화와 겹쳐 한국경제의 폭탄이 된다. 소비가 급감하고 금융도 흔들리게 된다.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강화와 사회간접자본 투자 감소까지 겹쳐 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경제부진도 지난 정부 때문인가. “정부는 과도한 가계부채를 지난 정부의 실책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규제를 강화한다. 부채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수익성이 높은 데 투자한다면 말릴 이유가 없다. 그러나 국민이 부를 축적하고 소득을 늘릴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풍부한 자금과 저금리를 활용한 새로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에 몰렸다. 기업도 각종 규제 때문에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혁신을 성장의 기회로 만들지 못했다. 부동산시장이 과열되고 부실기업이 생명만 연장되는 이상 징후가 생겼다. 세계금융위기의 원인도 비슷하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혁신도 기피한다. 경기침체를 구조조정과 혁신보다 재정지원과 규제로 대응한다. 과거 정부도 선거를 의식해 일시적 지원을 영구적 지원으로 바꾸면서 도덕적 해이와 자원배분의 왜곡을 키운 게 사실이다. 현 정부도 여기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재정정책의 효과는 떨어지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커졌다.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회복력이 떨어지면 재정투입 규모가 커지게 되고 결국 재정위기를 일으키게 된다. 재정위기는 경제위기로 확산된다. 그리스가 그랬다. 한국은 고령화에 따라 복지지출은 늘고 연금고갈 등으로 재정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자연적인 재정팽창에다 정책적인 재정팽창은 재정위기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자체에 근본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최근에 경제위기가 발생한 국가는 일정한 특징을 보인다. 남미 등을 제외하고 선진국만 놓고 보면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부유럽국가에서 많이 발생했다. 이들 국가는 평등주의가 강하고 기업가정신이 약하며 노동시장이 이중구조라는 공통점을 보인다. 세계 가치관조사를 비교하면 한국도 평등주의가 강한 나라에 속한다. 한국은 과도한 평등주의가 합리적 판단을 해치는 정치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정치사회 불안 심리는 실제보다 소득격차를 부풀려 평등주의를 키우고 자원배분을 왜곡시킨다. 게다가 한국은 대기업 때리기를 개혁으로 인식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강조하지만 대기업은 차라리 해외투자 등으로 공격의 빌미를 피하려고 한다. 또한 비정규직 폐지가 개혁인 것처럼 말한다. 노동시장의 이동성을 더 저하시켜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로 노동시장 단절을 키운다. 불신은 제도를 악화시키고 제도의 실패는 불신을 키우는 악순환이 오래 동안 지속되어 왔다. 현 정부는 악순환의 덫을 더 키우고 있다. 그 결과 아웃사이더인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더 어려워져 일자리문제가 역주행하고 있다.” -대량 실업 위기를 막을 대책은 무언가. “위기를 직시하지 못하면 혼란은 더 커진다. 위기를 직시하면 피할 가능성이라도 있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정부 스스로 낙관론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문제, 한국 스스로 할 수 있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위기 예방을 위한 선제적 대응과 우선순위에 입각한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과도한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은 막아야 한다. 자동차산업 등 이미 위기에 처한 산업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생색만 내고 고용촉진 효과는 낮은 고용지원금을 실직자의 절박한 삶을 지원하는 실직지원금으로 바꾸어야 한다. 가계 부동산을 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주택금융기능도 확대해야 한다. 차제에 소득주도성장론도 폐기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은 파이를 재분배하는 정책이다. 성장이라는 이름은 맞지 않다. 그런데 정부는 혁신 성장도 하겠다고 한다. 혁신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은 실제로는 반(反)혁신이다. 규제와 재정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수단이다. 정부 내에 소득주도성장파와 혁신성장파가 있는 것 같다. 소득주도성장파는 노동계의 요구를 따른다. 혁신성장파는 발언권이 없는 것 같다. 노동계는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등을 돌린다.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은 시작이다. 진보정권에 대한 진보세력의 공격이다. 정부가 지금 중심을 잡지 못하면 사태는 더 악화된다. 현 진보정권은 지난 진보정권에서 교훈을 찾아야 한다.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 탓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화했다. 예상 밖의 노선이었고 노동계가 반발했지만 중심을 잡았다. 노무현정부는 전반기는 친노동계 정책을 밟다가 후반기에는 전면 수정해 파이를 키우고 유연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세계화와 기술혁신에 의한 시대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낙오한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계와 최악의 관계에 빠진 채 정권을 내놓게 되었다. 지금은 노무현정부 때보다 변화가 훨씬 빠르다. 문재인 정부가 어떤 노선으로 가야할지는 자명하지만 정부내의 이념적 경직성이 너무 강해 보인다. 경제 위기를 피하고 정부가 성공하려면 양심적인 참모가 나서야 한다. 소득주도성장의 모순, 그리고 경제위기와 대량 실업의 가능성을 대통령에게 정확하게 보고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외환위기가 임박해서야 윤진식비서관의 직보를 받고 ‘이 사람들 큰일 내겠네’라고 경제팀을 질타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위기를 느끼고 인정하는 순간이 너무 늦어지면 파국을 피할 수가 없다.” <상임고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