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10.3%→ -2.6%"…솥뚜껑 시위 나선 건설업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대한전문건설협회를 비롯한 건설단체들이 올 들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 주52시간 근무 등 쏟아지는 악재들로 "다 죽겠다"며 건설판 솥뚜껑 시위에 나선 것이다. 지난 16일에는 건설관련 22개 단체 대표자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건설사 2만8000여개가 서명한 탄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해 이목을 끌었다. 건설업 종사자들의 이러한 집단행동은 지난해 주요 건설사들의 실적이 개선된 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건설부문 양극화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1484개 건설사) 매출액은 한해전보다 11.7%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6.5%로 전년(4.9%)보다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147.7%로 전년(164.8%)보다 떨어졌다. 건설업계가 실적호조에도 실력행사에 나선 데는 박근혜 정부 때 달아오른 건설경기가 점차 식어가고 있다는 위기감을 반영한다. 지난 수년간 주택경기 활황으로 한 철 장사를 잘 했지만, SOC예산이 꾸준히 주는 가운데 진보 정부 출범 이후 규제의 강도가 하루가 다르게 커지자 건설투자까지 빠른 속도로 꺾일 수 있다고 보고 대응에 나섰다는 뜻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업계의 실적은 2015년 분양이 반영된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상황이) 안 좋아지니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실적이)후퇴할 것으로 보는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러한 목소리가 실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2018~2019년 경제전망도 건설업계의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KDI는 ‘건설투자’(건물건설투자+토목건설투자)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전년대비 10.3%에 달했으나, 2017년 7.6%로 준데 이어 올해 -0.2%, 2019년 -2.6%로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52시간 근무제 등 정부 규제는 건설부문의 수익성을 갉아먹을 또 다른 변수다. KDI가 올해와 내년 건설투자 감소를 내다보는 데는 ▲SOC예산이 꾸준히 주는 데다 ▲건설업계의 실적 호조를 뒷받침해온 건물건설투자도 역성장할 것으로 보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양도세중과, 보유세 강화 등 정부 규제의 여파가 주택 등 건물건설투자에 미칠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가계의 주택구입은 대표적인 건설투자 항목이다. 가계의 주택구입이 소비가 아닌 건설투자로 분류되는 데는 주택을 사들여 주거서비스를 스스로 제공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건설사가 선분양을 하고 집을 지어 입주가 완료되기까지 통상 2~3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투자 증감은 냉장고, 자동차, 볼펜 등 공산품과 달리, 수년간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박근혜 정부 당시 2014년 한 해를제외하고는 꾸준히 우상향해왔다. 증가율은 ▲2013년 5.5% ▲2014년 1.1% ▲2015년 6.6% ▲2016년 10.3%를 각각 기록했다.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겸 지식협동조합 좋은 나라 이사장은 저서 '한국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에서 "지금은 인구과잉 덕분에 자본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자본 과잉"이라며 "인구 절벽으로 생산성이 하락하는 시기인데도, 과거의 성공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투자’를 외친다. 이것이 과잉 투자로 연결돼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경제 전문가는 건설업의 구조적 위기를 거론했다. 주택시장도, 인프라 시장도 포화상태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구시대 성장문법의 관성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건설업은 선진국이 될수록,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새로 짓는 건물이 감소한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춰볼 때 계속 쇠퇴하는 산업이다.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고, 노령화 속도도 빨라지며 도심재생이 득세하는 저성장의 시대에 비즈니스 모델을 어떤식으로 쇄신할 지 근본적인 고민이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