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겨울이 아니라 여름에 홍콩 놀러 간다고?
그것은 당연하다. 환상적이기로 소문난 홍콩 야경은 겨울에 더욱 화려해져 볼거리가 넘쳐난다. 연말연시 각종 세일 행사가 풍성하고 다채롭게 열려 명품 쇼핑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날씨마저 돕는다. 홍콩은 아열대 해양성 기후여서 여름철이면 기온은 거의 매일 30도를 훌쩍 뛰어넘고, 매우 다습하다. 하지만 겨울이 되면 평균 기온이 18~20도로 곤두박질친다. 활동하는 데 그보다 편할 수는 없다. 그런 것을 잘 아는 홍콩관광청이 "한여름 휴가철에 홍콩에 놀러 오라"고 유혹한다. 북반구가 한여름일 때 한겨울인 호주·뉴질랜드 등 남반구도 아니고, 선탠을 즐기다 더우면 바다에 뛰어들면 되는 동남아 국가나 인도양·태평양 섬나라도 아닌 홍콩인데 무엇을 믿고 한여름에 오라는 것일까. 권용집 홍콩관광청 한국지사장은 여름에 홍콩에서 만끽할 수 있는 3가지 '링'을 제시했다. '호텔 루프톱 수영장에서 힐링' '시원한 쇼핑몰에서 몰링' '밤늦게까지 트렌디한 바나 펍에서 크롤링' 등이다. 권 지사장은 "이들 3가지 링을 통해 홍콩은 작은 도시이지만, 누구나 원하는 대로 신나게 '놀링'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음은 홍콩관광청이 자신 있게 추천한 3가지 링을 각각 즐길 수 있는 명소들이다.
◇힐링 홍콩은 홍콩섬과 주룽반도로 이뤄진다. 당연히 바다 수영과 선탠을 즐길 만한,이름난 비치도 많다. 도심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만 가도 유럽의 어느 아담하고 한적한 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해변이 늘어섰다. '리펄스 베이' '디스터버리 베이' 등 이름부터 로맨틱한 곳이다. 하지만 모처럼 찾은 홍콩에서 몸에 열 개라도 부족한 한국인 관광객이 그런 호사를 만끽하기는 힘들다. 관광하고, 쇼핑하는 틈틈이 호텔에서 푹 쉬며 힐링을 해야 한다. 그럴 때 제격인 것이 호텔 루프톱 수영장이다. 홍콩은 비슷한 규모 도시 중 루프톱 수영장이 가장 많다. 풀로 호텔을 충분히 고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중 세 곳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주룽항 해변에 문을 연 케리호텔 홍콩은 4층에 '인피니티 풀'을 갖고 있다. 풀에 몸을 담그면 바다 건너 홍콩 도심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선베드와 소파가 많아 휴식하기에 그만이다.
주룽 하버 그랜드는 21층에 '유리 풀'을 보유하고 있다. 2012년 여름 1000만 관객을 모은 범죄 영화 '도둑들'(감독 최동훈)의 엔딩 신에서 '예니콜' 배우 전지현(37)이 수영하던 곳이다. 작은 아쿠아리움을 연상시키는 이 수영장은 이를 계기로 '전지현 수영장'이라 불리며 명소로 자리 잡았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빅토리아 하버의 풍광을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주릉반도에 우뚝 선,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국제상업센터(ICC)에 자리 잡은 리츠칼튼 홍콩은 118층에 '천상의 수영장'을 조성했다. 구름을 아래 두고 수영한다고 해도 될 정도다. 실내에 있지만, 사방이 통유리라 실외 기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천장에 통거울이 설치돼 배영을 할 줄 안다면 꿈 속에서 유영하는 기분도 낼 수 있다. 곳곳에 카바나와 선베드가 있다. 특히 창가 선베드에 앉으면 빅토리아 하버의 파노라믹 뷰가 한눈에 들어온다. 미쉐린 2스타 중식당 '틴룽힌'(102층), 바 '오존'(118층) 등을 제치고 이 호텔에서 이 수영장이 가장 매력적인 스폿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
◇몰링 홍콩에서 요즘 가장 핫한 복합 쇼핑몰은 리츠칼튼 홍콩과 맞닿은 엘리먼츠다. 홍콩 최대 극장 '그랜드 시네마'도 이곳에 있는 것으로 볼 때 최신식 대형 몰임을 짐작할 수 있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에서 다소 떨어진 침사추이 외곽에 있어 한적하고 여유롭다. 냉방이 잘 된 실내에서 쇼핑이 가능하다. 그래도 덥다면 '겨울왕국' 속으로 순간이동한 듯한 대형 아이스링크 '더 링크'에서 얼음을 지쳐도 된다.
홍콩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주룽반도의 '하버 시티'도 홍콩에서 몰링을 하기로 마음먹었면 꼭 들러야 할 곳이다. 무려 450여 브랜드 상점과 60여 레스토랑이 들어섰다. 이곳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는 가당치도 않고, 이틀도 부족할 정도다. 오션 터미널 옥상에 '오션 덱'이 새롭게 오픈했다. 270도 파노라마 하버뷰가 펼쳐져 홍콩의 황홀한 일몰을 감상하기에 가장 완벽한 공간이다.
IFC몰은 홍콩 여행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들러 봤을 만큼 친숙한 명소다. 교통 중심지인 홍콩섬 센트럴 페리 터미널 남쪽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88층짜리 'two IFC'의 55층에 가보자. 환상적인 전망과 화폐박물관을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지하 슈퍼마켓은 다채로운 식자재를 판매한다. L4층 넓은 테라스는 '100만 불짜리 야경'을 바라보며 분위기 있는 디너를 만끽하기에 딱 좋다. ◇크롤링 크롤링은 '크롤(crawl: 기어 다니다)'에서 유래했다. 트렌디한 바나 펍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술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홍콩은 크롤링을 즐길 만한 특색 있는 바나 펍이 즐비하다.
그중 꼭 가봐야 할 곳이 '세계 최고' 바 오존이다. 여기서 세계 최고는 리츠칼튼 홍콩 118층에 자리했기 때문인데 사실 분위기, 뷰, 술맛 등을 따져봐도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야외 공간은 하버의 야경을 180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어 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곳 칵테일은 미국과 유럽에서 유래한 크래프트 칵테일의 기본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화려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시그니처 칵테일은 'HK 스카이라인'이다. 23년산 자카파 럼을 베이스로 압생트, 임페리얼 우롱 시럽, 핑크 그레이프푸르트, 라임 등을 더하고 돔 페리뇽 폼과 초콜릿 스톤을 얹는다. 유리관에 연기를 가득 채우고 훈연향을 더해 제공된다. 340HKD(약 4만7000원)로 적잖은 가격이지만, 한 잔쯤 즐기면 홍콩의 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듯하다.
홍콩섬을 달리는 MTR 아일랜드 라인이 2015년 기존 종착역인 셩완에서 케네디 타운까지 연장됐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일약 핫 플레이스로 도약한 지역이 셩완에 가려졌던 사이잉푼이다. 올드타운답게 골목은 가파르고 비좁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 하나둘 들어선 멋진 바를 찾는 것은 그 나름대로 즐길거리다. 대표 주자가 '핑퐁129'다. 스페인 오스티아 출신 바텐더가 옛 탁구장에 간략한 터치만 더해 바로 탈바꿈시켰다. 붉은 조명 덕에 실내는 몽환적이고 섹시하다. 술 마시기에 제격인 셈이다. 진을 베이스로 하는 칵테일, 와인, 맥주 등과 스페인 음식을 낸다.
영화를 지키려는 셩완의 선봉장이 '미세스 파운드'다. 유명한 스피크이지 바다. 스피크이지 바는 192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에 유행한 비밀 술집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최근 홍콩 밤 문화를 주도한다. 미세스 파운드는 도장 가게 안에 숨어있다. 공간은 1950년대 정취를 재현한 느낌이지만, 메뉴 구성과 음악은 모던하고 세련됐다. 캄파리·만치노 로소·티 비터스를 넣어 만든 '미스터 밍스 네그로미' 등 시그니처 칵테일과 함께 스무디, 와인, 맥주, 다양한 안주 등을 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