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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움직인 文대통령의 힘···북미 중재역 재확인

등록 2018-06-11 08: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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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무력 완성 선언 속에도 놓치 않은 대화의 끈

평창올림픽→남북회담→한미회담→북미회담으로 한반도 해빙기

北 '완전한 비핵화', 美 '종전선언' 이뤄질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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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모습. (그래픽=전진우 기자) 2018.05.09.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대한민국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독일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천명한 '한반도 운전자론'은 1년이 지난 지금 눈 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취임 후 이뤄진 북한의 10차례에 걸친 탄도미사일 발사에도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대화의 끈을 놓치 않았던 문 대통령의 인내심이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를 번복하고 비핵화 논의 테이블에 나서기로 한 데까지는 문 대통령의 중재 외교노력의 공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2월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 3월 대북특사단 파견, 4~5월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긴 한반도 운명 터널을 지나게 된 것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문 대통령의 뚝심있는 의지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의 성공 발사와 핵무력 완성의 선언, 중간의 6차 핵실험까지 북한의 잇딴 도발에는 긴밀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한 최대한의 압박과 제재 노선으로 강력 대응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쾨르버 재단 연설을 시작으로 8·15 광복절 경축사, 유엔총회 연설, 북경대 연설, 올해 신년사를 거치면서 꾸준하게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며 한반도 평화 정착 구상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문 대통령의 노력은 북한을 움직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지난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 김 위원장이 공식 화답한 것이었다. 끝모를 대결 국면으로 흐르던 한반도 정세가 커다란 변곡점을 그린 순간이었다.

 이토록 냉각기를 물리고 해빙무드를 조성된 데에는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을 돌며 끊임 없이 정상들을 설득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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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뉴시스】지난 4월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개최된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4.27.

 또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에도 지난해 12월 서훈 국정원장의 방북을 극비리에 추진한 물밑 접촉 시도 역시 김 위원장을 결정적으로 움직이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지난해 11월29일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 화성-15형의 마지막 발사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고 싶다는 북한의 메시지가 깔려 있다는 점을 읽어내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남북 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문 대통령을 접견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은 3월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으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이러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특사 교환 과정 속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정 실장은 방북 결과를 들고 곧장 워싱턴으로 달려갔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 수락을 이끌어 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4·27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는 문구를 명시적으로 판문점 선언에 담아냈다.

 미국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지난 4월 2018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하며 그 중 하나로 문 대통령을 뽑았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는 '위대한 협상가'(The Great Negotiator)라는 이름으로 문 대통령을 추천했고, 타임지가 리퍼트 전 대사의 추천을 수용했다.

 하지만 남북 문제를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스럽다는 문 대통령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남북 정상회담 뒤 한동안 순항하는 듯 했던 남북 관계는 북미 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다.

 북한이 한미 연합 공중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와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국회 기자회견을 이유로 예정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연기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사이에 아슬아슬한 말폭탄이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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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미국)=뉴시스】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단독정상회담 모습.(사진=뉴시스DB). 2018.05.23.

 문 대통령은 위기를 봉합하기 위해 1박4일의 타이트한 일정을 감수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원포인트 회담 차 워싱턴 방문 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미 굳힌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귀국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난감한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 26일 극비리에 김정은 위원장과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위기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비핵화 합의라는 두 축이 동시에 굴러가야 한다는 확고한 인식이 가져온 선택이었다.

 이후 김 위원장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워싱턴행을 통해 북미 간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 위원장의 친서는 좌초될 뻔한 북미 정상회담을 살리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12일 오전 10시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

 한반도 운전자론 바탕 위에서 끈질기게 북미 정상을 설득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이 노력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와 남북미 3자 종전선언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본격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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