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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미수까지 치달은 '궁중족발 임대차 사건'의 전말

등록 2018-06-10 17:11:07   최종수정 2018-06-18 14: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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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바뀌고 한꺼번에 임대료 4배 올라

"계약갱신요구권 없어"…사장, 소송 패소

12차례 강제집행 시도에 물리적 충돌까지

사장, 시너 뿌리고 저항하다 손에 큰 부상

4일 강제집행 완료…7일 추격전, 망치 난동

"건물주와 통화서 과격한 발언 듣고 흥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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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임대차 갈등을 겪은 서울 종로구 소재 ‘궁중족발’ 건물. 2018.06.07 (사진 = 맘상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임대차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던 한 족발집 사장이 건물주를 상대로 망치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임대료 폭등, 젠트리피케이션 논란, 강제집행 과정에서의 몸싸움 등 크고 작은 마찰이 지속되던 가운데 극단적 상황까지 벌어졌다.

 10일 법원과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서촌 소재 궁중족발은 지난 2009년 5월21일께 영업을 시작했다.

 개점 당시 김모(54)씨는 보증금 3000만원에 월 임대료 약 263만원에 계약 기간을 1년으로 하는 상가임대차 계약을 했다. 이후 김씨는 매년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가면서 장사를 지속해 왔다. 임대료는 2015년 5월 약 297만원으로 한 차례 올랐다.

 그런데 2015년 12월 이모(60)씨가 건물을 인수하고 2016년 1월 임대료를 인상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씨 측에서는 건물 리모델링을 명목으로 일시적 퇴거를 요구하면서 공사 이후 재계약 조건으로 보증금 1억원에 월 임대료 1200만원을 제시했다고 한다. 순식간에 임대료가 급증한 것이다.

 김씨 측에서는 당시 이씨가 사실상 재계약이 아닌 퇴출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갑자기 기존의 4배에 이르는 월세를 요구한 점, 내용증명을 보냈음에도 임차료를 낼 계좌번호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김씨 측 주장이다.

 아울러 점포 가치가 개점 초기보다 약 5배 상승했음에도 권리금도 받지 못하고 사실상 쫓겨나게 되는 처지에 놓였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고 있다.

 반면 이씨 측에서는 처음에 계좌번호를 적어줬으나 김씨 측에서 계약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버린 것이라는 취지로 반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월세 1200만원은 시세 수준이었으며, 김씨 측에서 종전 수준의 월세도 납부하지 않고 소송이 진행되자 그제야 공탁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툼은 2016년 4월14일 이씨가 해당 건물에 대한 명도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

 이씨는 임대료가 3회 이상 밀려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가 미납 임차료가 공탁된 것을 인지한 이후 "김씨에게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없다"라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법원은 같은 해 12월6일 "김씨는 이씨에게 점포를 인도하고 10월8일부터 인도 완료일까지 월 299만3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라고 판결했다. 김씨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김씨가 이씨에게 수차례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요구한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라면서도 "임대차 계약이 만료되는 2016년 5월20일에는 전체 임대차 기간이 7년이 되어서 김씨는 임대차계약의 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해 기간이 5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은 김씨가 갱신 요구를 할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임대차계약 자체가 연장되지 않아 종료됐기 때문에 건물을 이씨에게 넘겨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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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가윤 수습기자= 임대료 문제로 갈등을 겪고 간판이 사라진 ‘궁중족발’ 건물. 2018.06.07 (사진 = 맘상모 제공) [email protected]
판결 이후 법원은 12차례에 걸쳐 부동산 인도 가처분 집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의 사연을 듣고 연대를 위해 해당 건물로 찾아든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및 시민들과 용역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1차 강제집행 때엔 연대 시민이 충돌 과정에서 신체 일부를 다쳤다. 지난해 11월9일 2차 강제집행에서는 김씨가 몸에 시너를 뿌리는 등 강하게 저항을 하다 왼손가락 4곳을 크게 다치는 일도 있었다.

 김씨는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지난해 11월10일 법원에 권리금·유치권 확인을 청구했다. 지난 4월부터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이씨의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도 시작했다. 시위 방식은 손팻말을 들고 30~40분 동안 '상생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던 가운데 지난 4일 약 8개월 만에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강제력에 대항한 몸싸움이 발생했으며, 연대를 위해 현장에 들어가 있던 시민 1명이 경찰에 부동산강제집행효용침해 혐의로 체포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집행은 종료됐다.

 김씨는 손가락을 심각하게 다친 이후 사실상 영업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맘상모 활동가는 "지난해 11월9일 이후 수도와 전기, 가스도 끊겼으며 통장도 가압류가 들어와 영업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그러던 김씨는 지난 7일 오전 이씨와의 통화 이후 그를 발견하자 추격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처음에 차량에 탑승한 상태로 이씨를 쫓아가다가, 이후 차에서 내려 망치를 꺼내들고 압구정로 거리에서 이씨와 육탄전을 벌였다.

 경찰은 지나던 시민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해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김씨가 앞서 통화 중 이씨로부터 욕설 섞인 과격한 발언과 함께 '구속시키겠다'는 등의 말을 듣고 흥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를 살인미수 및 특수상해 혐의로 9일 구속했다. 전날 김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 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됐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라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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