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올해 439세, 매트 헤이그 '시간을 멈추는 법'
1581년에 태어났고, 여전히 살아 있다. 톰에게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의 모임인 '소사이어티'가 달콤한 제안을 해온다. 8년마다 완전히 정체를 바꾸기만 한다면 안정된 삶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대신 그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 '사랑에 빠지는 일'이다. 하지만 수백 년 만에 만난 한 여자가 지켜야 할 규칙을 자꾸만 잊게 만든다. 영국 작가 매트 헤이그의 소설 '시간을 멈추는 법'이다. 돌연변이 톰을 통해 삶과 죽음, 시간과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사람들은 대개 자신들의 세계관에 맞지 않는 내용을 순순히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내가 439살이라고 주장하면 상대는 보나마나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할 것이다. 사람들이 우리를 잘 모르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어떤 조직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밀을 알아내고, 또 믿는 사람들은 가뜩이나 짧은 삶을 더 짧게 살다 가야한다. 위험은 보통 사람들로부터만 오는 게 아니다. 내면으로부터도 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점점 더 꼬여만 갔다. 이곳에서도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소문을 막을 길이 없었다. 어디를 가나 숙덕거림과 예리한 눈초리와 노골적인 냉대가 쏟아졌다. 찌르레기들마저도 요란하게 짹짹대며 우리를 조롱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어떻게든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를 향한 의심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뿐이었다. 사람들은 우리와 어울리는 악령을 쫓는다면서 집 앞 나무에 원을 여러 개 새겨 놓았다." 시대의 변화와 실수를 반복하는 인간의 본성, 평생에 걸친 숙제이자 물음인 '살아가는 방법'을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제시한다. "만약 당신이 보통 사람들보다 14배나 더 많은 미래를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 까다로운 물음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꽤나 명쾌하다. "순간에 몰입하라." 찰나의 존재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시간에 끌려 다니는 걸 그만두는 데 있다는 것이다. 최필원 옮김, 504쪽, 1만5800원, 북폴리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