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영동대로 한복판에…시내서 타도 괜찮을까?
기자가 탄 차는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시승했던 현대 자율주행·수소차 '넥쏘'와 같은 차종이다. 10개월 전에도 자율주행차를 타본 적이 있지만, 그 때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시험 운행을 위해 마련한 자동차안전연구원 주행시험장에서 시나리오에 따라 달리는 거라 긴장감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실제 도로라서 기분이 달랐다. '미리 셋팅된 환경이 아닌 실제 도로에서도 안심하고 타도 될까?' 이날 자율주행차 체험행사에서는 차량 7대가 영동대로 삼성역(코엑스)~청담역(경기고교 사거리) 약 1.4㎞ 구간을 주행했다. 끼어드는 차량 대응, 교차로 통과, 차간거리 유지, 앞차량 차선변경, 무단횡단 대응, 장애물 회피 등 총 7가지 상황으로 구성됐다. 넥쏘는 기자 3명을 싣고 시속 40㎞로 자율주행을 시작했다. 교차로에 다다르니 차가 알아서 정지선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섰다. 함께 탑승한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차량이 정지선 횡단보도, 차로에 있는 도로표지를 인지한다"며 "라이더나 레이더를 통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차량을 제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끼어드는 차량이 있어도 넥쏘는 센서를 활용해 안전거리를 유지했다. 앞 차량이 차선을 변경해 빠져나가면 스스로 속도를 올려 달렸다. 운전자는 여전히 핸들을 잡지 않았다. 브레이크나 엑셀러레이터도 밟지 않았다. 그러다 사람 모양의 보행자 모형(더미)가 갑자기 나타나자 차량은 긴급 정지를 했다. 신재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자율주행연구처장은 "작년보다 업그레이드 된 것"이라며 "여기는 공공도로이니깐, 사람들이 다니거나 튀어나오는 것을 가정했다. 이에 차량이 신호등을 감지해서 섰다"고 말했다. 보행자가 무단횡단하는 돌발 상황에서 자율주행차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시내에서도 타도 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안 들었다.
이날 체험행사가 도로가 통제된 상황에서 이뤄진 점을 감안한다면 아직은 시내에서 자율주행차를 타기에는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왕복 14개 차로 중 상행 3개 차로, 하행 2개 차로를 통제했다. 또한 자율주행차가 7가지 시나리오에서 주행을 마치고 '유턴'해서 돌아갈 때부터는 운전자가 핸들을 잡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실제도로에서 유턴을 할 때 안전 우려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이날 주행코스가 유턴 전까지 이지만, 설정을 해놓으면 유턴도 할 수 있다"면서도 "이날 국토부가 준비한 부분이 거기까지라서 그렇다"고 전했다. 현재 상용화된 자율주행차는 0~5단계 중 앞차와 간격을 자동으로 유지하는 2단계다. 이날 기자가 탄 차는 3단계로, '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이다. 자율주행시스템이 운전하다가도 필요시 운전자가 차량을 제어해야 한다. 다만 이날 선보인 차량들은 4단계 기술 일부를 탑재했다. 국토부가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단계도 '레벨 3'다. 국내에서는 46대의 자율주행차가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실제 도로를 시험운행하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복잡한 서울 도심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안전 매뉴얼과 도로교통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며 "자율차 상용화를 위해 보험제도 등을 도입하는 한편, 관련 기술개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