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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당, 계파갈등에 '자중지란' 조짐

등록 2018-06-23 10:01:00   최종수정 2018-06-25 09: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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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작업 시작부터 삐걱…'메모 파동'이 기름

"네 탓 내 탓" 자중지란 모습에 '표류' 우려

의원들 '2선 후퇴' 선언, 논란 탈출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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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해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18.06.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자유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참패 후폭풍이 거세다. 한국당은 사죄 퍼포먼스를 하며 개혁을 예고했지만, 쇄신은커녕 계파 갈등만 격화되며 자중지란을 겪는 모양새다. 연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에 한국당의 쇄신안 마련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쇄신 작업 시작부터 삐걱…'메모 파동'이 기름

 한국당은 홍준표 전 대표의 사퇴 이후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겸임, 당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김 대행의 쇄신안 발표 직후 반발이 터져나오며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김 대행은 지난 18일 중앙당을 해체하고 당명도 바꾸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충분한 의견 수렴 없는 독자적 쇄신안을 발표했다며 즉각 반대 의견이 나왔다. 특히 김 대행도 선거 참패에 책임이 있는 지도부이기에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갈등은 이른바 '메모 파동'으로 증폭됐다. 복당파인 박성중 의원의 휴대폰 메모로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계간 갈등 의혹이 불거졌고 두번째 비상의원총회는 사실상 친박과 비박의 비방전으로 얼룩지며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19일 언론에 노출된 박 의원의 휴대폰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친박 핵심 모인다→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등등 박명재, 정종섭', '세력화가 필요하다→적으로 본다/목을 친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두번째 비상의원총회에서 복당파 모임에서 나온 내용을 간단하게 요지만 적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러나 이장우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이 박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공세에 나섰고 화살은 김 대행과 복당파 좌장인 김무성 의원으로 향했다.

 친박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대행에게 책임을 물어 신임을 묻는 사퇴 표결을 붙이자는 주장이 나왔고 한 초선 의원은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복당파 의원들은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김 대행의 사퇴를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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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6.13 지방선거 참패로 자유한국당이 무릎까지 꿇고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갈수록 수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사과 자세는 취했지만 구체적 설명이 없고, 결국 반복돼 온 '몸 낮추기' 모습만 되풀이됐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의원들을 비판한 홍준표 전 대표의 페이스북 글과 류여해 전 최고위원의 홍 전 대표 비난 등으로 자유한국당의 사죄가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회의실 모습. 2018.06.17. [email protected]

 그러나 김 대행은 의총 다음날 "(재신임을 요구하는) 몇 사람의 목소리가 있다고 해서 거취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고 밝힌 뒤 "이른 시간 내 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겠다"고 쇄신안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또 김 대행은 친박계를 향해 "정작 쇄신을 논하기보다 다시 친박의 망령이 되살아난 것 같아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말 지긋지긋한 친박의 망령"이라고 역공의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과 김진태 의원이 '친박 실체가 존재하느냐'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리며 재차 발끈했다.
 
 ◇"네 탓 내 탓" 자중지란 모습에 쇄신작업 표류하나

 이렇게 당내 계파 갈등이 이어지자 당 안팎에서는 쇄신은커녕 당이 안으로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혁신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KBS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자기들끼리 궤멸 상태에서 서로 욕하고 치고받고 있는데 외부 사람이 나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나"라며 '네탓 내탓' 시비로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더 추락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혁신비대위가 출범해도 제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방선거 패인 분석과 나아갈 보수정당의 방향을 논하기 위해 심재철 의원이 주최한 '보수 그라운드 제로' 난상토론에서는 '인적 청산' 필요성이 연일 제기됐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선거패배에 책임지고 의원직 사퇴, 불출마 선언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인적 청산이 당 해산보다 합리적이고 유권자에게 감동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진 전 자유한국당 상임고문(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탈당파의 대표적 인물인 김성태 원내대표는 선거 패배 책임이 크다. 그가 물러나고 중도파로 새 원내대표를 뽑아야 한다"며 "친박 좌장 서청원 전 대표가 탈당했으니 비박 좌장 김무성 전 대표도 탈당해야 한다. 두 사람의 탈당으로 두 계파는 근신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2선 후퇴' 의사를 밝히는 의원들이 늘고 있어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초선의 유민봉 의원이 22일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종섭 의원이 보수 그라운드 제로 난상토론에서 의원 전원 총선 불출마 선언을 제안한 데 이어 친박과 비박 모두 완전히 내려놓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고, 6선 김무성 의원과 4선인 김정훈 의원, 초선인 윤상직 의원도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불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갈길은 멀어 보인다. 친박과 비박진영의 워낙 뿌리깊은 불신 탓이다. 한 의원은 "다들 불신이 남아있어 어떤 의견도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본인이 진정성을 가지고 내려놓는 방식을 보여야 신뢰가 확인되고, 건설적인 의견에 의심 없이 당 쇄신에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미래가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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