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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람 잃은 자들의 아픔...이영도 '오버 더 초이스'

등록 2018-06-25 10:41:17   최종수정 2018-07-02 1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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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거룩한 신의 섭리 속에 이루어진 죽음이니만큼 이 또한 축복이라고 여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은 어렵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한 그들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힘들다."

판타지 작가 이영도(46)씨가 10년 만에 새 장편소설 '오버 더 초이스'를 내놓았다.

소도시 보안관보 '티르 스트라이크'의 술회로 소설은 시작한다.

'서니 포인도트'라는 6살짜리 아이가 놀다가 폐광 환기공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많은 사람이 서니를 구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보름 만에 싸늘한 시신을 마주하게 된다.

티르는 근방에서 벌어진 마차 사고 현장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소년을 만난다. 과거 제국의 검술 사범이던 티르가 보기에 소년은 여러모로 의문스러운 인물이었다.

티르가 소년의 정체를 추리하는 사이 소도시에는 또 한번 소동이 벌어진다. 서니의 엄마 포인도트 부인이 음독 자살하려다가 구조된 것이다. 그녀는 깨어나자마자 '딸아이를 부활시킬 수 있다. 지상과 지하의 왕에게 검을 바치면 모두가 다 죽어도 부활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며 떠들고 다녀 도시를 혼란에 빠뜨린다.

티르는 그녀가 찾는 검이 바로 마차 사고에서 발견된 소년의 검이라고 추측한다.

이야기는 곧 죽은 자의 부활, 그리고 인류의 종말이라는 거대 담론까지 확대한다.

약혼녀를 잃은 늑대인간 케이토, 주인을 잃은 난쟁이 검사 마하단 쿤, 그리고 소중한 딸아이를 잃은 포인도트 부부까지 '죽음'의 상처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슴에 새긴 이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헤어나올 수 없는 상처로 인해 괴로움의 나날을 보내는 중에 '부활'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개인적 관점임을 전제하고 말하는데 결혼식에서 상용되는 저 유명한 문구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는 헛소리계의 공작쯤 되는 헛소리다. 갈라놓다니. 죽음만큼 확실하게 두 사람을 결합시키는 것도 드물다."

"나는 허기에 찬 시선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산머리에 기대어 누운 왼쪽 하늘에는 아직 밤의 생기가 남아있었지만, 오른쪽 하늘은 새하얗게 시들어 있었다. 내 살인자의 얼굴을 덮어주던 친절한 밤이 시들고 있다."

원고지 1900매에 이르는 이 소설은 20시간 분량 오디오북으로도 제작됐다.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7월에 공개된다. 532쪽, 1만5800원,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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