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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결산⑥]장현수·김민우, 지옥을 다녀 왔다

등록 2018-06-28 08:43:15   최종수정 2018-07-10 09: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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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전 결정적 실수로 패배 빌미 제공

도 넘은 비난에 심적 고통…월드컵 희생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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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모두가 예상치 않은 극적 반전드라마를 썼지만, 누군가에게는 쉽게 아물 것 같지 않은 상처로 남을 월드컵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과 최종전에서 2-0으로 이겼다.

대표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세계가 놀랄 만한 깜짝 승리를 만들어냈다.

앞서 1, 2차전에서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2패를 안으며 팬들의 원성을 샀지만 최종전에서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하는 반전드라마를 썼다.

독일전에서마저 무기력하게 패할 경우 귀국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사력을 다한 경기로 성난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독일전 극적인 승리에도 불구, 옅은 미소조차 짓기 힘든 선수가 있다. 장현수(FC도쿄)와 김민우(상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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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수
이들은 앞선 두 경기에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팬들의 집중포화 대상이 됐다.

장현수는 스웨덴과 1차전에서 팀 동료의 부상을 불러 온 패스 미스와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과정에서의 실수로 팬들의 질타를 받기 시작했다.

2차전 멕시코와 경기에서는 결정적인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고, 의욕만 앞선 슬라이딩으로 두 번째 실점을 막지 못했다.

김민우는 스웨덴전에서 부상 당한 박주호를 대신해 급히 투입됐다가 무리한 태클로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해 비난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절치부심, 2차전 선발로 출장했지만 수비에서 아쉬운 장면을 드러냈다. 기대했던 공격 가담도 눈에 띄지 않으면서 또 한 번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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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장현수와 김민우에 대한 비난은 일파만파 커졌다. 특히 장현수에게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도가 지나친 인신공격성 막말로도 모자라 가족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을 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현수는 독일과 경기에 기존 포백 라인이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나서 포백 앞을 수호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앞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었다. 수비에 비중을 두고 잠시도 멈춰 서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후반 막판에는 공격에도 적극 가담하며 기적적인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가 끝난 뒤 장현수는 기쁨 대신 그 동안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케 하는 장면이다. 김민우도 최종전에 나서진 못했지만 가슴을 졸이며 동료들의 경기를 바라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두 선수는 당장 대회에 열중하느라 한국에서 일고 있는 자신들을 향한 비난 여론을 체감하지 못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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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장현수는 독일 전을 마치고 "1차전, 2차전이 끝나고 인터넷을 전혀 보지 않았다. 안 본 게 나한테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심적으로 힘들었던 건 사실이지만 팀원,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버틸 수 있었다"는 심경을 밝혔다.

독일전 승리로 인해 두 선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다소나마 줄어든 분위기다. 그렇다고 이들을 향한 시선이 당장 격려의 눈빛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태용 감독은 독일전을 통해 한국 축구의 한 줄기 희망을 봤고,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했다.

두 선수 모두 자신들이 저지른 실수 이후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더욱 이를 악물었다.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독일전 승리에는 분명 이들이 흘린 땀과 눈물도 깃들어 있다.

 실수를 보듬고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줘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이번 실수를 성장통 삼아 한국 축구 발전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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