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⑦]독일 잡았으나 16강 불발 신태용 감독, 남을까 떠나나
신 감독은 지난해 7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으로 A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월드컵을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만큼 수석코치, U-23 대표팀 사령탑으로 꾸준히 선수들을 지켜본 신 감독이 적임이라고 판단했다. 이란, 우즈베키스탄전 무승부로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신 감독은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설과 그해 10월 유럽 원정 2연전 완패 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으로 분위기를 바꾸더니 크고 작은 걸림돌들을 극복하고 무사히 러시아에 입성했다. 하지만 16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꼽힌 스웨덴전에서 한국은 0-1로 패했다. 지나치게 수비 위주의 경기를 치른 것이 화근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수준급 공격수로 손꼽히는 손흥민(토트넘)은 수비에 치중하느라 정작 역습 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감독의 상황 대처 능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멕시코와의 2차전도 실망스러웠다. 스웨덴전보다 활기를 띄긴 했지만 결과는 1-2 패배였다. 세계 최강 독일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둔 것을 떠올리면, 앞선 두 경기를 맥없이 내준 것은 두고두고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 감독은 전략의 열세를 변칙으로 만회하려 했다. 전술을 숨기기 위해 평가전에서도 조직력 다지기보다는 실험에 집중했다. 스웨덴전에서 김신욱(전북)을 최전방에 두고 나머지 선수들에게 수비를 맡겼고, 멕시코전에서 이재성(전북)을 선발 투톱으로 기용했다. 친선전에서도 볼 수 없는 장면들이다. 세트피스 또한 실전에서 활용한다면서 철저히 감췄다. 주 전술을 조기에 확정하지 못한 것은 비효율적인 선수 구성으로 이어졌다. 신 감독은 3백과 4백을 혼용하겠다며 5명의 센터백을 러시아로 데려왔다. 하지만 정작 3백은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다. 5명 중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FC도쿄), 윤영선(성남) 뿐이다. 장현수의 부진이 아니었다면 윤영선의 출전도 없었을 것이다. 신 감독의 계약기간은 다음 달까지다. 7월에는 A대표팀의 일정이 없는만큼 계약이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위원장 김판곤)는 신 감독의 행적을 면밀히 검토해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독일전 승리로 연임의 여지가 남은 것은 사실이지만 1, 2차전 실패와 크고 작은 패착들은 마이너스 요인이다. 다만 감독을 교체할 경우 차기 사령탑이 부임 5개월 만에 아시안컵(2019년 1월)을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러시아월드컵 모두 대회를 1년여 앞두고 사령탑을 교체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점도 고려 해야할 전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