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으로 도발한 현대미술 거장 니키드 생팔...서울 첫 전시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 127점 공수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사진 촬영 가능"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세상의 모든 ‘나나(Nana)’를 위한 외침이었다. 자유분방한 여성이나 뚱뚱하고 다채로운 여성의 모습을 한 '나나'는 남성들이 가진 관념적인 미의식을 뒤집었고, 여성의 존재 자체가 가진 위대함과 자연스러움을 대중들에게 알렸다. 1960년대 풍만한 체형의 여성을 모델로 한 '나나' 연작으로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한 니키드 생팔(1930~2002)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볼수 있는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열린다. 니키드 생팔은 권력에 대한 저항의식과 개인적 상처를 바탕으로 한 모성과 여성성의 도발적인 표현 등을 통해 미술사적으로 크게 평가받는 프랑스 출신 누보 레알리즘(Nouveau Réalisme)작가다. 화가, 설치작가, 조각가, 영화감독,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로운 예술혼을 불태우며 여성으로서의 굴레를 뛰어넘고자 했던 누보 레알리즘(Nouveau Réalisme)작가, 니키드 생팔의 작품이 서울에서 펼치는 대규모 단독 전시다. 2006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전시에 이어 12년 만에 열린다. .
127점을 선보인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전은 생전에 작가와 직접 교류한 일본 ‘니키 미술관’ 요코 마즈다 시즈에 전 관장의 소장품전이다. 시즈에 관장은 니키 드 생팔 작품 '연인에게 러브레터'를 보고 "1960년대 니키가 쏜 총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내 가슴에 꽂혔다”라고 할 정도로 강력한 인상을 받았다. 50살의 일본의 평범한 주부였던 요코 마즈다는 니키 드 생팔과의 동질성을 느끼며 그녀의 작품에 꽂혔고 그녀의 작품만을 수집했다. 각종 매체에 니키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했고 개인적인 고민부터 작업에 대한 그림편지를 교환하며 서로에게 가졌던 우정과 믿음을 보여준다.이후 도기치현에 니키 미술관까지 건립했다. 니키 드 생팔 또한 일본 교토에 처음 방문하여 받은 영감을 '부처(Buddha)'로 형상화하는 등 생애 마지막에 이르는 20여 년간 교류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았다. 단순한 회고전틀을 깨기 위해 이번 전시는 니키 드 생팔과 컬렉터인 요코 마즈다 시즈에와의 인연과 우정의 이야기로 꾸몄다. 시즈에 관장의 아들 쿠로이와 마사시아, 그의 아내이자 '니키 드 생팔 x 요코 마즈다'를 집필한 쿠로이와 유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니키 드 생팔과 요코 마즈다 시즈에가 나눈 예술가와 컬렉터의 열정과 사랑을 느껴볼수 있다.
◇니키드 생팔은 누구?...미술로 상처를 극복한 작가 니키 드 생팔(본명 캐서린 마리안느 팔 드 생 팔)은 1930년 10월 29일, 프랑스 귀족 가문 출신 은행가 아버지와 부유한 미국계 가문의 어머니 사이의 5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공황의 여파로 급격히 가세가 기울면서, 어린 니키는 조부모님 댁으로 보내져 3년 동안 생활했다.1937년에는 가족과 함께 뉴욕 이스트 스트리트 88번지 아파트로 이사했고, 이 때부터 니키(Niki)라고 불리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자연스럽게 미국과 프랑스 추상회화의 영향을 받아 1960년대 현대미술에서 누보 레알리즘 Nouveau Réalisme의 유일한 여성작가로 인정받으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다. 니키 드 생팔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받은 성적 학대와 결혼 생활에서 강요받은 가부장적 여성성 등 권위에 굴복하는 경험들이 이어져 우울증까지 겪었다. 이러한 고통과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받기 시작한 미술치료가 계기가 되었고 마침내 ‘니키 드 생팔’로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니키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이 느꼈던 정신적 억압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 예술의 힘을 대중들과 나누고 싶어했다. 초기에 석고로 감싼 오브제를 그림화면에 붙인 후, 그것들을 향해 쏘는 사격회화 작업을 주로 했다. 1961년 '사격회화 shooting painting'를 통해 현대미술계에서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여성에 대한 물리적 폭력과 남성 중심적 환경에 의한 정신적 폭력을 고발한 퍼포먼스 형식의 작품이다. 이 후 화려한 색채와 활력 넘치는 이미지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나나Nana'연작 작업에 주력했고, '나나' 작품들은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되어 모성과 여성성의 상징으로 사랑받았다. 이외에도 예술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했던 니키는 1970년대 후반부터 2002년 사망할 때까지 오랜 세월동안 작업해서, 일생의 꿈이었던 '타로공원 The Tarot Garden'이라는 기념비적인 조각공원을 남겼다. 신화와 전설을 혼합한 상상력으로 지어낸 타로 공원은 환상적인 문화공간으로 대중들에게 치유와 기쁨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전시 '마즈다 컬렉션'의 회화, 일러스트, 조각 작품들은 제작된 지 50여 년이 지났음에도 보관 상태가 매우 우수하다. 이는 작가와의 우정을 간직하며 작품을 소중히 다룬 소장자 요코 마즈다 시즈에의 유지를 받든 아들 쿠로이와 마사시의 정성어린 작품 관리가 있어 가능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색유리 조각으로 모자이크 작업한 '부처'와 '해골'은 지금까지도 깨지거나 손상된 조각 없이 크리스탈의 영롱한 빛을 자랑하고 있다. 또한 작품 높이가 약 2.8m 너비가 3m 이상인 '그웬돌린(Gwendolyn)', '빅 헤드(Big Head)', '부처'는 안전한 운반을 위한 포장으로 그 크기가 더욱 커졌지만, 한가람미술관 장치반 입구를 확장 공사하면서까지 공수한 작품이다.
전시는 과거 유럽 등지에서 개최되던 수많은 회고전과 달리 주제별로 작품을 구성하여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개인적 상처와 치유 ▲만남과 예술 ▲ 대중을 위로하는 상징으로 구분, 니키 드 생팔의 일생을 관통하는 주제를 내보여 관람객들에게 그녀의 삶과 예술을 더욱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관람하면서 전시장 내 모든 작품을 촬영할수 있다. 소통과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니키드 생팔의 자유분방한 작가 정신에 따라, 관람객들이 원색의 강렬한 니키 드 생팔의 작품 안에서 자유롭게 관람하고 감상의 기쁨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쌍방소통의 전시가 되도록 했다. 예술의전당은 "이번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에서 최상의 작품 상태로 관객들을 맞이하며 카메라에 담는 사진뿐 아니라 작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진품 감상을 통한 감동까지 관객들이 오롯이 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9월 25일까지. 관람료 6000~1만4000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