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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의 맛볼까]20년 넘게 사랑받는 손맛…건대입구 '무등산 닭 한 마리'

등록 2018-07-25 10:20:02   최종수정 2018-07-30 09: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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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한때 큰 인기를 누렸으나 이제는 추억 속으로 떠난 별미가 '닭 한 마리'다.

하지만 '껍데기가 사라지니 알짜배기만 남는다'는 말이 실감 나는 곳이 있다. 인기 부침 없이 닭 한 마리 요리로 오랜 세월 사랑받는 곳, 바로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서울 광진구 화양동 먹자골목에 자리한 '무등산 닭 한 마리'다.

전남 나주시에서 직송한 튼실하고 알찬 생닭을 여러 조각으로 쪼개 육수에 넣고, 닭고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버섯·대파·감자·배추 등 각종 채소를 가득 넣은 뒤 팔팔 끓여 먹는 요리다. 육수는 이 집에서 직접 세제 없이 물로만 깨끗이 씻은 닭발과 강원산 엄나무, 황기 등을 넣고 하루 넘게 푹 고아 만든다. '삼계탕급' 정성을 들여 만드는 셈이다.

잘 익은 채소를 먼저 먹고, 소가 꽉 찬 만두와 탱탱한 가래떡을 입에 넣는다. 한참 행복해하며 먹는 사이 닭고기가 익는다. 이제 비로소 먹을 때다. 한 조각을 건져 특제 소스에 찍어 먹는다. 쫄깃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새콤하면서 감칠맛 나는 소스와 어우러지며 황홀감을 선사한다. 소스에 부추를 가득 넣어 먹으면 더욱 맛깔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닭 한 마리는 1~2인용 3만원, 2~3인용 4만5000원, 3~4인용 5만원이다. 처음 이 집을 찾은 젊은 손님 중에는 "비싸다"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랜 전통과 풍성한 노하우와 녹아 흐르는 '보약'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싼 가격이다. 

이 집은 1997년 문을 열어 20년 넘게 터를 지켜오고 있다. 지금 가게는 2013년 2층으로 리모델링했다.

이옥희(60) 사장은 한때 이 지역에서 음식점 11개를 운영하고, 상가 번영회장을 7년 동안 지내고 있는 '요식업계 거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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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하루는 주방에서 맛을 지키고, 엿새는 홀에서 손님에게 직접 서빙을 한다. '미각의 고장' 호남(전남 화순군) 출신다운 손맛으로 메인 요리인 닭 한 마리는 물론 함께 넣어 끓여 먹는 만두, 닭 한 마리를 모두 먹은 다음 그 맛을 화룡점정하는 칼국수나 죽까지 예술적 경지의 멋을 이뤄낸다. 사장이 조리부터 서빙까지 모든 것에 관여하는 덕에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맛이 한결같을 수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 제안이 잇따랐지만 모두 거부한 이유가 지점에서 그 맛을 유지할 자신이 없었다"는 이 사장의 말에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가게를 오래 운영하다 보니 손님 중에는 가족도 많다. 20대에 즐겨찾던 고객이 40대가 돼서도 찾는다. 이제는 10대가 된 자녀를 동반하기도 하고, 배우자와 단둘이 찾아 데이트하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언젠가 닭을 둘러싼 각종 사태가 이어지는 데 지친 이 사장이 SNS에 "이제 닭 한 마리 집을 접고, 가게는 임대돼 줘야겠다"고 말하자 벌떼같이 일어나 반대한 사람들도 무려 수백 명에 달하는 단골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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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를 가득 넣어 특별한 맛과 영양을 이뤄낸 '녹두 닭 한 마리'(1~2인 3만5000원), 경동시장에서 들여온 각종 한약재를 넣어 보약 한 첩을 먹는 수준의 '궁중 닭 한 마리'(〃3만원) 등 닭 한 마리의 다른 버전과 '닭 볶음탕'(〃3만원), 이 집에 '원조'인 '묵은지 닭 볶음탕'(〃3만5000원), 감자와 함께 호박을 넣은 '호박 안동찜닭'(〃3만원), 지난 초복에 없어서 못 판 '삼계탕'(1만5000원) 등 맛있고 영양가 높은 닭 요리도 다양하게 준비한다. 칼국수 2000원, 만두사리 4000원, 떡사리 3000원. 비빔 공깃밥 2000원이다.

1층 입식 테이블 27개, 2층 좌식 테이블 30개 등 총 200여 석에 달한다. 설이나 추석에도 안 쉬는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영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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