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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분단, 국가이념과 개인신념의 충돌···스파이 영화 '공작'

등록 2018-08-01 14:58:17   최종수정 2018-08-13 09: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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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첩보극에 목말라 있던 관객들의 갈증을 풀어줄 영화가 나왔다. 올 여름 화제작 '공작'이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군도:민란의 시대'(2014) 등을 연출한 윤종빈(39) 감독의 신작이다.

새로운 한국형 첩보물이다. 남으로 내려온 북의 공작원, 즉 남파 간첩이 소재가 된 적은 있으나 북으로 잠입한 남측 스파이를 그린 영화는 없었다. 실제로 남과 북 사이에 벌어진 첩보전의 실체를 현실적으로 그렸다.

'007'과 '본' 등 할리우드 첩보 액션 시리즈물과 궤를 달리한다. 화려한 액션이나 격투신이 없다. 인물들의 치열한 논쟁, 심리전만 있을 뿐이다. 탄탄한 스토리가 배우들의 열연과 어우러지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영화 배경은 북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 위기가 고조된 1993년이다. 육군 정보사 소령으로 복무하던 '박석영'(황정민)은 안기부에 스카우트된다.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 실체를 캐기 위해 북의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박석영은 대북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 주재 북 고위간부 '리명운'(이성민)에게 접근한다. 수 년에 걸친 공작 끝에 리명운과 두터운 신의를 쌓고 북한 권력층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한다. 박석영은 안기부 사상 가장 성공적인 공작전을 수행하고, 북핵의 실체에 한 발 다가선다.

하지만 1997년 대선 직전 남측 수뇌부가 북의 고위급과 접촉하려는 낌새를 알아차리고 혼란을 느낀다. 조국을 위해 굳은 신념으로 모든 것을 걸고 공작을 수행한 그는 걷잡을 수 없는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은 찾아보기 어렵다. 윤 감독은 실화를 바탕으로 스파이의 복합적인 초상을 그려냈다. 서서히 움직이는 카메라 앵글과 조명 등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과 표정에 초점을 맞췄다. 신분을 위장한 박석영이 정보를 캐내는 순간,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과장 '정무택'(주지훈)이 박석영을 의심하는 순간 등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황정민(48)·이성민(50)·조진웅(42)·주지훈(36)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극의 몰입도을 끌어올렸다. 황정민은 치밀한 스파이와 평범한 사업가의 서글서글함을 오가며 극을 탄탄하게 이끌었다. 이성민·조진웅·주지훈도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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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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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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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주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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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 황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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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왼쪽), 이성민
윤 감독은 데뷔와 동시에 영화계에서 주목받았다. 데뷔작이자 첫 장편영화인 '용서받지 못한 자'는 2006년 제59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공작'으로 12년 만에 다시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지난 5월19일 막을 내린 제71회 칸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았다.

윤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남과 북이라는 한반도 비극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우리는 싸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존하는 유일한 분단 국가에서 벌어진 첩보전, 여기에서 피어난 휴머니즘은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국가의 이념과 개인의 신념이 충돌할 때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남북 관계와 분단 현실을 반추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8일 개봉, 137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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