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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충분히 있을법한 상황, 그래서 더 무섭다···영화 '목격자'

등록 2018-08-09 11:12:00   최종수정 2018-08-20 09: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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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격자'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이웃 사람'이라는 말이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세상이 각박해지다보니 옆집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사는 남녀가 많다.

 '목격자'는 자신과 가까이 사는 이웃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내 집 근처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살인현장을 목격했으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진다.

 '상훈'(이성민)은 아파트에서 아내 '수진'(진경), 딸과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 어느 날 회식으로 늦게 집에 들어온 상훈은 여자의 비명을 듣는다. 놀라서 베란다로 나갔다가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상훈이 경찰에 신고하려는 순간, 연쇄살인범 '태호'(곽시양)와 눈이 바로 마주친다. 태호는 아파트 층수를 세고 그때부터 상훈은 범행 타깃이 된다. 발신인을 알 수 없는 전화가 걸려오고 키우던 강아지가 실종되는 등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형사 '재엽'(김상호)은 목격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상훈을 비롯한 아파트 주민들은 외면한다. 재엽은 상훈을 추궁하지만 아내와 딸을 지키기 위해 살인사건을 방관한다. 주민들은 살인사건의 언론보도도 꺼려하며 아파트값이 떨어질세라 전전긍긍한다.

목격자는 없고 경찰 수사가 제자리를 맴돌면서 태호는 기고만장해진다. 대범한 범죄 행각을 벌이고 상훈을 계속 위협한다. 상훈과 태호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팽팽한 긴장감을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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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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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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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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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
올 여름 개봉하는 유일한 스릴러다. '낙타는 말했다'(2009), '그날의 분위기'(2016) 등을 연출한 조규장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조 감독은 흔한 소재를 흔하지 않게 풀어내기 위해 스릴러 영화의 전형성에서 탈피했다. 극 초반부터 범인 얼굴을 공개해서 범인이 누구이고, 왜 범행을 저지르는지 등을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대신 상훈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한다. 그가 '살인사건의 목격자'라고 밝히는 순간 벌어질 일, 경찰이라는공권력이 상훈의 가족을 보호해줄 수 있는지 등을 살피게 된다.

아파트에 투영된 현대인의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아파트는 단순 주거공간이 아니다. '아파트 공화국'인 한국민의 60%가 아파트가 살고 있으며 훌륭한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아파트는 어둡게 그려진다. 인간소외, 물질만능주의,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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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현실적이다. 이성민(50)은 절박한 상황에 처한 캐릭터에 완벽히 스며들었다. 김상호(48)·진경(46)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곽시양의 살인마 연기다. 이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를 13㎏ 불린 상황에서 고된 액션신을 소화하고 강렬한 서스펜스도 완성해냈다.

아파트 한복판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지만 목격자가 없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도울 확률이 낮아진다는 '방관자 효과'(제노비스 신드롬)와도 맞닿아있다.

범죄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이웃의 무관심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겪은, 현실에 있음직한 이야기로 색다른 공포를 안긴다. 15일 개봉, 111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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