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모여 운명이 된 그녀, 패티 스미스 '몰입'
하지만 공연장의 분위기는 내내 타올랐다. 정신혁명에 필요한 무기로 곧잘 비유하는 기타를 직접 둘러맨 그녀는 전사처럼 보였다.핵폭탄(bomb)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하며 '피서블 킹덤(Peaceable Kingdom)'을 부르고, 자유를 설파하며 들려주면서는 '뱅가(BANGA)'와 '로큰롤 니거(Rock'n'roll Nigger)'를 울부짖었다. 스미스를 '인간성 회복을 노래하는 회색도시의 구도자'로 정의한 DJ 겸 칼럼니스트 김광한(1946~2015)은 "시인이고 화가, 작가이기도 한 스미스는 공연에서 자주 시를 읊으며 관객과 하나가 된다"고 했다. 실제 스미스는 공연에서 무당 같기도, 교주 같기도 했다. 스미스가 시인, 화가이고 무당, 교주 같은 이유는 순간순간 받은 영감으로 몸과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걸 찾다가 우연히' 번역 출간된 그녀의 산문집 '몰입'을 여는 첫 문장도 같은 맥락이다. 언제나 글감을 찾아 헤매는 스미스는 우연한 일상에서 창작의 실마리를 건져 올린다. 책에서 스미스는 알베르 카뮈의 집에 머물며 그가 마지막까지 집필하던 미완성 원고를 읽는다. 그러면서 '써야만 한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책의 원제는 '디보션(Devotion)'이다. "우리말 번역본의 제목 '몰입'도, 책의 두 번째 장에 실린 단편소설의 제목인 '헌신'도 모두 '디보션'을 번역한 말"이다.
옮긴이 김선형씨는 "이 순례의 여정을 패티 스미스가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는 점은 중요하다"면서 "우연이 모여 운명이 되고 그 운명이 패티 스미스를 자신의 창작물로 이끈다"고 짚었다. 152쪽, 1만3000원, 마음산책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