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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환자 70명 '고셔병' 아시나요…불치병에서 관리가능한 병으로

등록 2018-10-02 07:10:00   최종수정 2018-10-15 09: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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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매년 10월1일은 '세계 고셔의 날'이자 1882년 고셔병을 처음으로 기술한 필립 고셔 박사의 생일이다. 유럽 고셔병 환자 지원단체인 EGA가 고셔병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치료 환경 개선에 대한 중요성을 전달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방영된 드라마 주인공 딸이 고셔병 진단을 받았다는 설정으로 나와 대중들 사이에서 '소아 난치병'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국내 환자는 50~70명 정도에 그쳐 주변에서 고셔병 환자를 쉽게 볼 수 없다. 고셔병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고 어려운 질병이다.

 ◇소아부터 성인까지 나이 관계없이 증상 나타나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리소좀 축적 질환(LSD)의 한 종류다. 인체 내에서 세포를 분해하는 효소인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가 결핍돼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유전자 이상으로 분해되지 못한 당지질 세포가 간, 비장 등에 과도하게 쌓여 간 또는 비장 비대, 멍, 코피 등의 출혈 증상과 골통, 관절통, 고관절 무혈성 괴사와 같은 골격 이상 등이 주로 나타난다. 특히 영유아 환자들은 성장 지연, 복부 팽창 등 눈에 띄는 신체 변화를 보인다.

고셔병은 증상과 진행 과정 등에 따라 제1형, 제2형, 제3형으로 구분된다. 제1형의 경우 가장 흔한 형태로 환자의 90%가 이에 해당한다. 신경계 합병증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제2형은 신경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생후 1년 이내 영아기에 발병해 대부분 3세 이전에 사망한다. 제3형은 제1형과 제2형의 복합형이다. 혈액 및 골격 이상, 신경계 합병증이 모두 나타나지만 제2형보다 질환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특징이다.

 ◇환자마다 병 진행 속도·증상 달라 진단 어려워…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가장 중요

전세계적으로 고셔병은 인구 4만~6만 명당 1명 꼴로 발병하는 희귀질환이다. 현재 국내 고셔병 환자수는 약 7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 총 인구수는 약 5000만 명이므로 국내 환자는 830~1250명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인종 간 유전자 차이에 따른 유병률 차이가 있지만 확진 받지 못한 환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토록 추정 환자수와 실제 집계된 환자수 간 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진단의 어려움 때문이다.

고셔병 진단을 어렵게 만드는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다양한 증상이다. 고셔병 관련 증상들은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고셔병이라고 확진할 수 있는 특정 증상도 아니다. 개개인의 건강 상태, 질환 진행 과정 및 속도 등에 따라 혈액 관련 증상만 나타나거나 골격 관련 증상만 나타날 수도 있다. 심지어 특별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몸에 이상을 느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진단을 받더라도 희귀질환으로 인식이 부족한 탓에 다른 질환으로 오진을 받아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셔병은 빠른 진단을 통해 부족한 효소를 규칙적으로 채워주면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하다. 오히려 치료 시기를 넘기면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평생 치료 필요…완치는 안되지만 관리는 가능

고셔병은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가 지속되면 심각한 증상 없이 일상 생활이 가능한 질병이다. 처음 개발된 치료법은 선천적으로 효소가 부족한 환자를 위해 대체 효소를 보충하는 것이다. 1990년대 효소치료제를 이용한 효소대체요법(ERT)의 등장으로 '불치병'이었던 고셔병은 이제 '관리가 가능한 병'으로 바뀌었다. 효소대체요법은 '글루코시다아제'라는 대체 효소를 정맥주사 형태로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법으로, 환자는 2주에 한 번 규칙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해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는 경구용 치료제인 기질감소치료제(SRT) '세레델가'(성분명 엘리글루스타트)가 개발돼 치료 편의성이 높아졌다. 사노피 젠자임의 세레델가는 2014년 미국 FDA로부터 승인받았고 국내에는 2015년 11월 출시됐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유일한 경구용 고셔병 치료제다. 
 
세레델가의 출시로 평생 2주마다 내원해야 했던 환자들이 하루 1~2회 경구제 복용으로 스스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세레델가는 저분자물질이라 체내 각 조직으로 효소 분포가 잘 전달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국내 환자들에서도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빠르게 전환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고셔병은 약 30여 년 전만 해도 불치병이라 불릴 만큼 치료 옵션이 없었으나 경구제를 통해 일반인과 비슷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며 "치료 환경은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의 질환 인지도는 낮은 등 사회적으로 질환 인식 개선을 통해 국내에서도 빠른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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