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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車산업]부품사 줄도산 시작됐나…전후방산업도 휘청

등록 2018-10-07 06:26:00   최종수정 2018-10-15 0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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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차협력사 이어 중견 부품사들 쓰러져

울산 국가산단 가동률 52%…신용등급 악화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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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뉴시스】고석중 기자 = 31일 오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방침에 따라 폐쇄된 한국지엠 군산공장 내부가 텅비어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2018.05.31. (사진=독자 제공)[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1. 지난 6월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 '리한'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300곳에 이르는 현대차 1차 협력사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2. 지난달에는 중견기업 다이나맥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금문산업, 이원솔루텍 등 굵직한 부품사들도 쓰러져 줄줄이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사 줄도산이 이제 시작된 것 같다"며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문을 닫고, 현대·기아차의 판매가 위축되며 폐업위기에 내몰리는 부품사들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부품 협력사들과 전후방 연관산업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의 생산·내수·수출이 수년째 역성장을 이어가면서 부품사 등 완성차 협력사들과 자동차 전후방산업이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에 이어 석유화학으로 위기가 옮겨가며 한국의 대들보 산업 전반에 위기가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자동차는 올해 3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밑돌았고, 한국지엠 역시 지난 2월 군산공장 폐쇄 후 좀처럼 판매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 역시 9월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44.3% 감소했고, 쌍용차도 전년대비 18% 판매 감소세를 나타냈다.

 완성차의 실적악화는 부품업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의 50인 미만 사업체 가동률은 2014년 80.3%에서 지난해 52.0%로 하락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아닌 외부감사 대상 자동차 부품사 100곳 중 31곳이 올 상반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조사대상 기업 중 지난해 상반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한 기업이 21곳이었고, 2년 연속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11곳 중 6곳의 적자 폭은 더 커졌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이 3.8% 줄었고, 영업이익은 49.2% 줄었다. 완성차업체들의 생산· 판매 위축이 고스란이 부품사의 수익 악화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올해 상반기 자동차산업 정기 평가 결과 자동차업종 15개사 중 성우하이텍이 'A'에서 'A-'로, 부산주공이 'BB-'에서 'B+'로 각각 한 단계 하향 조정됐다. 현대위아의 경우 등급은 'AA'를 유지했지만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성우하이텍과 부산주공은 모두 현대·기아자동차에 부품을 조달하는 협력사이며, 위아는 현대차그룹의 부품계열사다.

 성우하이텍의 경우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에 따른 영향과 신규 투자한 해외법인들의 성과 지연 등으로 수익창출력이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과중한 재무부담이 완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중국법인들의 실적 저하 역시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산주공 역시 현대차의 국내 공장 생산량 감소 여파로 공급물량이 줄어들면서 수익창출력이 저하됐다. 생산 능력 이상의 과잉 투자가 이뤄져 재무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유휴부지 매각을 통해 차입금을 줄이려는 계획이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한국기업평가의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에서 자동차 엔진과 모듈, 파워트레인 계통의 부품을 담당하는 위아의 경우 디젤엔진, 누우 엔진 등 주요 제품들의 판매가 부진해 수익창출력이 약화됐다. 신규 공장 건설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지만,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으로 가동률 역시 저조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계열 매출 의존도가 높고, 주요 사업 아이템들의 수요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며 "단기간에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부정적 등급전망의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웅 책임연구원과 김봉균 평가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기아차의 내수 승용차시장 경쟁력은 회복됐지만 미국·중국시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이 심화되면서 전체적으로는 판매가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양사 합산 영업이익률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2017년에는 2.5%에 그쳤다"며 "현대·기아차의 재무역량이 아직까지는 우수한 신용도를 뒷받침할만한 수준이지만 저하된 수익구조 회복이 어렵다면 근본적인 사업경쟁력 약화를 만회할 수 없는 시점이 도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 등은 "국내 부품사들의 거래처 다변화 수준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현대·기아차와 연동된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하반기 들어서도 현대기아차의 판매 회복이 더디고 부품사들의 비우호적 영업환경 극복이 어렵다면 신용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파급효과와 일자리 영향이 가장 큰 분야"라며 "보호주역주의로 인한 글로벌 무역전쟁, 중국의 브랜드 중화주의 대두, 수입차들의 국내시장 잠식 등의 문제로 자동차 업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위기가 한국 경제 자체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수입 자동차에 대해 25%의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한국 자동차산업에 메가톤급 위기가 될 수 있다"며 "정부와 기업, 국민들이 함께 나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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