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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회의, 브렉시트 협상 2년 ‘제자리걸음’ 마무리하나

등록 2018-10-1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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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밍엄=AP/뉴시스】영국 버밍엄에서 지난 9월 30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집권 보수당 연례 당대회 행사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켓에 '브렉시트, 가치있는가?'라고 쓰여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발효일은 2019년 3월 29일이다. 2018.10.08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브렉시트의 협상 마감 시한으로 정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EU 정상들은 오는 17~18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영국과 EU의 미래관계에 대한 결단을 내릴 예정이다. 양측의 막판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대두한 가운데 EU와 영국이 결국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U·영, 막판 협상 급물살…타결까지 힘 받을까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지난 2년 간 영국과 EU는 지리한 제자리걸음을 반복했다. 전환협정도 없이 관계를 끝내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의 파국 가능성까지 대두했던 양측의 협상은 지난주 들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지난 9일 협상 상황에 정통한 EU 및 영국 측 외교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측이 합의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남은 일주일 간 논의를 지속한 이후 EU 정상회의 이전에 잠정 합의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도미니크 랍 영국 브렉시트부 장관은 같은 날 하원에서 “영국과 EU가 미해결 사안에 대한 실행 가능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어려운 협상의 마지막 단계”라며 “우리가 협상에 신경쓰고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가을 협상 타결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브뤼셀에서는 15일 EU 측 협상단이 모여 최종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이튿날인 16일에는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 회원국의 담당 장관이 모여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브렉시트 관련 안건을 정리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논의가 잘 되면 앞서 11월 특별 정상회의까지 열어 연장하려고 했던 협상 일정이 원래 계획대로 마무리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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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밍엄=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일(현지시간) 버밍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보수당 연례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8.10.02
내년 3월29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발효일에 맞춰 앞서 양측은 의회 승인 절차 등을 이유로 올해 10월 중순을 협상 마감 시점으로 목표했다.

◇EU, 체커스 계획 수용 여부가 관건

 지난 2년 간 영국과 EU의 협상 타결을 가로막은 쟁점은 크게 아일랜드 국경과 교역 문제, 분쟁해결 절차 등으로 나뉜다. 외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측은 이 중 아일랜드 국경 문제와 분쟁해결 절차에는 일부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앞서 북아일랜드만 EU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하자는 EU의 제안에 반박해 영국 전체를 2021년 말까지 EU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의 안이 시행될 경우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사이 국경이 강화돼 영국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논의 중인 타협안에는 아일랜드 국경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 않도록 영국 본토에서 이동하는 제품에 대한 규제와 점검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영국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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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AP/뉴시스】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일이 29일(현지시간)로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영국 독립당 관계자들이 유럽연합 탈퇴에 관한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을 축하하기 위한 케이크를 전시해놓고 있는 모습. 2018.03.29
분쟁해결 절차에 대한 이견도 어느 정도 합의를 봤다. EU는 그간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중재자 역할을 주장했으나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ECJ의 개입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유럽 측 외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EU와 영국이 분쟁해결 절차에 돌입하는 공동위원회를 출범하는 계획을 논의 중이다.

 관건은 메이 총리가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전략으로 내놓은 체커스 계획을 EU가 수용할 수 있을지다. 메이 총리는 지난 7월 총리 별장인 체커스에서 각료회의 끝에 EU 탈퇴 이후에도 공산품과 농산물 등에 EU와 동일한 상품 규제체계(common rulebook)를 유지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사실상 관세동맹에 일부 잔류하는 소프트 브렉시트 전략이다.

 EU는 이를 두고 유리한 규정만 적용하는 '체리 피킹’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메이 총리가 회원국 지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영국이 EU 회원국만 갖는 권리를 고르고 선택하려는 시도를 막는 것이 남은 브렉시트 협상의 우선순위”라고 못을 박았다.

◇英의회, 최종 협상안 승인 거부 가능성↑…2년 물거품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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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AP/뉴시스】 유럽연합의 미셀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대표가 28일 EU측 브렉시트 협정 초안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에서 120페이지의 문건을 들고 말하고 있다. 이 초안은 본격협상의 EU 측 지침이 된다. 2018. 2. 28.
브렉시트 협상에는 그러나 EU 정상회의보다 더 큰 난관이 남았다. 영국 및 유럽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것,

 메이 총리의 체커스 계획은 영국 내에서도 브렉시트에 반대한 야당 노동당 뿐 아니라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한 집권 보수당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은 체커스 계획이 영국의 미래 무역 협상 능력을 제한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수당 내에서는 총리 불신임 투표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메이 정부의 브렉시트 전략을 문제삼아 사퇴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정부의 협상을 두고 "정치적 교통사고" "자살폭탄 조끼" 등의 강경한 표현을 사용한 거센 비판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종 협상안에 대한 의회의 반대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지난 3일까지 실시된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메이 총리는 당의 신뢰를 회복하고 EU와의 협상에서 보다 단합된 전선을 내놓는 것을 목표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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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AP/뉴시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일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이 오는 2019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전 EU와 특별한 관계에 합의하지 않으면 EU 시장에 접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9일 파리에 있는 엘리제궁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고 있다. 2018.01.21
그는 “우리는 협상의 가장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용감하고 끈끈하게 뭉친다면 영국에 좋은 협상을 도출할 것을 알고 있다”고 보수당의 단합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영국 최고의 날이 우리의 앞에 놓여 있으며 우리의 미래는 긍정으로 가득하다고 열렬히 믿는다”고 설득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그림자내각 브렉시트부 장관, 페니 모돈트 국제개발부 장관 등은 지난 9일 의회에서 정부의 브렉시트 전략에 대한 날선 비판을 계속했다.

 체커스 계획에 반발해 사임한 데이비드 데이비스 전 브렉시트부 장관은 “EU와의 공동규범을 고수하는 것은 (의회의)투표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현재의 궤도에 머무른다면 보수당 정부는 브렉시트의 이득을 전혀 보지 못하고 다음 선거를 맞게 될 것"이라며 “국민투표와 랭커스터 연설을 통해 약속한 브렉시트 전략은 (체커스 계획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 장관과 함께 사퇴한 스티브 베이커 전 브렉시트부 정무차관은 최근 “보수당 하원의원 중 최대 80여명이 메이 총리의 계획에 반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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