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증권거래세 논란]외환·금융위기때 증권거래세 폐지 안된 이유는?

등록 2018-11-11 05:00:0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정부, 연간 6조원에 달하는 세수 감소 이유로 난색…실제 폐지로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

외환·금융위기 때 증권거래세 폐지 및 양도소득세 도입 요구 나왔지만 재정당국은 '모르쇠'

세수 증대와 단기 투자 억제를 위해 현행 과세 방식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최근 증시 침체와 맞물려 주식을 매도할 때 손익과 관계없이 무조건 대금의 0.3%를 떼어가는 증권거래세를 인하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세수 감소를 이유로 증건거래세 폐지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로 증권거래세가 인하되거나 폐지가 될 수 있을 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도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증권거래세 폐지 요구가 빗발쳤지만 재정당국은 이 같은 요구를 왜 받아들이지 않았는 지 여부에도 궁금증이 증폭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거래세는 주식 또는 지분을 팔 때 부과되는 세금을 뜻하며 손익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부과된다.

증권거래세는 1963년 도입된 이후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1971년 폐지된 바 있다. 하지만 1979년 세수 증대와 단기 투기 억제를 위해 부활해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다. 상장주식에는 0.3%, 비상장주식에는 0.5%의 세금을 부과한다.

주요 선진국은 증권거래세 없이 이익에 대한 양도세만 존재하는 국가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난 40여년 동안 증권거래세 법정세율을 유지하면서 증시 활성화 혹은 과열 진작을 위해 탄력세율만 조정해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살때 세금을 내고 매수한 주식을 통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팔 때 세금을 내야 한다. 과거 고금리 시절에는 0.3%라는 세율이 크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1%대 저금리 시대에 0.3%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낸 증권거래세는 9131억원으로 기관 4314억원, 외국인 투자자 5967억원보다 많았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증권거래세 폐지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 정권 초창기 시절에 증권거래세 폐지 요구가 다수 나왔다. 김대중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노무현 정부는 2003년 카드대란,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을 때 증권거래세 폐지론이 불거졌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국의 양적 완화 시그널이 있은 직후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서 대거 이탈하면서 재정 위기가 발생했다. 이 때도 증권가에서는 투자 심리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시가 침체 돼 있을 때 소액 투자자들에 대한 과세 대상 제외,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 등이 증권거래세 폐지론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 흘러나왔다. 

이런 요구가 빗발칠 때마다 정부는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에 따른 어려움, 과세 시스템 미구축 등의 이유를 들며 증권거래세 폐지 요구를 번번히 묵살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세수 감소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크다. 정부 입장에서는 거래금액의 일정비율을 세금으로 징수하면 편하고 고정적인 세수 확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현행 방식을 변경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증권거래세로 4조7300억원을 거둬들였다.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 세수는 6조2828억원 규모다.

즉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경우 최대 6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정부가 포기해야 하는데 확장적 재정정책을 운용하는 정부가 이를 포기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인다.  

증권거래세 부과가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을 정부 역시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각종 이유를 들며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 등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있는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세수 증대와 단기 투기 억제를 위해 증권거래세를 현행 방식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부동산 거래를 할 때 복비가 높다는 이유로 거래량이 줄어들지 않듯 증시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단기 투자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이들이 증권거래세 부과에 대한 불만이 높지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이들은 증권거래세에 대한 불만이 적다는 데 근거를 둔다.

통행세 성격의 증권거래세를 남겨둬 더 많은 세수를 걷은 뒤 복지 정책 등에 활용하는 것도 좋고 증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정책 여력으로 남겨두는 것도 방법이라는 주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논란은 최근에 나온 것이 아니다. 몇십년전 부터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를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수 있었다"면서 "문제는 세금인데 정부 입장에서 4~6조원에 달하는 세금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양도소득세 도입 등에 따른 시스템 미비 등을 십수년전부터 증권거래세 폐지 불가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며 "시스템은 이미 갖춰져 있는데 만약 당장 폐지하는 것이 무리라면 단계적인 인하 등을 통해 폐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