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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말 걸자마자 울음부터…인간사 총망라된 수능 아침

등록 2018-11-15 11:12:01   최종수정 2018-11-15 19:2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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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 안팎 긴장·여유·눈물·웃음 교차

"만점 받을 것"이라며 여유 부린 수험생

기자가 말 걸자 울음부터 터뜨린 부모

시험장 착각에 당황, 지각 걱정에 혼란

다급한 나머지 봉사자에 "얼마에요?"

【서울=뉴시스】 사건팀 = 눈물이 있고, 웃음이 있다. 긴장이 있지만, 여유도 있다. 침착과 당황도 섞여 있다. 매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질 때마다 한바탕 벌어지는 한국적 풍경이다. 2019학년도 수능일인 15일도 다르지 않았다.

○…"이상하게 예감이 좋아요"

수험생 대부분 조용히 고사장으로 입실할 때 김찬기(19)군은 여유가 넘쳤다. 입실 마감 시간을 약 50분 남기고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에 도착한 김군은 "준비는 별로 안 했지만, 예감이 좋다"고 했다. 시험도 치기 전부터 "대학 가서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학생은 "수능 만점 받은 뒤 인터뷰를 할 거다"라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입실했다.

경복고 앞에서 만난 박은민(19)양은 "어차피 공부는 안 했다"며 "수험표 생겼으니 이걸로 '뽕'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은 "놀이공원도 가고 미용실도 가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볼 생각"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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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뉴시스】이병찬 기자 = 15일 충북 제천시 제천여고 2019학년도 대입 수능 시험장 앞에서 후배 여고생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2018.11.15.(사진=제천시 제공)  [email protected]
○…기자가 말 걸자마자 울음 터뜨린 학부모

더 긴장한 쪽은 부모였다. 무표정했던 수험생들과 달리 부모 얼굴에는 긴장감이 서려있었다. 수험생 자녀 앞에서는 티 내지 못하다가 돌아서면서 "사실은 내가 더 떨린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고등학교로 재수생 딸을 들여보낸 강경희(49)씨는 "전날 잠을 설쳤다"고 했다. 딸은 재수를 하기 위해 제주도에서 대치동으로 올라와 1년 동안 고시원 생활을 했다. 강씨는 딸을 배웅하기 위해 전날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왔다. 그는 "딸이 1년 동안 자취했어요. 정말 고생했어요.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으니까, 성적은 어떻게 나와도 상관 없어요"라고 했다.

여의도여고 앞을 서성거리던 한 학부모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울음부터 터뜨렸다. 익명을 요구한 이 학부모는 "오히려 딸이 '엄마 울지마'라며 위로해주고 갔다"면서 "숨도 못 쉴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 딸이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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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서울시교육청 15시험지구 1시험장에서  후배들이 수험생 선배를 응원하고 있다. 2018.11.15. [email protected]
○…'엇, 여기가 아니네' 3분 밖에 안 남았는데

매년 반복되는 수능 풍경 중 하나가 고사장을 착각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다. 올해도 있었다.

입실 마감이 3분여밖에 남지 않은 오전 8시7분, 한 여학생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 밖으로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이 학생은 입실해서야 자신의 시험장이 여의도여고가 아닌 영등포여고라는 걸 알았다. 울상이 된 학생은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8시11분으로 넘어가기 직전 교문을 통과한 학생도 있었다. 철문이 반쯤 닫혔을 때 여의도여고 앞 응원단 중 누군가가 "한 명 더 온다!"고 외쳤다. 이 학생은 전력질주했고, 응원단으로 온 후배들도 선배와 함께 뛰며 힘을 불어넣었다.

오전 7시58분께 서울 동작구 지하철 4호선 사당역 근처를 지나던 한 차에서 한 학생이 내렸다. 이곳에는 수험생 수송을 지원하는 트럭과 오토바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고사장인 동덕여고까지 길이 막힐 것처럼 보이자 오토바이로 갈아타기 위해 차에서 내린 것이다. 서둘러 자녀를 오토바이에 태운 어머니는 다급한 마음에 자원봉사자에게 "얼마를 드리면 되냐"고 물었다. 봉사자는 "됐다"며 서둘러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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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서울시교육청 15시험지구 1시험장에서 수험생이 시험전 기도하고 있다. 2018.11.15. [email protected]
○…한 글자라도 더

시험 전 마지막 순간까지 한 글자라도 더 보기 위해 노트에서 눈을 떼지 않는 수험생들도 있었다. 입실 마감을 약 50분 남긴 개포고 앞으로 검정 롱패딩에 황사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이 천천히 걸어왔다. 이 학생은 고개를 숙인 채 노트에 빼곡히 필기한 내용을 읽으며 정문을 지났다. 응원 소리가 요란했지만 전혀 동요 하지 않고 마지막 공부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삼수생이라는 김영주(21)씨는 손에 사회탐구 영역 모의고사 시험지를 들고 들여다보고 암기하며 고사장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올해는 동생과 함께 수능을 보게 됐다"며 "부모님은 다른 장소에서 시험보는 동생을 배웅하기 위해 가셨고, 혼자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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