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강남~김포 8시간 걸었다···도시 순례자의 에세이집
영화배우 하정우(40)는 27일 서울 서교동의 카페에서 열린 에세이집 '걷는 사람, 하정우' 출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너무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아서 영화 'PMC: 더 벙커' 촬영이 끝나고 쉬었다. 예전의 다짐이 떠올라 문학동네에 연락했다.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책 작업을 했다. 어떻게 주어진 시간에 가성비가 높은 휴식을 취할 수 있을지가 지난 7년 간의 가장 큰 화두였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걷기에 빠져들었다." 그에게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명상하고 자신을 돌보는 또다른 방식이다. "영화를 하면 현장 스태프를 포함해서 대략 1000명을 만난다. 정말 정신없이 산다. 무의식적으로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 그때의 감정을 일기장에 썼고, 걷기에 대해서도 쓰게 됐다." 자유로운 걷기를 위해 하와이에 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일상이 없는 것 같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굳이 하와이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와이는 걷기에 집중하고 충전할 수 있는 곳이다. 하와이 못지않게 한강 둔치에서 생활하고 있다. 1년 365일 대부분의 시간을 한강에서 보내고 있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글쎄, 언제부터였을까?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내가 오를 무대 한 뼘도 없었지만, 그래도 내 안에 갇혀 세상을 원망하고 기회를 탓하긴 싫었다. 걷기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것만 같았던 과거의 어느 막막한 날에도, 이따금 잠까지 줄여가며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지금도 꾸준히 나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 기쁠 때나 힘들 때나 골목과 한강변을 걸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걷기 노하우와 걷기 아지트,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 등이 담겼다. 296쪽, 1만5500원 "책은 아날로그 감성이 아니고 영원히 없어지지 말아야 할 필수품이라고 생각한다. SNS를 하지 않는다. 나만의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다." 23일 나온 이 에세이는 3쇄에 돌입하는 등 서점가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정우는 "내가 출연한 영화가 재미있는지 없는지를 잘 판단하지 못하는 것처럼 책은 더욱 모르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걷기를 하면서 일상 활동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전업 작가도 아니고 이런 작업에 익숙한 사람도 아니다. 행간에 숨어있는 진심을 읽어주길 바란다. 책을 썼다고 해서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한 일기장 같은 것이다. 그런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