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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나이트오프 이이언·이능룡 "귀를 열고, 유연해졌어요"

등록 2018-12-10 06:02:00   최종수정 2018-12-17 09:4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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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새 프로젝트 듀오 '나이트 오프(Night Off)'는 웬만큼 하면 본전이었다. 인디 신을 주름 잡는 모던록 밴드 '못(Mot)'의 리더 이이언(43)과 '언니네이발관'의 기타리스트 이능룡(40)이 만났으니, 결과물이 좋은 것은 당연. 대중은 자신들이 기대한 것 이상을 암묵적으로 원했다.
 
이이언은 "부담이 상당히 있었죠. '다들 참신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니, 진짜 참신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음악을 듣는 분들이 '애쓴 흔적은 보이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면 안 되잖아요. 애를 쓴 것은 보이지 않고 참신했으면 했죠. 하하." 이능룡도 "자연스럽게 들리되, 그 자연스러움이 거하지 않았으면 했어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이언과 이능룡은 인디 신의 톱 뮤지션들이다. 올해 중반 이들이 뭉쳤다는 소리에 홍대앞이 들썩였다. 인디 팬들에게는 이적(44)과 김동률(44)이 뭉친 프로젝트 듀오 '카니발' 사례 격이다.

최근 발매한 첫 EP '마지막 밤'은 팬들에게 기대 이상으로 부응했다. 지난 6월 선보인 더블 싱글 '리뷰'와 '오늘의 날씨는 실패다', 8월 '우린 매일매일', 10월 '예쁘게 시들어 가고 싶어 너와' 등 이미 증명된 곡들이 실렸다.

총 6트랙 중 신곡은 '잠'과 '해프닝'. '잠'은 공간감이 돋보이는 트랙이고, '해프닝'은 일부러 거칠고 낡은 느낌의 사운드로 만든 장르인 '로파이(Lo-Fi)' 풍의 아련한 정서가 일품이다.

이들이 앨범 작업 직전 가장 많이 들었던 팀은 뉴질랜드의 사이키델릭 밴드 '언노운 모털 오케스트라(Unknown Mortal Orchestra)'다. 나이트 오프 곡들을 초기 스케치하는 과정에서 이 팀의 노래를 다시 제대로 듣기 시작했는데, 본인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우리가 해오던 관성대로 하고 있더라고요. 제 방식과 능룡이의 방식을 조합시키면 '틀이 맞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방식 자체가 이미 낡았던 거예요."(이이언)
 
"꼭 있어야 할 요소가 적재적소에 있어서 유기적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죠. 그리고 서로 뭉치고 침범해서 새로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어요."(이능룡)

이이언은 "트렌디한 사운드에 맞춰서 가려고 했다기보다는 좋은 멜로디, 화성, 가사 등 기본 작업에 중점을 뒀다"고 소개했다.

나이트 오프 탄생의 씨앗을 심은 것은 2012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로 이름을 들어오다가 술자리에서 제대로 마주한 이 둘은 이후 언젠가 음악 작업을 같이 해보자는 약속을 했다. 5년여만에 이 약속이 성사된 것이다.

이번 작업을 하는 동안 두 사람은 건강해졌다. 이들의 이전 작업은 삶에 대한 통찰을 진지하고 심오하게 끌어올렸다. 나이트 오프에서 두 사람은 좀 더 자연스럽고 편안해졌으며 때로는 위트도 보인다. 나이트 오프는 '외출이 허용된 자유로운 밤'이란 뜻이다.

"언니네이발관도 마찬가지지만 못 같은 경우는 진지하고 심각했어요. 이런 부분들은 이미 못이나 언니네이발관에서 많이 했으니까 다른 것, 즉 심각하느라 들려주지 못한 것들을 해봤으면 했죠."(이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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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형이 좋아서 함께 하고 싶었어요. 대단한 걸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죠."(이능룡)
 
이번 프로젝트 작업은 개성 강하고 고집스럽기로, 즉 완벽주의로 유명했던 두 사람이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이이언은 "제가 좋아하는 방향이 있어요. 근데 그건 '나이트 오프'가 아닌 이이언의 음악이죠. 그런 식으로 방향을 설정하면, 우리 작업의 성격을 해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라면서 "둘이 각자 의견을 갖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관점이 잘 섞일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에 신경을 썼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능룡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다. "최근 '잠' 녹음에서 형의 보컬이 평소와 달라진 거예요. 제가 원래 좋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그대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처음으로 의견의 대립이 생겼어요. 일단 '형의 의견으로 갑시다'라고 했죠. 근데 마음 속으로 완전히 삭이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런데 일주일 지나니까 형 말이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제가 괜한 고집을 부린 거죠. 제가 보지 못한 것을 형이 볼 수 있다는 신뢰가 더 생겼어요."

이능룡의 신뢰를 받고 있는 이이언은 다양한 작업을 통해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최근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 RM(24)의 솔로 믹스테이프(비상업적인 앨범) '모노.'에 실린 '배드바이(badbye)'에서 노래를 불렀다.

"RM과 재미있는 작업을 했어요. 그 친구가 못의 피처링을 염두에 두고 만든 곡인데 못 감성이나 이이언의 감성을 이미 다 파악을 했더라고요. 글로벌한 스타랑 작업하는 묘한 경험이었어요. 국내와 해외, 인디와 메이저를 가리지 않고 정말 다양한 음악을 듣더라고요."

이능룡은 인디 신에 한 획을 그은 밴드 언니네이발관이 무기한 휴지기에 돌입한 상황이라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팀의 리더 이석원(47)은 지난해 은퇴 선언을 했다.

이런 변화의 시점에 나이트 오프가 두 사람에게 하나의 변곡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EP 발표로 시즌1을 마무리한 두 사람은 언제든 시즌2가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그 동안 음악 작업에서 책임감과 부담감이 컸어요. 솔직히 독선적인 부분도 있었고요. 제가 옳다고 강하게 믿는 부분을 다시 보게 됐어요. 음악적으로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유해졌죠. 판단을 내릴 때 조금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견해들에 귀를 기울이게 됐요. 주변 사람에 대한 고마움, 소통 해준 이들에 대한 감사함이 커졌죠."(이이언)

"저 역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됐어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관심을 갖게 됐고, 소통이 좀 더 쉬워진 느낌입니다."(이능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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