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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구본창 "청화백자 보며 오래된 것들 힘에 감복"

등록 2018-12-14 17:47:39   최종수정 2018-12-24 10: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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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 14일 개막

2014년 '푸른 빛에 물들다' 전시 본 후 작업 첫 공개

도자에 비움과 채움 순환 기호와 욕망 서정적으로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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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사진작가 구본창이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인전을 연다. 사진=안천호. 국제갤러리 제공)

【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청화백자를 만나 관찰하고, 탐구하고, 상상하고 사진으로 담기까지의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행복한 여정이었다."

사진작가 구본창(65)이 조선 청화백자를 다시 부활시켰다.

"조선 청화백자를 눈 앞에 두고서 현재의 언어로 다시 읽다 보니 오래된 것들의 힘에 절로 감복했다"는 그는 “모든 사진은 존재와 부재의 갈림길이다”라는 작가 자신의 말을 스스로 증명한다.

롤랑 바르트가 '밝은 방' 책에서 '모든 사진은 현존의 증명서다'라고 말했듯, 사진 매체의 속성 자체가 존재의 증명인 동시에 부재의 증거다.
 
그가 감복해 재탄생시킨 청화백자는 시공간을 초월한다. 백자의 앞, 뒤태를 살피는 도공의 손질이 감지될 듯한 분위기로 참하고 참신하게 전시장에 선보여 현대인들을 홀린다.

'청화백자' 신작을 선보이는 구본창 개인전이 14일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개막했다. 서울 삼청로 국제갤러리가 부산 수영구 옛 고려제강 F1963에 지난 8월 개관한 갤러리로, 이 전시가 첫 기획전이다.

 구본창의 이번 전시는 지난 2006년, 2011년, 국제갤러리에서 두 차례의 개인전을 연 이후 7년 만이다. 대표작인 '백자' 연작 11점등 20여점을 선보인다.

'Koo Bohnchang' 작가의 영문 이름을 전시 타이틀로 단 이번 전시는 구본창이 사진작가로서 독창적인 작품을 내놓기까지 30여년 여정을 느껴볼 수 있다.

구본창의 사진은 소유한 사람도, 그의 욕망도, 그가 살던 시대도 사라지고 유물만 남은 상황을 오롯이 담아 ‘시간성’, ‘덧없음’이 자연스럽게 흐른다.

그는 그의 뷰파인더를 통해 과거에 존재했을 대상을 상기하고 유추하게 하며 필멸과 불멸에 관한 사유의 세계로 우리를 이끈다. 

구본창 사진작가를 각인 시킨 '백자' 연작이 순백자가 가진 여백, 비정형성, 불완전함의 아름다움 등을 조명한다면, 이번에 새롭게 보여주는 '청화백자' 연작은 당대의 기호, 욕망, 가치 등의 화두를 서정적으로 풀어내며 존재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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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구본창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청화백자' 연작 11점, 대형 '제기', '연적'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푸른 빛에 물들다'전을 계기로 조선 청화백자를 처음 인식했다. 청화백자는 궁중의 커다란 항아리 용준부터 주병이나 접시 같은 식기, 선비들이 애용한 문방구 소품에 이르기까지 ‘담는’ 역할과 감상의 대상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그러나 청화백자의 푸른색 안료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귀한 보석이었던 청금석과 유사한 고가의 수입품이었기 때문에 한때 왕실 이외에서는 사용이 금지되기도, 사신을 통해 몰래 들여오기도 했다.

압도적이고 정교한 중국 청화백자, 조형적이고 세밀한 일본 청화백자와는 달리 조선 청화백자가 청아하고 소박하며 간결한 이유는 유교의 영향뿐 아니라 귀한 안료를 아껴야 했던 현실에서도 영향 받았을 거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작가는 청화백자의 고유한 미감을 포착했다.

'백자'연작과 마찬가지로 대상을 중시하되 주관적인 시선으로 담은 '청화백자' 연작은 여백뿐 아니라 비움과 채움의 순환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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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구본창 개인전이 14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백자'와 '청화백자' 연작뿐 아니라 '제기', '연적', '청화병풍' 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대형 작품은 형태를 구조적으로 극대화한 작품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전시로 이끌게한다.

다른 한편 조각작품처럼 좌대 위에 설치된 '청화병풍'은 평소 오브제에 대한 구본창의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

사라져가는 애틋한 것에 대한 관심, 불완전한 대상에 대한 친근함,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읽어내는 삶의 통찰, 일상적 사물과의 고요한 교감의 순간 등은 이번 구본창의 개인전에 전제된 가장 기본적인 정서다.
    
구본창은 사진 매체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하며, 국내에서 사진이 현대미술의 주요 장르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는데 유의미한 역할을 해왔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사진을 선택한 후 파격과 실험을 거듭하던 그는 자연을 향한 관조적 응시를 거쳐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2004년 존재감이 부각됐다. 백자와 카메라, 작가의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준 '백자' 연작은 우연과 필연으로 직조된 구본창의 예술여정 중에서도 그의 작업세계를 확장하고 심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백자' 연작이 문화와 국경을 초월해 꾸준히 조명 받는 이유는 조선 백자라는 사물을 읽고, 보고, 경험하고, 기억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백자를 시각적으로 재현하거나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백자의 형태를 빌어 존재 자체를 담아내며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백자라는 일종의 유물에 상상이 개입할 여지를 제공함으로써, 백자의 이미지와 실체 간의 경계를 없앴다.

그의 백자는 박물관 조명 아래에서 현대인의 시각으로 포착된 것이 아니다. 예컨대 자연광에 놓인 백자를 바라보는 무명의 선인(先人)들의 시선일 수도, 백자의 궁극적 이상향을 꿈꾸는 어느 도예가의 시선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백자가 지닌 미의 본질을 정의할 뿐 아니라 막연히 알고만 있던 백자를 새로 발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상(백자)과 배경(공간) 사이 흐릿한 경계선, 몽환적인 핑크 톤의 부유하는 듯한 느낌, 평면적인 동시에 입체적인 효과, 시각과 촉각의 공감각적 이미지 등 '백자'연작의 형식적인 특징 역시 사실적, 기계적이라는 사진 매체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백자가 자아내는 초현실적 경험의 출발점이자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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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국제갤러리 부산점 구본창 개인전 설치전경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사진작가 구본창은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학에서 사진 디자인을 전공, 디플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계원예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를 하였고, 2010년부터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에서 교수로 정년퇴임 후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삼성 로댕갤러리(2001), 미국 피바디 에섹스 뮤지엄(2002), 프랑스 갤러리 카메라 옵스큐라(2004), 일본 카히츠칸 미술관(2006), 부산 고은사진미술관(2007),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2010), 스페인 아이보리프레스(2013), 스위스 빌라 플로르(2014), 동강사진박물관(2014), 이탈리아 아쿠아리오 시비코 밀라노(2018) 등 국내외에서 주요 개인전을 가졌고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제2회 이명동상(2000), 강원다큐멘터리 작가상(2008), 제13회 동강사진상(2014)이 있으며, 2015년에는 한국 사진 예술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47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미술 부문(대통령 표창)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의 작품은 런던 영국박물관, 보스턴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파리 카르나발레 박물관, 파리 기메 미술관, 바젤 헤르조그 재단, 교토 카히츠칸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등 전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전시는 2019년 2월 1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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