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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反페미니즘 현상…"남성운동이 아니라 부당함 지적"

등록 2018-12-29 14:54:35   최종수정 2019-01-08 09: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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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남학생, 페미니즘 왜곡 주장하며 적극 목소리

서울시립대 남학생 무고 사건, 연대 총여 논란 등

시립대 여학생들, 남학생 1명 성희롱범 조작 의혹

대자보 붙여 억울함 호소…당당위, 1인 시위 지속

"페미니즘 대척점의 남성운동 아냐…성평등 초점"

연대 총여학생회 폐지추진위도 서명운동 등 전개

"페미니즘 반대한다기보다 불의를 지적하는 것"

"학생사회 안에서의 민주주의로 이해해달라" 주장

총여 폐지 안건 총투표, 1월2일 돌입…결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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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시립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당당위 회원. 2018.12.28(사진=당당위 페이스북)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올 한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페미니즘은 대학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 대학 곳곳에서 미투(Me too)가 터져 나오고, 홍익대 몰카 사건 편파수사 논란 등의 이슈도 번지면서 학내 페미니즘은 그 동력을 키워왔다.

이 가운데 한쪽에서는 남학생들이 왜곡된 페미니즘을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투 운동 등을 통해 양성 평등이 이뤄져야 하는 건 맞지만, 그 과정에서 정의가 훼손되거나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는 것이 이들 목소리의 골자다.

최근 서울시립대 '정현남 사건'에 대한 당당위(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 측의 1인 시위, 연세대 총여학생회 폐지 주장 등이 대표적이다.

◇"말 맞춰놓자"...서울시립대 남학생 무고 의혹

서울시립대의 일명 '정현남(가명) 린치 사건'은 대학 내 미투 과정에서 남학생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표적인 사례다. 기성 언론 등을 통해 이슈가 크게 되진 않았지만 대학가 커뮤니티 등에선 많이 알려진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올해 3월 서울시립대 학생인 정씨가 성희롱범으로 몰렸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게시하면서 알려졌다.

대자보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해 12월 같은 동아리 여학생 10여명에게 성희롱범으로 몰려 동아리에서 제명됐다. 당시 정씨는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을 한 장소와 시기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여학생들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알려줄 수 없다"면서 무조건적인 사과와 탈퇴를 강요했다.

정씨는 교환학생 선발 지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학생들이 "못 가게 할 수 있다"고 협박, 단체 카카오톡방(단톡방)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제명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올해 3월 해당 여학생들이 정씨를 성희롱범으로 조작해 동아리에서 탈퇴시키려 모의한 정황이 단톡방 대화 유출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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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시립대 정현남 사건 관련 대자보. 2018.12.28(사진=당당위 페이스북)  [email protected]
여학생들의 단톡방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입은 맞춰봐야 하지 않을까 해서, 경찰에 뭐라고 말했는지 같은 거요" 등의 대화를 나눴다. "성추행이나 성희롱 당하면 원래 잘 기억 안 날 수 밖에 없데, 나는 그냥 기억 안 나지만" "구구절절 감성팔이해야 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 여학생들은 남성 비하 표현인 '한남' 등 극단적 여성주의 커뮤니티 워마드 같은 곳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발언을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아 진짜 X발 한남충" "한남법을 만들어서 한남 모두 잡아넣는 그날까지" "다만 걱정인 건 검사나 판사가 X나 한남일까봐" "나도 그렇게 (합의금) 뜯어내 보고 싶다. 물론 나쁜놈들 X뱀놈들만 골라서~~"라는 말들을 단톡방에서 나눴다.

정씨는 지난달 대학생 커뮤니티 앱과 시립대 커뮤니티 등에서 "여학생들을 협박죄·강요죄 등으로 고소했지만 항고와 재정신청까지 거쳐 불기소 처분됐고 교내 징계도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선 사건을 맡은 동대문경찰서의 편파 수사 논란도 제기됐다. 공개된 여학생들의 단톡방 내용 중에는 "애초에 경찰분이 (학교) 징계 얘기 왜 꺼냈냐고 물으면서 '홧김에 했죠?'라고 덧붙여 주시면서 내가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주심ㅋㅋㅋㅋ"라는 언급이 있다. 경찰이 여학생의 입장에서 조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편파 수사가 아니다. 실제 조사 과정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면서 "조사관이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전담 조사관이 하도 답답해서 여학생에게 왜 징계 관련 얘기를 단톡방에 올렸냐고 물어보니 자기들이 잘못 올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당당위 측은 분명한 진상 규명과 가해 여학생 징계가 이뤄질 때까지 1인 시위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당당위는 이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페미니즘의 대척점에 서 있는 남성운동이 아니라 성평등 운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강조한다.

문성호 당당위 대표는 "우리는 남성운동을 하는 게 아니고 사법정의와 성평등 운동을 하는 것"이라면서 "올바른 것을 추진하다보면 자연적으로 남성인권을 중심적으로 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성평등 운동이 여성 중심으로 갔었다면 지금처럼 사회가 여성 쪽에 치우친 상황에서는 우리 목소리가 남성 쪽에 초점이 맞춰진 것처럼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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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세대학교에서 제30대 총여학생회가 탄생했다. 연세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당선 공고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이의제기를 받은 결과 이의가 없어 단일 후보로 출마한 선본 '프리즘'의 당선이 확정됐다고 1일 밝혔다. (사진=연세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페이스북) 2018.12.01
◇"불의를 지적한 것"…연세대 총여학생위 폐지추진위

페미니스트 작가 은하선씨 강연 초청 논란 이후 꾸준히 총여학생회 폐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 폐지추진위원회도 있다.

이들은 총여학생회가 폐지돼야 하는 근거로 ▲공대 워마드 남자화장실 몰카 사건 침묵 ▲제29대 총여학생회장 동성 성추행 사건 ▲남학생들이 운영비는 부담하지만 참정권은 없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공대 워마드 남자화장실 몰카는 지난 8월 워마드에 '연세대 몰카' 등의 문구가 포함된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들어간 사건을 말한다. 폐지추진위에 따르면 남학생과 여학생 간의 차별 폐지를 주장해 온 총여학생회는 이 일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은씨 강연을 추진한 제29대 총여학생회장은 동성 성추행 의혹으로 직무정지를 당한 후 지난 9월 자진 사퇴했다. 총여학생회 운영비를 함께 부담하는 남학생 선거 참정권 문제의 경우 총여학생회 폐지 주장의 오랜 근거 중 하나다.

폐지추진위를 이끌고 있는 연태웅(25)씨는 이 같은 이유들을 바탕으로 은하선씨 강연 진행 이후부터 1인 시위와 서명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8일까지 3주 간 총 3300명의 서명을 받아내기도 했다.

연씨는 "여권에 대한 개인적 견해가 들어갔다기보다는 그냥 불의를 지적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페미니즘을 반대한다기보다도 학생사회 안에서의 민주주의와 정의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미션스쿨인데 처음 은하선 강연 사태 때부터 시작된 총여학생회의 불통과 오만으로 기독 학우들이 많이 상처를 받았다"면서 "당시 총여학생회 측은 은하선씨 때문에 크리스천들이 많이 상처받는 것에 대해서도 '예상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신들 가치관을 위해서는 타 학우들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연세대는 은씨 강연 추진을 계기로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힌 이후 TF팀을 꾸려 총여학생회 재개편을 논의 중이다.

은씨가 연사로 적합하지 않다는 학생들의 반발에도 당시 총여학생회가 여성주의에 대한 반발이라며 강연을 강행해 불통 논란이 일었고 올해 6월 총투표를 통해 '재개편요구안'이 가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에는 제30대 총여학생회 '프리즘' 당선이 확정돼 공식 출범했다.

재개편을 다루는 총투표 안건은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고 학생회칙에서 관련 규정을 전부 삭제하며, 후속 기구로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다. 투표는 내년 1월2일부터 1월4일까지 진행된다.

각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되거나 사실상 와해되는 추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연세대에서 임박한 투표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대학가 안팎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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