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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애플 쇼크'에 요동치는 세계경제…곳곳에 지뢰밭

등록 2019-01-05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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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관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 전망

리스크 요인 산적…글로벌 증시 널뛰기 장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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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지난 2017년 11월9일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아르헨티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때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해결할 합의에 도달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내각 각료들에게 가능한 합의안 초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일 보도했다. 2018.11.2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신년벽두부터 이른바 '애플 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1분기(2018년 10~12월) 매출 가이던스(전망치)를 기존 890억~930억 달러에서 840억 달러로 하향조정하고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을 38.5%에서 38%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힌 이후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각국의 증시들이 요동쳤다.

2019년 경제에 대해서는 기대감 보다는 우려감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처럼 만에 맞은 경기 상승 국면이 끝나고 본격적인 침체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대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주요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 각국의 정치 불안 등 불확실성 요인들도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8년 3.7%에서 2019년 3.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BNP파리바(3.7→3.4%), JP모건(3.8→3.5%), 모건스탠리(3.8→3.6%), JP모건(3.8→3.5%) 등 민간 금융기관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관들이 제시한 올해 성장 전망치는 3% 중반대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경제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리스크 요인들이 도처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시작했지만 2월 말까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다시 두 나라가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전면전이 시작될 수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올해 몇 차례나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한 축인 중국은 성장 둔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브렉시트와 5월 유럽의회 선거 등을 둘러싼 정치적 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에 글로벌 증시 널뛰기 장세

증시는 이같은 리스크 요인들로 인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5.6% 하락했고 S&P 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도 6.2%와 3.9%씩 떨어졌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미 증시는 올 여름까지만 해도 수차례에 걸쳐 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지만 10월 초부터 급락세로 전환했다. 4분기 들어서만 10%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지난해 12월에는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됐다. 19일부터 24일까지 증시가 7% 넘게 하락했다가 26일과 27일에는 5% 넘게 반등하는 '널뛰기' 장세가 나타났다.

세계 각국 증시도 미국과 함께 부진에 빠졌다. FTSE 올월드지수는 11.5%나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한해동안 25%나 하락해 주요국 증시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14% 가량 빠졌다. 유럽 증시를 광범위하게 보여주는 스톡스(Stoxx)유럽 600지수는 15%, 영국 FTSE 100지수도 13%씩 떨어졌다.

닐 시어링 캐피텉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일 CNN에 "최근의 경제 둔화는 올해 세계 금융 시장에 더 큰 도전이 될 전망"이라며 "올해 글로벌 증시는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주식은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미중, 무역협상 물꼬 텄지만 합의 도출 여부 불투명

올해 세계 경제에 가장 큰 불안 요인 중 하나는 미중 무역전쟁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2월 1일 정상회담에서 휴전에 합의한 이후 한달여 만에 처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제프리 게리시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데이비드 맬패스 재무부 차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팀은 오는 7~8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매우 포괄적이고, 모든 주제와 영역, 논점들을 다룰 것이다.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협상 기한인 3월1일까지 남아 있는 시간은 두 달이 채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양국이 무역 합의에 이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월 30일 미중 무역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나 합의에 근접했는지를 과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증시 불안을 고려한 것일 뿐 양국이 접점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이 무역 불균형과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는데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측 협상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의미있는 양보를 받아내기 추가 관세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2일 보도했다. 중국이 일시적으로 미국산 콩이나 쇠고기 수입을 늘리는 것과 같은 공허한 약속만을 내놓고 있다는게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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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지난달 29일 워싱턴에서 열린 연준 이사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3일(현지시간) 탄탄한 경제 발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여전히 저소득 노동자들의 소득 상승 부진과 생산성 향상 정체, 인구 고령화 등 많은 도전 과제들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2018.12.4


◇연준 금리 인상에 긴장하는 금융시장

금융 부문에서는 미국의 통화정책이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를 2.25~2.50%으로 올렸다.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뒤 3년 만에 9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자 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연준은 시장 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전보다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적인 목소리를 냈다. FOMC 이후 발표하는 점도표에서 2019년 금리 인상 전망치를 3회에서 2회로 하향조정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중립 수준의 하단(Where we are right now is the lower end of neutral)"이라며 올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은 실망감을 표시했다. 연준이 올해 들어 4차례나 금리를 올린데다 내년 2회의 금리 인상 예고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12월 FOMC는 미국과 글로벌 증시 불안의 시발점이 됐다.

이에 따라 연준이 새해 들어 통화 긴축 속도를 더 늦출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국제유가가 40% 가까이 떨어지면서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야할 이유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2일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은 내년 말 금리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확률을 87% 반영하고 있다. 선물 시장은 지난해 11월까지는 2019년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예측했었다. 또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연준이 예고한 것(2회)보다 적은 1.2회로 추정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통화 정책 경로를 크게 바꾸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기 때문에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연준이 시장의 예상보다 많이 금리를 올릴 경우 증시 불안이 심화될 수 있고 신흥국들이 자금 유출로 외환위를 맞는 사태도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캐롤라인 바움 마켓워치 칼럼니스트는 지난 2일 기명칼럼을 통해 "무역 갈등에서부터 트위터를 통해 국가 업무를 수행하는 대통령까지 경제에 대한 위험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연준은 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연준이 시장의 전망을 존중한다면 중앙은행 역사상 드물게 (경제의) '연착륙'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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