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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대책으로 경미한 학교폭력 은폐·축소 차단 가능한가

등록 2019-01-30 18: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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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학폭위 이관으로 또 변수…다양한 상황 대비해야"

사학 교직원 징계 따르지 않아도 과태료 1000만원…실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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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그래픽 전진우 기자 (뉴시스DB)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교육부가 학교폭력 사안 경중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여부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 여부를 결정하는 '투트랙(two-track)' 방침을 발표한 뒤 현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교사들은 즉각 환영하고 나선 반면, 학생·학부모는 학교가 사안의 경중을 임의로 줄이거나 숨기지 않고 제대로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30일 교육부가 공개한 정책숙려제 설문결과를 살펴보면 교사들은 78.9%가 학교 자체해결제에 찬성했고, 학생부 미기재는 52%가 찬성했다. 반면 당사자인 학생들은 반대 의견이 많았다. 학교 자체해결제에 61.2%, 학생부 미기재는 75.4%가 반대했다. 학부모의 경우 자체해결은 찬성이 53.6%, 반대가 51.7%로 나타나, 찬반의견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학교자체해결제를 반대한 학생 65.8%는 학교나 가해학생측에서 사안을 은폐·축소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학생부 미기재를 반대하는 학생 39.5%는 가해학생의 반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답했고, 39.2%는 학교폭력 예방 및 재발방지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최모씨(45세·남)는 "여전히 학생부 학폭 기록이 대입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학교별로 자체처리하더라도 '경미한 학교폭력' 처분을 받기 위한 소송과 법적 공방이 이어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교육부 박백범 차관은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대다수 학생들이 자신을 피해자 입장에 두고 강력 처분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경미한 사안의 경우 이미 아이들끼리 화해를 했는데도 학부모가 재심을 요구하며 소송하는 경우도 상당했다"고 분석했다.

관건은 은폐·축소를 전면차단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정책참여단에 속했던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회 회장은 지난 24일 교육부 개선방안 초안이 나왔을 당시 "학교 자체해결제나 학생부 기재 모두 필요하다"면서도 "대신 은폐·왜곡될 때는 더 큰 징계가 따른다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를 반영해 원안을 유지하되, 은폐·축소를 막기 위한 보완책을 함께 제안했다.

우선 학교별로 자체해결할 때 안전장치로 단계별 원칙을 제시했다. 피해학생측이 학폭위를 열지 않는 데 서면 동의해야 하고, 가벼운 학교폭력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객관적 기준을 충족하며 학칙상 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돼야 한다. 종결된 사안이더라도 심의가 미진했다면 피해자 요청에 따라 학폭위를 개최할 수 있다.

교내선도로 해결가능한 사안으로 처분하거나 교육지원청 학폭위로 넘기는 과정에서 교사나 직원이 은폐·축소하려는 시도가 확인된 경우 해당 교직원을 가중 징계하고, 학교폭력 재발 가해학생에 대한 가중 조치 근거도 마련한다. 공립학교는 학교장 등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은 모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이나 시행령, 가이드라인에 담기로 했다.

다만 여전히 사립학교는 한계가 있다. 지난해부터 촉발된 학내성폭력 고발 '스쿨미투'(#SchoolMeToo)의 경우 교육청이 사립학교 교직원의 징계요구를 했을 때, 학교가 따르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가 없었다. 지난해 통과한 사립학교법 개정안 역시 처벌이 아닌 과태료를 내도록 한 수준이기 때문에 실효성은 의문이다.

교육부 박백범 차관은 "올해 발족한 교육신뢰회복추진단이 제일 중점을 둬서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라며 "공·사립 구분 없이 교육감, 장학사, 교장, 교감 누구든 은폐·축소 시도만으로도 충분히 징계를 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청예단 김승혜 본부장은 "학교폭력을 둘러싼 소송전을 살펴보면 가해·피해학생 학부모 모두 서로 믿을 수 없고 강력한 보호나 적절한 조치 가능한지 불안하기 때문에 치열하게, 불필요한 소송전을 하며 맞서더라"라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장됐다면 충분한 기준과 역량을 갖고 적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개별 학교에서 운영하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우려는 따른다. 새로 전담기구를 구성하는 만큼 실효성 있게 대응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각 학교가 은폐·축소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대부분의 사안을 학폭위로 사안을 넘길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 세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본부장은 "교육지원청에 자치위원회가 이관돼 서류를 검토하는데, 가해자와 피해자 진술이 충분치 않으면 책임이 다시 학교로 넘어가게 될 수도 있으니 세부 가이드라인이 준비돼야 한다. 자체해결 가능한 상황에 대해서도 동의절차에 대한 부분이 구체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회 회장은 "학폭위원 요건으로 '학교폭력 예방 및 청소년 관련 전문 지식이 풍부한 사람'으로 두리뭉술하게 명시하기 보다는, 청소년 관련단체 전문가로 명시해 2명 이상 의무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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