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라이징Biz리더]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 '혁신'에 답하다…"AI가 패션디자인?"
삼성전자·IBM 거치며 전문 지식과 실무 쌓아"패션 분야는 노동집약적…IT 접목하면 혁신 가능성 높아"
옷 뒷면에 한섬이 운영하는 패션브랜드 SJYP 캐릭터 '디노'와 요즘 유행하는 블록(레고) 문양의 공룡 캐릭터가 새겨져 있는 아이보리색 후드티다. 국내에서 AI를 활용해 디자인한 옷이 실제 출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유통 과정에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런 AI 기술을 구현한 곳이 바로 패션 IT 스타트업 '디자이노블'이다. 디자이노블은 패션 트렌드 정보를 분석해 잘 팔릴 디자인을 생성하거나 찾아서 추천하는 디자인 AI, 패션 기술 등의 솔루션을 패션 회사에 공급한다. 수작업이 익숙한 패션 분야에 IT 기술을 입힌 신선한 시도로 업계 내에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신기영(34) 디자이노블 공동대표는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패션 분야는 IT 기술이 접목된 부분이 한정돼 있다.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산업군"이라며 "산업의 혁신이 정체돼 있던 패션 시장에 AI을 적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해 보고자 도전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포항공대 '지식 및 언어공학' 연구실 선후배 사이인 연구원 2명과 의기투합해 공동 창업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배운 그는 창업과 기술에 대한 갈망으로 포항공대 창의IT융합공학과 석·박사 통합과정에 진학해 주요 AI 기술인 자연언어처리를 전공했다. 법인 설립일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빨리 사'라는 의미를 담아 2017년 '8월24일'에 회사를 차렸다. 85년생, 30대 중반의 젊은 대표로 이전과는 다른 '넥스트 리더'를 자처한다.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 전략마케팅팀, IBM 데이터 애널리틱스팀을 거쳐 전문 지식과 실무를 쌓았다. 평소 창업에 관심이 많던 그는 대기업을 마다하고 '혁신'을 쫓으며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신 대표는 "경영학에서 배운 가치를 실제로 창출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종교나 국가보다 강력한 게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내 대기업의 데이터 분석 전략을 수립하거나 실제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진행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기술적 역량과 사업화 역량을 함께 기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의 마케팅 업무는 기술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에 입사해 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지역 공급망관리(SCM) 등 마케팅 업무를 지원하게 됐는데 당초 생각했던 경영(마케팅, 재무) 지식과 경험만으로는 앞으로 30년, 50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경쟁력은 부족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메디컬·바이오, 전자·통신, 컴퓨터 세 가지 기술 중에 하나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양한 산업계에 적용되는 인공지능(자연언어 처리)을 전공하며 파고들게 됐다"고 했다. 배움과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프랑스 최고 고등교육기관인 그랑제콜에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전문가 양성 과정을 밟았다. 한국투자공사(KIC)의 한국형 아이코어 프로그램, 네이버 D2SF의 CTA 프로그램, 포스코 아이디어마켓 플레이스, 미국 KIC와 할사이온(Halcyon) 재단의 인텐시브 프로그램, 구글 캠퍼스 등 해외 진출 및 창업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기반을 다졌다. 이러한 수많은 경험과 시도 끝에 정착한 곳이 패션 IT다. 신 대표는 천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닌 현장에서 직면하는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가 밑거름이 돼 혁신이 탄생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방대한 양의 학습을 거친 인공지능이 손이 많이 가는 패션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현재 디자이노블은 패션 특화 검색 엔진, 디자인 AI, 추천 시스템 등의 기술을 서비스 또는 상품으로 제공하고 있다. AI가 자유자재로 새로운 의상을 디자인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지만, 패션 디자이너의 일을 지원하는 조력자로서 패션 산업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신 대표는 "디자이너가 수작업으로 하던 최신 유행 파악, 패션쇼 자료 열람 등은 디자인 작업의 기초 과정이지만 그만큼 데이터가 방대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영감 수집 등을 인공지능이 대신해 효율성을 높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능적인 패턴이나 즉각 반응 생산처럼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작업은 AI가 조금 더 빨리,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패션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모든 것이 자동화될 수는 없지만 디자이너와 상호 보완 관계로 협업하다 보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보충했다. 디자이너블은 디자인 AI 적용군을 넓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한섬 외에 스포츠 브랜드, 캐주얼 브랜드 등과 함께 협업 중으로 올해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가 인지도를 쌓아 업계에 존재를 알리는 시기였다면 올해는 AI가 만든 옷이 잘 팔린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한 해다.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생각하고 하나씩 실행에 옮기다보면 몇몇 기업들이 시장 전체의 매출과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바꿔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에도 일조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