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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거머쥔 황교안 과제…'햄릿형 리더' '친박 탈피' 관건

등록 2019-02-28 07:30:00   최종수정 2019-03-04 10: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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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탄핵 등 주요 현안서 입장 '애매모호'

黃, 중량 늘릴수록 친박·탄핵 굴레도 커질 듯

정치권, 벌써부터 총선 전 비대위 체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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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박영태 기자 =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된 황교안 후보가 수락연설을 할때 김진태 오세훈 후보가 나란히 서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자유한국당을 2년간 이끌게 된 황교안 대표는 새로운 인물이 지닌 참신함과 신선함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친박 아이돌'로 비유되는 짙은 계파색과 한 달에 불과한 정치 경력 탓에 실질적으로 당을 얼마나 장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황 대표는 '어대황'(어차피 대표는 황교안)으로 불리며 당심(黨心)을 사로잡고 전당대회 대세론을 굳혔지만 당 안팎에서는 '햄릿형 리더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돈키호테형 리더십'과 막말 정치로 끊임없이 파문을 일으켰던 것과 달리 황 대표는 지나치게 신중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탄핵이나 5·18망언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답변을 꺼리거나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 '황세모'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TV토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의미로 'X'를 택했다가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게 아니냐는 정치권의 비판이 일자 나중에 'X'에서 '△'로 입장을 바꾼 게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애매모호한 태도가 당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반복된다면 중대한 사안에서 과감하고 빠른 결정을 내려 당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두될 수밖에 없다.

황 대표의 애매모호한 태도는 전당대회 당일인 27일 당선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그는 김진태·김순례 의원 징계 처리방안을 묻는 질문에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의견을 취합해서 잘 처리하려고 한다"며 즉답을 피했다.

태블릿PC 조작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탄핵 불복 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황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은 존중한다고 여러 번 말씀 드렸다"며 "이제는 미래로 나가는 일에 매진했으면 좋겠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황 대표가 정치적 중량을 늘려갈수록 그에 비례해서 친박·탄핵의 굴레도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이를 풀기 위한 해법을 모색하는 것도 당 운영에 중점을 둘 부분으로 꼽힌다. 

탄핵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거나, 국정농단 사건의 단초가 된 태블릿PC 조작 의혹을 제기한 이유도 황 대표가 '박심'(朴心)을 노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황 대표가 친박계에 부인할 수 없는 '채무'를 진데다, 당의 극성 지지층인 태극기부대의 지지를 받는 강경파가 득세할 경우 당내 우경화 쏠림이 가속화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여당과의 잦은 충돌로 대치 정국이 지금보다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내년 총선까지 친박·탄핵 프레임으로 '도로친박당', '도로박근혜당' 등의 공세에 열을 올릴 공산이 커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이력으로 친박 색채가 짙어 '황나땡'(황교안 나오면 땡큐)이라는 말이 나오는 만큼 황 대표도 당분간 이를 방어하는 데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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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시스】박영태 기자 =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당선되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email protected]
황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순항한다면 차기 대권가도에서 황 대표에게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황 대표가 여권의 공세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수세에 몰린다면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 필승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황교안 체제'가 내년 총선 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말도 불거져 나온다.

탄핵 사태 후 리더십 부재로 흔들렸던 한국당이 다시 리더십의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총선을 앞두고 야권발 정계개편이 가속화되고 신당 창당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황 대표 체제가 퇴행하고 정부·여당에 대한 반감이 커질 경우 총선 전 '헤쳐모여' 식으로 보수야권을 중심으로 신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보수성향의 야권 중진 의원은 "황교안 대표는 역량이 제대로 검증 안 된 인물이기 때문에 당을 얼마나 잘 이끌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아마 내년 총선까지 버티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며 "총선 전에 한국당이 다시 비대위 체제를 꾸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의원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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