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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공연계 대모, 왜 문유강 뽑았나···267대 1 뚫은 신인

등록 2019-03-25 15:20:37   최종수정 2019-04-01 09:5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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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어나더 컨트리' 배우 문유강이 22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 인솔커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대학로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전개된다.

현 공연계에서는 겹치기 출연이 빈번하다. 스타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구조다. 지난해 말 연극 '어나더 컨트리'가 주조연 배우들을 오디션으로 뽑는다고 공지했을 때 반긴 이들이 한둘이 아닌 이유다. 그간 공연계 오디션은 주연배우를 내정한 채 조·단역을 캐스팅하기 위한 통로에 가까웠다.
 
이번 '어나더 컨트리' 캐릭터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인 267대 1을 뚫고 주역 '토미 저드'로 뽑힌 문유강(24)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2015년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재연 때 최우혁(25)이 신인으로서 주역에 뽑힌 적이 있으나, 이 뮤지컬의 초연 흥행성공과 스타들의 지원이 있어 가능했다. '어나더 컨트리'는 5월21일 유니플렉스 1관에서 한국 초연을 개막한다.

문유강은 "생각보다 너무 큰 역을 맡아서 부담스럽고 감사해요"라며 쑥스러워했다. 상업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생짜 신인'이다. 중앙대 연극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으로 학교 공연 '세일즈맨의 죽음' 등에 출연했을 뿐이다.

'어나더 컨트리' 예술감독으로 '공연계의 대모'로 통하는 이지나 예술감독은 "심사위원 모두가 문유강이 스타성 있는 배우라고 입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하얀 피부의 문유강은 많은 말을 머금은 듯한 눈매가 인상적이다. 작은 표정 변화 만으로 다양한 인상을 전한다. 
 
'어나더 컨트리'는 1930년대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가 배경이다. 계급과 권위적인 공간에서 자유로운 '가이 베넷', 공산주의를 신봉하는 이단아 '토미 저드'가 주인공이다. 이상, 꿈, 좌절을 통한 두 청년의 성장 이야기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이해, 국가와 개인 사이의 정체성 등이 화두다.

영국 극작가 줄리안 미철이 원작을 썼고, 1982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같은해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올해의 연극상을 받는 등 처음부터 호평을 들었다. 1984년 루퍼트 에버릿(60)과 콜린 퍼스(59) 주연의 동명 영화(감독 마렉 카니브스카)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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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어나더 컨트리' 배우 문유강이 22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 인솔커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6. [email protected]
특히 퍼스는 연극에서 베넷 역, 영화에서 저드 역을 열연했다. 기숙사의 아웃사이더로 강직한 저드를 맡은 영화 출연 이후 블루칩 스타가 됐다. 덕분에 이번 '어나더 컨트리' 한국 초연 오디션을 앞두고 저드 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문유강 역시 오디션에 함께 도전한 친구들과 영화 DVD를 구해 보면서 퍼스의 연기에 설렜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분명한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문유강도 학교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선배'로 이미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배우를 꿈꿨다. 평범한 또래들과 삶을 공유하는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 예고 대신 일반 인문계로 진학했다. 대신 연극반 활동을 하며 꿈을 키웠다.

이미 군대를 다녀온 문유강은 연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 공연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비프' 역을 맡았는데 '직업을 찾지 못하는 비프의 고민'이 자신을 비롯한 최근 한국 청년들의 취업난과 맥이 닿아 있어 더 절실했다.

이런 문유강과 또래의 배우 지망생들에게 이번 '어나더 컨트리' 오디션은 황금과도 같은 기회였다. "주역까지 모든 배우에게 열려 있는 오디션은 흔치 않거든요. 모든 대학생들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예술계 대학생들은 취업을 생각하면 막막해져요. 정말 예술쪽은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시작점을 어떻게 끊어야 할지···. 그런 상황에서 이번 오디션 기회가 감사했죠. 앞으로 더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이번 연극 초연은 제작사 페이지원에게 이지나 감독이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이 감독은 '헤드윅' '서편제' '잃어버린 얼굴 1895' '더 데빌' '광화문연가' '도리안 그레이' 등 뮤지컬과 '클로저' '거미여인의 키스' '지구를 지켜라' '아마데우스' 등 연극을 오가는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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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어나더 컨트리' 배우 문유강이 22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 인솔커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6. [email protected]
뮤지컬 '그리스' 초기 공연을 통해 조정석, 김무열 같은 스타를 발굴하기도 했다. 조정석은 이 감독에 대한 감사함으로 '아마데우스' 등 영화 출연과 함께 꾸준히 무대를 병행하고 있다.

이 감독은 "최근 신인 배우들을 발굴하는 작품을 하지 못했어요. '어나더 컨트리'를 하게 되면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죠"라면서 "안전한 선택을 해왔는데 이제 공연 시장이 신선해져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감독도 김준수 같은 공연계 스타와 작업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스타와 신인의 균형을 위해 힘쓰는 몇 안 되는 연출가다. 스타들에게는 확실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청한다. 이번에 앞장서서 신인 배우들을 기용하는 그녀에게 공연계가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어나더 컨트리'에 이동하, 박은석, 이충주, 강영석, 윤석원 등 기존 배우들도 나오지만 출연진의 70% 안팎을 신인 배우들로 채웠다. 오디션으로 문유강을 비롯해 13명을 뽑았다.
 
이 감독은 "매번 같은 캐스팅이 되풀이되는 시스템에서 젊은 피를 수혈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짚었다.

 티켓 판매 절대다수를 스타에 의존하고 있는 현 대학로 구조에서는 일종의 모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감독이 이런 실험을 할 수 있었던 까닭은 관객들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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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어나더 컨트리' 이지나 예술감독과 배우 문유강이 22일 오후 서울 이태원동 인솔커피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3.26. [email protected]

"요즘 관객들의 수준이 정말 높아졌어요. 엄격하고, 비평가들보다 더 작품을 꿰뚫어 보죠. 스타가 나오더라도 작품이 좋지 않으면 보지 않아요. '어나더 컨트리'가 공연계 세 요소의 맞물림을 증명해줄 거라 믿습니다. 프로덕션, 배우, 관객이죠. 세 요소가 서로 믿음을 주는 계기가 될 거예요. 좋은 배우를 발굴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면 관객이 볼 것이라는 믿음. 관객들을 믿지 않으면 이런 도전과 모험은 시도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 감독이 이번에 연출로 데뷔하는 배우 김태한에게 연출을 맡기고 자신은 예술감독으로 프로덕션 총괄에 힘 쓰는 이유다. "잘 짜여진 작품이라 관건은 연기지도라고 생각했어요. 김태한 연출은 연기선생으로는 최고입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25일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에 들어간 문유강은 "오랫동안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면서 눈을 빛냈다. 이 감독은 문유강에게 "진짜 성공한 배우는 금전적으로 성공한 배우가 아니라 좋은 인격을 갖추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조언했다. 문유강은 "네!"라고 대답한 뒤 "TV드라마, 영화에 출연해도 무대에는 계속 오르고 싶어요"라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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