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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대선 '아웃사이더' 돌풍…젤렌스키, 대권잡을까

등록 2019-04-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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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 정치 신인에 기대감 표출

21일 결선투표서 포로셴코 대통령과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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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AP/뉴시스】코미디언 출신 후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31일(현지시간)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출구조사에서 30%가 넘은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젤렌스키 후보가 이날 투표이후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어 보여주고 있다. 2019.04.01
【서울=뉴시스】권성근 기자 = 오는 21일 치러지는 우크라이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맞붙은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과 코미디언 출신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41)가 12일(현지시간) 독일과 프랑스를 각각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만났다.

국제사회의 시선을 젤렌스키에 쏠리고 있다. 정치 경험이 없는 그가 과연 포로셴코 현 대통령을 제치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까?

젤렌스키는 지난 3월 31일 치러진 우크라이나 대선 1차 투표에서 30.24%의 득표율을 얻어 15.95%를 득표한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과 함께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대선 1차 투표에서 50%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가 나오지 않으면 1,2 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통해 당선자를 가린다.

율리아 티모셴코 전 총리는 13.4%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쳐 결선투표 진출이 좌절됐다. 티모셴코 전 총리는 이번이 세번째 대권 도전이다. 친 러시아 성향 후보 유리 보이코는 11.67%의 득표율로 4위를 기록했다.

◇아웃사이더 반란 꿈꾸는 젤렌스키

젤렌스키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드라마 '국민의 종(Servant of the People)'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범한 역사 교사가 정부 비리에 염증을 느껴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으로 선출되는 과정을 그린 이 드라마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신랄한 풍자로 큰 인기를 얻었다. '국민의 종'은 2015년 첫 방송 이후 5번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정도로 우크라이나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젤렌스키는 실제 드라마 제목에서 이름을 딴 '국민의 종'을 창당한 뒤 지난해 12월  대선에 출마했다.

젤렌스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치 경험이 없는 코미디언이었지만 집권당 등 기성 정치권에서 터져 나온 부패 스캔들은 젤렌스키를 '다크호스'로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만성화된 경제 위기도 젤렌스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젤렌스키는 실제 대선 캠페인에서 부패 문제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뇌물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서는 평생 공직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할 것을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와 불신이 젤렌스키 돌풍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유권자들이 부패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포로셴코 대통령 대신 드라마에서 정의로운 대통령 역할을 맡은 젤렌스키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대선 투표를 마친 뒤 부패와 뇌물이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젤렌스키는 또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와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지난 7일 자국 TV 채널 '우크라이나'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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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예프(우크라이나)=AP/뉴시스】페트로 포로셴코(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의 시립 마약 전문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말 치른 우크라이나 대선 1차 투표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한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후보와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이 결선 투표를 앞두고 각각 알코올과 마약 검사를 위한 혈액 검사를 받았다. 2019.04.05.
이어 젤렌스키는 "돈바스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돈바스 전쟁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성향의 반군이 벌인 전쟁으로 2014년 4월 발발했다. 

정부군과 반군은  2015년 2월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교전 중단과 평화 정착에 합의하며 '민스크 협정'을 체결했지만 소규모 교전은 이어지고 있다.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으로 현재까지 1만3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젤렌스키는 "우리의 영토와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온전함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크림반도 병합과 정부군과 분리주의 반군 간 내전의 여파로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4년 -6.6%을 기록했으며 그 다음해에는 -9.8%까지 하락했다. 우크라이나는 2016년 이후 2~3%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에 대해 39억 달러(약 4조 3902억원)의 구제금융을 승인했다.

◇21일 결선투표에서 진검승부

젤렌스키가 대선 1차 투표에서 1위에 올랐지만 그 상승세가 결선투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젤렌스키는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든든한 지지 기반이 없는 것이 약점이다. 젤렌스키는 오는 19일로 예정된 TV토론에서 유권자의 기대를 충족할지가 관건이다. 젤렌스키는 내세울만한 특별한 공약이 없다는 지적도 받았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젤렌스키가 이스라엘에 망명 중인 반정부 성향의 금융재벌 이고르 콜로모이스키가 내세운 후보라고 주장하며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대선 1차 투표 결과가 공개된 뒤 취약층인 30세 이하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단합해야 하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라며 "당신들이 불만을 드러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한다. 내가 당신들의 의견을 청취했으니 이제 내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포로셴코 대통령이 2014년 집권한 이후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점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4년 친 서방·친 유럽연합(EU) 정권이 들어서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은 변화를 갈망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났지만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유럽 최빈국 중 하나다. 1만3000명이 사망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분쟁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포로셴코 대통령이 야심차게 준비한 EU 가입도 기준 미달로 기약이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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