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격화되는 미중 무역전쟁…타결전망은?
지난 13일 중국 정부는 오는 6월 1일부터 600억 달러(약 7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10일 미국이 중국산 상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올린 데 대한 보복조치이다. 미국은 13일 추가 관세를 부과할 325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중국 공격은 15일에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화웨이와 ZTE를 사실상 겨냥한 해외기업의 미국 기술 위협에 대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 같은 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화웨이와 계열사들을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미중 무역전쟁 1라운드 미국은 지난 2018년 7월 6일 오후 1시(미국 동부 시간 2018년 7월 6일 자정) 예고했던대로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중국은 보복 조치로 중국으로 수입되는 물품 등에 미국과 동일하게 340억 달러 규모로 25%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정식 발발된 것이다. 이후 양국은 서로에 관세 부과 규모를 늘리면서 갈등을 고조시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은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직접 만나 관세 인상 계획을 일단 보류했다. 이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도 ‘휴전 국면’에 접어들었다. 휴전 기간 시 주석의 측근인 류허 부총리가 이끈 중국 협상단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주축으로 하는 미국 대표단이 베이징과 워싱턴DC를 오가면서 협상을 벌였고, 지난 2월 14~15일 워싱턴에서 열린 6차 고위급 무역협상부터는 양측이 합의문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5월 말 또는 내달 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최종 합의문 서명을 준비하면서 합의 달성 기대도 한층 고조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트위터를 통해 기습적으로 대 중국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 11차 무역협상을 나흘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재협상을 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10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 협상단은 미국을 방문해 9~10일 11차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협상은 결국 ‘노딜’로 마무리됐다. 협상을 마치고 류 부총리는 “양국은 견해차가 있는데 이런 차이가 중대한 원칙 문제”라면서 "우리는 이런 원칙 문제들에 대해 절대로 양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한층 어려워진 무역전 2라운드
우선 중국 여론 악화가 가장 큰 걸림돌로 평가된다. 중국에서는 협상 타결을 앞두고 미국 측이 어렵게 합의한 조치를 일방적을 뒤집고 약속을 번복해 합의가 불발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민심 수습차원에서 중국 지도부도 돌연 강경 대응 기조로 선회했고, 대미 강경론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 매체들이 연일 미국을 겨냥해 비난을 쏟아내는 동시에 모든 중국인이 대미 강경대응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14일 중국중앙(CC)TV는 메인뉴스 격인 '신원롄보(新聞聯播)'에서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로 맞대응하기로 한 데 대해 "우리는 5000여 년간 온갖 비바람을 겪은 중화민족, 이 싸움을 원치 않지만 두려워하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싸울 것"이라면서 이례적으로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이후 이 프로그램 제목은 웨이보에서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고, 방송을 편집한 동영상은 하루 조회 수가 33억건을 기록했다. 아울러 170만개의 댓글이 달린 가운데 대부분 네티즌은 이 방송 내용에 대해 적극 지지를 표하면서 강한 애국심을 드러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의 자매지는 환추스바오도 사설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관세 인상으로 중국 인민 전체가 협박을 받은 것이며, 중국인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인민 전쟁'"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악화된 여론 속에서 중국 지도부가 온건한 해결책을 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1차례 협상 끝에 증폭된 미중 양측 간 불신도 합의 달성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사전 합의를 깼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정부 소식통 등을 인용해 “중국이 지난 3일 밤늦게 무역합의 초안을 조직적으로 수정한 150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미국에 보내왔고, 중국 측 수정안은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을 꺾고 뒤집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보도한바 있다.
다양한 보복수단이 존재하는 것도 합의를 가로 막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 중간재 수출 제한, 불매 운동, 위안화 평가 절하 및 미국 국채 매각 등이 미국에 보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됐다. 외신과 금융기관들은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지만, 중국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자기 자멸적인 ‘핵 옵션'(nuclear option)’"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은 이미 정리한 '강대강' 대치 기조를 쉽게 바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이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지마자 미 무역대표부는 13일(현지시간)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 3000억달러 중국산 수입품 목록을 발표하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더 이상 모두가 이용하려는 '돼지 저금통(piggy bank)'이 아니다”라며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반드시 미국을 위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같은날 시 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문명대화 대회'에서 미국을 겨냥한 듯 "자국 인종과 문명이 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다른 문명으로 개조하려거나 심지어 대체하려는 생각은 어리석다"고 비난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