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일반

[주세개편]50여년만의 손질…"투자·고용·창업 활성화 기대"

등록 2019-06-05 11:00:0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당정, 5일 주류 과세체계 개편방안 발표

associate_pic
【세종=뉴시스】장서우 기자 = 정부와 여당이 5일 발표한 주류 과세 체계 개편안에는 맥주와 막걸리 등 탁주에 우선적으로 종량세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단계적 전환에 따라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한 후 소주 등 증류주와 약주·청주·과실주 등에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주류 산업에서의 신규 투자와 고용을 창출하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 후생까지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세법은 일제 시대 때의 법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한 이듬해인 1949년 제정됐다. 당시에는 과세 기준을 술의 도수나 용량에 두는 종량세를 따랐다. 그러다 1968년 종가세로 전환됐다. 주류 소비를 억제함과 동시에 세 부담 형평성을 높이고 세수를 증대하기 위해서였다. 국산 맥주는 출고가격을,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격을 각각 과세표준으로 삼았다.

종량세로의 재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지난 2017년 조세재정연구원에서 관련 공청회를 열면서 표면화됐다. 조세연은 종가세가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어 종량세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당시 정부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유보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그러나 이듬해인 지난 2018년 조세연에서 맥주 과세체계에 관한 공청회가 재차 열리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당시 조세연은 종가세 체계가 수입 맥주에 유리한 영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어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에 주목했다. 국산 맥주와 달리 수입 맥주는 이윤이나 판매관리비 등이 과세표준에서 제외돼 신고가(수출입 상품의 운임·보험료를 포함한 가격·CIF)만 낮추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수입맥주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8.5%에서 지난해 20.2%(잠정치)로 2배 넘게 확대됐다. 국산 맥주의 리터(ℓ)당 주세 부담액이 807원에서 848원으로 오르는 동안 수입 맥주는 840원에서 709원으로 내렸다.
associate_pic
같은 해 국세청 역시 맥주에 한해 종량세를 전환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기재부는 세법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과세 체계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되나 수입 맥주 가격이 올라 소비자 후생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국내 맥주업계에선 강한 아쉬움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그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종량세 전환을 요구하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나오기에 이르자, 정부는 맥주뿐 아니라 모든 주류에 종량세를 적용하는 개정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이뤄진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맥주와 소주 등의 가격이 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체 주류의 종량세 전환을 검토해 내년(2019년) 상반기 중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개편 기대감은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당초 개편안은 4월 중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정부에서 업계 이견이 첨예하다며 발표 시기를 한 차례 늦추면서 무산 가능성이 일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은 종량세 전환에 우호적인 맥주와 탁주(막걸리) 업계 분위기를 고려해 단계적인 종량세 전환 방안을 내놨다. 맥주에는 ℓ당 830.3원을, 탁주에는 ℓ당 41.7원을 부과키로 한 것이다. 연도별 편차를 고려해 2017~2018년 세율을 평균해 계산한 수치다.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의안(835원/ℓ)이나 기재부가 연구 용역을 맡겼던 조세연의 제안(840.62/ℓ)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와 같은 점진적 개편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 지난 4일 "소주·맥주 가격의 인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제 규범인 세계무역기구(WTO) 내국민대우 원칙에 부합할 것, 음주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교정세로서의 주세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는 기본 원칙을 두고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associate_pic
【세종=뉴시스】이영환 기자 = 김병규(오른쪽) 세제실장과 양순필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이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브리핑룸에서 주류과세 개편안 및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 여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06.05.  [email protected]
김 실장은 "현행 체계가 50년간 유지돼 온 터라 제도가 급변하는 것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는 일부 업계의 의견이 있었다"며 "맥주 업계는 전반적으로 찬성하고 탁주 업계 역시 고품질 주류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했지만, 소주 업계에서는 가격이 뛰는 문제가 있어 시간을 갖고 충분한 의견 수렴과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환 여건이 성숙된 맥주와 탁주부터 우선 전환하되 여타 주종에 대해선 전환의 효과와 함께 고도주보다 저도주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점, '혼술' 등 새로운 음주 행태가 확산하는 등 음주 문화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이 경제 활력을 돋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실장은 "연 45%씩 성장하고 있는 수제맥주 창업이 더욱 활성화 돼 청년 일자리 창출에 도움될 것"이라며 "주류 산업에서의 투자 활성화, 신규 투자, 해외 생산·수입 맥주 중 일부 국내 생산 전환, 고품질 맥주·탁주 개발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수출 증대 등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종가세·종량세 선택 여부는 각국 제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WTO에선 이를 조세 주권 사항으로 보고 회원국 선택에 맡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대부분 종량세를 취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멕시코, 칠레 등만 모든 주류에 종가세를 적용한다. 호주와 터키는 종량세를 따르지만, 각각 포도주와 맥주에 대해 종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일본과 스웨덴은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과세체계를 바꿨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