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트럼프 제안을 왜 수용했을까…"통치 안정성 확보"
협상 동력 필요한 두 정상 이해관계 맞아떨어져교착 장기화 따른 내부 불신·피로감 해소 효과"트럼프는 북한 문제 관리 능력 확실하게 보여""김정은도 위상 높일 좋은 기회…국내 선전 충분"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측 자유의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사실상 3차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친서를 보내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하는 말도 하던데 (전날) 아침에 (만남) 의향을 표시한 걸 보고 깜짝 놀랐고"라며 이번 회동이 예정에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후 기자회견에서 "어제(29일) 생각하기로 여기(한국)까지 왔으니까 김정은 위원장에게 인사하면 어떻겠냐는 생각이 떠올랐고, 그래서 이렇게 (트위터로) 이야기했더니 반응이 왔다"고 밝힌 것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친서를 주고받으며 개인적 친분과 신뢰는 유지해왔으나,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 상태였다. 북한은 미국이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협상 전략하에 미국을 압박했고, 미국은 하노이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는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협상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는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와 미국의 '동시적 병행적' 비핵화가 맞서는 형국으로 표출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판문점은) 북과 남에게는 분단의 상징이고, 또 나쁜 과거를 연상하게 하는 이런 자리에서 오랜 적대 관계였던 우리 (북미) 두 나라가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고, 앞으로 더 좋게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모든 사람에게 보여주는 만남이라고 생각했다"며 만남 수용 배경을 밝혔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제재 완화 요구는 거절당했고, 이후 북한은 경제총력노선 목표 달성을 위한 자력갱생 노력동원을 독려해왔다. 비핵화를 내부적으로도 공식화한 지 1년이 넘도록 협상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내부 불만과 피로감을 해소할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내부 결속을 독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이러한 교착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남을 제안하고 직접 판문점까지 찾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이 더이상 북한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선전할 수 있는 좋은 재료를 확보한 셈이 된다. 나아가 자신의 전략적 결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통치 안정성을 확보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득이 적지 않다. 미 조야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다. 한 외신 기자가 이날 판문점 방문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과 악수한다고 해서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변한 게 없고"라고 질문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훌륭한 관계가 남들이 예상 못 하는 그런 좋은 일들을 계속 만들면서 우리가 맞닥뜨리는 난관과 장애들을 극복하는 그런 신비로운 힘으로 될 것"이라며 비핵화 약속 이행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대미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는 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국내적인 목적의 이해가 맞아서 만난 것"이라며 "트럼프는 트위터로 김 위원장을 불러냄으로써 북한 문제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위상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됐다. 시진핑 방북에 이어 미국 대통령도 자신을 만나러 왔다고 국내적으로 선전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