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北 WMD 완전 동결 원해"…美 비핵화 전략 선회했나
비건 "북핵 동결 원해, 완전한 비핵화 포기 아냐"북핵 동결-관계 개선 제시…제재완화는 선 그어美 빅딜에서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 관측 대두미국 핵 동결안 제시 북한이 수용할지 미지수"핵 폐기 약속 없이 동결만으로 보상 잘못된 합의"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비건이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담'이 마무리 된 후 워싱턴으로 귀국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전용기에서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북한 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What we are looking for is a complete freeze of WMD programs)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최종상태(end state)와 거기에 이르는 로드맵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전제로 우선 WMD 동결에 동의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그동안 북한 내 모든 핵시설의 폐기라는 일괄타결식 접근법을 고수해왔는데 북핵 해결의 단계적 해결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교착 상태인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이 이전보다 다소 유연하게 북한과의 협상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미,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을 계기로 미국의 비핵화 협상 전략이 '완전한 핵폐기'에서 '핵동결'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미국 언론들의 보도가 쏟아졌다. 뉴욕타임즈(NYT)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핵 동결'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핵 협상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완전한 추측"이라며 즉각 보도를 부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핵 동결로 북핵 전략을 수정했다는 보도에 대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완전한 비핵화란 한미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핵 동결 개념에 대해서도 "미국이 얘기하는 건 완전한 폐기로 가는 단계로서의 동결을 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건 대표는 다만 "우리는 비핵화 이전에 제재를 완화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북한이 핵을 동결하더라도 제재를 해제할 준비는 돼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는 비핵화 전 제재 유지 원칙을 지키되 다른 방식으로 단계별 보상을 제시했다. 비건 대표는 김정은에 양보할 수 있는 것으로 인도적 지원, 대화 확대, 상대국 수도에서의 주재를 언급했다. 상대 수도 주재는 연락사무소 개설을 뜻한다.
그러나 미국이 비핵화의 첫 조치로 핵동결 안을 제시하더라도 북한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도 "비핵화 협상이 안 풀리니까 미국이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해본다고 하는데 제재 완화를 안 해주는데 북한이 그런 안에 관심을 보이겠느냐"면서 "협상이 안 풀리니까 빅딜에서 스몰딜은 아니더라도 미들딜로 나눠서 가는 거 아니냐 의구심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의 입장이 약간 변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원하는 것은 관계개선 뿐만 아니라 실질적 제재 완화를 희망하는데 (비건의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핵 동결이 핵폐기로 가는 입구나 과정일 수는 있다"면서도 "전체 핵 폐기 과정까지 포괄적 합의를 한 다음에 동결을 하면 의미가 있지만 핵 폐기 약속 없이 동결 만으로만 보상을 받겠다면 핵을 고착화 시켜주는 잘못된 합의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유연한 접근법을 내비치고 있지만 북한이 가장 원하는 대북 제재 해제에는 선을 그어 이달 중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과의 실무 협상에서 양측의 줄다리기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