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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인터뷰]트랙스 정모 ”록음악 듣는 사람 줄어들 수 있지만···”

등록 2019-07-28 10:19:01   최종수정 2019-08-05 09: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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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명가 SM의 첫 록밴드

싱어송라이터 첫 노래 ‘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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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록페스티벌 취소 소식을 전해들은 뒤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최근까지 SM엔터테인먼트에 몸 담았던 가수를 만나자마자 ‘지산락페스티벌’ 취소의 안타까움을 공유했다. 당장 일렉 기타를 들고, ‘록의 사망 선고’에 거칠게 항의할 것 같은 이 가수는 ‘아이돌 제국’인 SM에 록 음악의 깃발을 꽂은 록밴드 ‘트랙스’의 기타리스트 정모(34)다.

트랙스는 ‘H.O.T’, ‘S.E.S’, ‘신화’ 등을 통해 아이돌 그룹 명가로 자리매김한 SM이 2004년 야심차게 선보인 비주얼 록 밴드다. 화려한 분장과 외모로 정통 하드록 음악을 선보인, 당시 파격적인 팀이었다.

“비단 록의 하향세 흐름은 한국뿐 아니에요. 바로크 음악도 대중음악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소수의 사람만 듣는 음악이 됐잖아요. 시대는 계속 변화할 거예요. 록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숙제가 주어지는 거죠. 록은 너무 훌륭하고 좋은 콘텐츠지만 대중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원하니까요.”

긍정주의자로 유명하지만 정모에게 작년쯤 음악에 대한 회의감이 든 이유다. “록음악이 국내에서는 주류가 아니었지만 세계에서는 항상 사랑을 받고 있었어요. 그래서 국내에서도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세계적으로 록 팬들이 줄어가고 우리가 아는 정통 밴드가 사라져 가면서 고민이 많아졌죠.”
 
하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보컬 제이(36), 2인 구성에 DJ 겸 프로듀서 긴조(36)를 영입해 EDM 밴드로 변신, 지난해 싱글 ‘이스케이프’ 등을 발매했다. “밴드에 EDM이 플러스된 형태인데, 변화는 저희가 선택한 것이니 후회는 없어요."

정모는 최근 SM과 전속계약을 만료했다. 작년 재계약을 논의하는 시점이 되면서 뮤지션으로서 정체성 고민이 컸다. 결국은 다시 ‘무(無)가 돼 보자!’라는 생각을 했다.
 
“SM은 좋은 회사였어요. 뮤지션에 대한 지원이 좋고 서로 신뢰를 하고 있었죠. 15년을 함께 해올 수 있었던 이유에요. 회사에서 재계약을 제시하기도 했어요. 그런 상황에서 SM을 나온다고 하니,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고 했죠. 하지만 회사에 솔직히 제 고민들을 이야기했죠. 언제까지 좋은 회사의 배경 안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좀 더 큰 그림을 이야기했죠. 회사도 ‘너의 음악을 응원하겠다’고 해주셔서 용기를 냈어요.”

정모는 트랙스 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동시에 SM 소속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희철(36)과 프결성한 프로젝트 듀오 ‘희철 & 정모’도 여건이 되면 작업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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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는 최근 신곡 ‘복숭아’를 발표했다. 10년 전 정모의 룸메이트였던 헨리가 바이올린으로 피처링으로 힘을 보탰다. ‘복숭아’ 뮤직비디오는 슈퍼주니어 신동이 연출을 맡았다.

무엇보다 ‘복숭아’는 정모가 데뷔 후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대중에게 들려주는 곡이다.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정모는 그동안 앨범 수록곡의 코러스, 라디오, 뮤지컬 등을 통해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본인 목소리로 곡을 녹음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명실상부 싱어송라이터가 된 것이다.

‘복숭아’는 정모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 ‘복숭아’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은 노래다. 정모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도맡았다. 경쾌한 어쿠스틱 셔플리듬의 곡으로 청량함이 일품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만든 음악이에요. ‘사람 손으로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라는 거였죠. 하드한 음악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일종의 분위기를 새롭게 환기시키는 곡이에요.”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과 관련해서는 성원해준 팬들에게 대한 ‘깜짝 선물’이라며 웃었다. “노래를 하는 모습이 아직은 낯설어요. 연주자로서 무대에 올랐으니까요. 그래서 ‘보컬’보다는 ‘보이스’로 표현을 하고 있어요. ‘제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뉘앙스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표현이 개인적으로는 보이스라고 생각했거든요. 하하.”

정모는 네 다섯 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어머니에게 장난감 대신 박남정, 이선희, 변집섭의 LP를 사달라고 졸랐다. 작사, 작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가요톱10’을 보다가 자막으로 뜨는 작사, 작곡자 이름으로 눈길이 쏠린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작사, 작곡을 할까 고민하다가 시청한 ‘이소라의 프러포즈’가 답을 줬다. 이 방송에서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기타로 곡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중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서울 노원구의 기타 학원을 찾았다.

처음에는 통기타를 배우러 갔는데 강렬한 일렉 기타 소리를 듣고 ‘저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록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중2 때 들은 일본 록 밴드 ‘X재팬’의 노래들, 특히 ‘달리아’를 듣고 음악 세계가 뒤바뀌는 경험을 했다. 이 곡에 자신이 그간 들었던 모든 장르가 녹아들어가 있었다. 그해 친구들과 ‘레볼루션’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포함된 이름의 밴드를 결성했다. 그리고 아이돌 음악과 함께 록 음악의 부흥을 꿈 꾼 SM과 의기투합, 이 회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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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음악 흐름 공부에도 열심인 정모는 점차 트렌드가 없어지는 것 같다고 봤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획자들이 더 단순해질 필요가 있어요. 이제 더 이상 계속 트렌드를 만들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도 될 거 같아요. 대중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 빨라졌죠.”

로커인 정모도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였다. 예능프로그램 ‘일밤-오빠밴드’, 뮤지컬 ‘페임’ ‘고래고래’ 출연, 런웨이 모델···. 정모는 “좀 더 유연하게 바뀌어도 괜찮을 거 같다”고 여겼다.

4인이던 트랙스가 정모, 제이 2인으로 재편해서 한창 팀을 알리는 과정에서 2010년의 정모를 다시 만났다. 당시 음악을 “9회 말 투 아웃 투 스트라이크 스리 볼”이라고 정의했던 자신이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고 자칫 스윙으로 게임이 끝나도 다시 경기를 하면 된다”고 낙관했었다.

이런 마음가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록 음악을 듣는 사람은 줄어들 수 있지만, 계속 좋아해주는 분이 존재 한다면 음악을 그만 두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더해졌다. 진짜 좋아하는 음악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정모의 2막이 열린다고 봐도 될까. 정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제 인생에서 막이 나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한 회사에만 쭉 있었고요. 지금이 제 첫 터닝 포인트죠. 앞으로 지치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에요.”

정모는 최근 인상적인 꿈을 꿨다. 정모와 함께 밴드를 했던 멤버들이 다 같이 모여 운동회를 하는 어느 날, 갑자기 한쪽 끝에서 X재팬의 기타리스트 히데(1964~1998)가 등장했다. ”너 잘하고 있으니까. 계속 파이팅’이라고 응원했다.

히데와도 같이 사진을 촬영했다. 너무 현실 같아 꿈에서 깨어나 바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이유다. 사진은 물론 없었다. 정모 눈에서 눈물이 났다. “아마 불안한 마음이 반영됐던 것 같아요. 근데 운명 같아요. 계속 음악을 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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