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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가 온다]스웨덴은 은퇴시점 개인이 선택…평균 정년 64.5세

등록 2019-09-03 10:00:00   최종수정 2019-09-16 10:3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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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61세부터 은퇴시점 선택 가능

은퇴시점 빠를수록 연금수령액 낮아

스웨덴 전문가들 한국 정년연장 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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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뉴시스】박대로 기자 =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높여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현행법상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년을 연장하면 급격한 고령화 탓에 줄어드는 전체 노동인구 규모를 유지하고, 고령층 빈곤 문제를 해결하며, 국민연금 고갈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각에는 정년 연장이 청년층 일자리를 뺏고 실제 실업률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있다.

이와 관련, 이미 2014년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20% 이상)에 진입한 스웨덴은 정년 문제를 영리하게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웨덴은 전체 인구 1000만명 중 노인 인구가 약 200만명으로 20%를 웃돌고 있다.

뉴시스가 창사 18주년 특집을 위해 지난달 25~29일까지 방문한 스웨덴은 법정 정년으로 인한 국론 분열과 국력 소모를 원천봉쇄한 나라였다. 스웨덴 지도층이 정년과 연금을 직접 연계하는 한편 개인에게 적극적으로 선택권을 부여하는 대안을 일찌감치 마련한 덕분이다.

스웨덴에서는 정년, 즉 은퇴시점과 공적 노령연금 수령 개시연령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은퇴하는 그 시점부터 노령연금이 지급된다. 이 때문에 은퇴 시기와 연금 지급 시기 간의 공백인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 우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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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뉴시스】 박대로 기자= 지닌달 29일 스웨덴 스톡홀름 감라스탄 지구에서 노년 커플이 나란히 거리를 걷고 있다. 2019.09.03. [email protected]
스웨덴인은 산술적으로는 61세부터 은퇴하고 연금을 수령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때 은퇴를 할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렸다. 개인이 은퇴시점을 앞당기면 더 낮은 연금을 감수해야 하고 반대로 은퇴를 늦추면 그만큼 연금 수령액이 높아진다.

스웨덴에서는 인터넷에 접속해 자신의 은퇴예상 시점, 즉 연금수령 시점을 입력하면 자신이 사망할 때까지 얼마나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은퇴시점과 연금수령 시점을 정하는 것이다.

기대수명이 갈수록 늘어나는 탓에 스웨덴인들은 더 오래 일하고 더 늦게 연금을 수령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 은퇴 전 소득 규모에 따라 연금수령액에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누구에게나 미래의 연금수령액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있는 셈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고령자들이 더 오랫동안 연금을 납입하고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연금재정 안정화라는 효과를 낳았다.

스웨덴 고령자는 원한다면 70세까지도 일할 수 있다. 그 결과 스웨덴의 평균 은퇴 연령은 64.5세까지 올라갔다. 스웨덴이 이처럼 융통성 있게 은퇴와 연금제도를 유지할 경우 향후 기대수명 증가에 따라 평균 은퇴연령은 더 상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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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뉴시스】 박대로 기자= 스웨덴인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스톡홀름 시청 인근에서 휴식을 즐기고 있다. 2019.09.03. [email protected]
이 때문에 스웨덴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역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권유했다.

군나르 안데르손(Gunnar Andersson)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 인구통계학과 교수는 "이제 기대수명을 고려해 정년을 수정해야 한다"며 "19세기 말 독일 제국 초대 재상 비스마르크에 의해 연금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기대수명이 67세였을 때다. 지금은 85세에서 90세까지 기대수명이 올라갔다"고 정년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울레 세테르그렌(Ole Settergren) 스웨덴 연금청 연금분석팀장도 "정년 연장은 2가지 측면에서 연금 재정에 도움이 된다. 연금가입자들이 더 오래 일함으로써 기여금이 더 늘어난다. 또 연금 수령 시점이 늦춰지면서 지급되는 연금이 줄어든다"며 "한국의 정년인 60세는 너무 이르다. 많은 나라들이 이미 65세에서 67세로 늦췄고 유럽국가들도 65세 이상으로 늦추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년이 연장되면 청년층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에 대해서도 스웨덴 전문가들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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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뉴시스】 박대로 기자= 지난달 28일 스웨덴 스톡홀름 시내에서 운행하는 유람선에서 스웨덴인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19.09.03. [email protected]
울레 세테르그렌 팀장은 "물론 그렇게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고령층 취업이 청년층 실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결론짓고 있다.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라며 "오히려 고령층이 취직을 많이 할수록 청년층도 취직을 많이 한다. 모든 사람들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할수록 경제는 더 활력을 얻는다"고 말했다.

스벤 호트(Sven Erland Olsson Hort) 스웨덴 린네대학교 명예교수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신기술에 밝아 노동시장에서 유리하다"며 "오히려 50대나 60대가 신기술이 기반이 된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전문가들은 결국 한국이 정년을 연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더 이상 현행 60세를 고집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울레 세테르그렌 팀장은 "한국은 정년 연장을 받아들여야 한다. 반대의견 때문에 오랜 기간이 걸릴지 몰라도 현실의 위력 앞에 저항은 무너질 것"이라며 "더 오래 버틸수록 충격은 더 커질 것이다. 이는 연금 전문가라면 모두가 제안할 가장 간단하고 명확한 조언"이라고 말했다.

군나르 안데르손 교수도 "한국은 (정년제도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연금제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앞으로 사람들이 더 오래 살게 될 것이고 인구구조 면에서도 부양할 청년층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년제도에 있어서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정년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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