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대책 1년②]'고분양가' 칼 빼든 국토부…'로또 아파트'에 청약과열 우려
9·13대책 이후 8개월만에 집값 다시 '꿈틀'…11주째 상승분양가 대책 '3종 세트' 꺼내…'민간택지 상한제' 승부수'로또 분양' 대기수요, 청약과열 잠재요인으로 작용10월 시행령 발효…적용 시점·대상 불활실성에 시장 '혼선'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11월 첫째 주부터 올해 6월까지 내림세를 보였다. 대책 발표 이후 지난달까지 1.13% 하락했다. 수요자들이 집값 하락을 크게 체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대책 발표 전 1년 간 상승률이 9.18%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집값 안정 효과는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9·13대책 1년을 맞는 13일 상황은 또 다시 바뀌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7월 첫째 주 34주 만에 상승 전환한 이후 10주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 이어 신축 아파트가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 9·13대책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정부는 '고분양가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밀어 올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이른바 분양가를 잡기 위해 '3종 세트' 구상을 밝혔다. 분양원가공개,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가 그것이다. 새 아파트가 저렴하게 공급되면 인근 집값에도 영향을 미쳐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이란 기대였다. 이는 그간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도입 요구가 빗발쳤던 제도이기도 하다. 원가 공개의 경우 해외에서는 일반화된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공택지 분양가 공시항목을 12개에서 62개로 확대했고 분양가 심사 강화, 택지비·가산비 개선 등의 계획도 발표했다. 공공부문 후분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민간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제공해 후분양을 유인하겠다고 했다. 남아있는 것 중 가장 강력한 카드로 꼽혔던 '분양가상한제'는 지난 6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언급한데 이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식화하며 주목을 받았다. 민간택지의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상한선을 두고 통제하고 있지만 고분양가 논란이 여전한데다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연기하거나 분양가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등 틈새를 비집고 들어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면서 9·13대책 이후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영향도 있다. 분양가상한제는 감정평가한 토지비에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 건설사의 적정이윤을 넘어설 수 없도록 한 제도로 공공택지에만 적용돼 왔다. 현행법상 민간택지에도 적용하고 있지만 '직전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 중 ▲1년간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초과한 지역 ▲3개월간 주택매매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상승한 지역 ▲2개월 간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5대 1을 초과했거나 국민주택규모(전용 85㎡) 주택의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모두 10대 1을 초과한 지역'이란 요건 때문에 사실상 실제 시행한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그러다 국토부는 지난달 12일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안을 발표하며 칼을 빼들었다.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70~80%까지 낮아지는 만큼 '로또 아파트' 우려를 잠재울 대책도 함께 제시했다. 전매제한기간을 시세 대비 분양가 비율에 따라 최장 10년으로 늘리고, 거주의무기간 최장 5년을 도입하겠다는 내용 등이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전매기간 내에 집을 팔아야 할 경우 시세 차익 없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우선 매각하게 하는 법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선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실제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로또 아파트'에 청약 대기수요가 몰려 청약시장이 과열될 수 있고 서울 강남권의 경우 분양가가 낮아져도 중도금 대출이 어려운 9억원 이상인 경우가 많아 결국 현금부자들이 이익을 챙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10월 주택법 시행령 발효를 앞두고 분양시장은 벌써부터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예상 당첨 가점이 60점 이상, 서울은 70점 이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가점이 낮은 대기자들과 전매제한기간·거주의무기간에 부담을 느낀 수요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7일 1순위를 접수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89가구 모집에 1만8134명이 몰려 평균 203.7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최근 10년 간 서울에서 분양한 단지 중 평균 30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아크로 리버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이 외에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2차'는 70가구 모집에 5280명이 접수해 평균 75.43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지난 4일 1순위를 접수한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 파크'와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엔 총 3만개가 넘는 청약 통장이 몰리며 각각 평균 43.54대 1과 평균 54.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역시 지난 7월 말 기준 2506명으로 서울에서만 전달(6940명)의 3배가 증가하는 등 대기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 이후 청약시장을 달굴 잠재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강남 재건축 단지의 상승장엔 제동이 걸렸지만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9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와 같이 0.03% 오르면 1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5년 이하 신축 아파트값은 0.06%, 5~10년짜리 아파트값은 0.05% 오르며 상승세를 견인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민간택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재건축은 더뎌지고 새 아파트의 희소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입지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신축 아파트의 인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택지 상한제 시행 시점과 적용 대상을 두고 부처 간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것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TV 시사프로그램에서 "10월에 주택법 시행령이 발효된다고 해서 바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며 "작동 시기는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고 제가 주재하는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상한제 시행이 시급하다는 국토부와 경제 상황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기재부 간 시각차가 읽히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상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며 "지정 지역과 시기는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