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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윤현준 우아한형제들 부사장 "내년 배달로봇 상용화 기대"

등록 2019-09-25 07:42:00   최종수정 2019-10-14 09: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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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용업주 20만명, 월 실사용자 1200만명, 3600만건 주문"

"1인 가구 증가, 밀레니얼세대 성장 등 배달시장 성장여력 충분"

"메리고키친서 서빙로봇이 90% 이상 역할, 사람보다 2배 효율"

"자율주행 배달로봇 주행시 정밀한 HD맵 필요, 규제완화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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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윤현준 우아한형제들 미래사업부문 부사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내년이면 배달로봇이 카페에서 학생회관, 기숙사로 음료와 디저트를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합니다"

윤현준(48) 우아한형제들 미래사업부문 부사장은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연내 건국대에서 자율주행 배달로봇의 실외 주행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5월 건국대와 자율주행 배달 로봇의 상용화 및 사람과 로봇간 상호작용 연구 협력을 위해 손을 잡고, 캠퍼스 내 자율 배송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배송 물량이 증가하며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자율주행 배달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우버, 포드,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미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과 배달 서비스 상용화 계획을 잇따라 내놓으며 경쟁도 치열하다. 2010년 6월 배달앱 '배달의민족'으로 시작한 우아한형제들이 프리미엄 외식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 외식업주 전문 식부자재 쇼핑몰 '배민상회' 등으로 사업을 확대한 데 이어 배달로봇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장대비가 쏟아지던 9월 초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무실에서 윤현준 부사장을 만났다. 윤 부사장은 2010년 김봉진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배달앱을 만들었던 창업자 중 한 명이다. 최고개발책임자(CTO),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지난해부터 미래사업부문을 이끌며 미래 먹거리를 탐구하고 있다.

그는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오후 5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주문량이 폭증한다. 반면 배달기사들은 평소보다 출근을 많이 안하고, 1건당 배달 시간이 길어지며 취소 건수가 증가한다"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주문과 배달기사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율주행 배달 로봇 개발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배달원이 오토바이로 음식점에서 픽업해 문앞에 두는 것까지 하나의 로봇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단계적으로 특정 지역까지 배달하고, 건물 내에서 층간을 이동하는 배송 문제를 해결한 뒤 장기적으로 일반 도로에서 배송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작은 서빙 로봇부터 먼 거리를 배달하는 로봇 등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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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윤현준 우아한형제들 미래사업부문 부사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09.25. [email protected]
우아한형제들은 2017년 자율주행 배달 로봇 투자에 본격 착수해 지난해 실내 푸드코트 서빙 로봇 '딜리'와 레스토랑 서빙 로봇 '딜리 플레이트'를 시범 운영했다. 올해 4월에는 잠실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단지에서 실외 주행 로봇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배달원이 단지 입구에서 배달로봇에 음식을 넣으면 로봇이 주문자가 있는 아파트 동 앞까지 운행하는 방식이다. 일본 로봇 개발사 ZMP의 자율주행 배달 로봇 '캐리로'를 활용했다.

 실내에서는 고층 건물에서 층간 이동을 통해 배달을 하는 로봇을 연구하고, 우아한형제들이 입주한 건물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서빙 로봇은 여러 차례 테스트를 통해 상용화가 임박했다. 지난해 천안 푸드코트에서 고려대 연구팀과 함께 만든 '딜리'를 선보였고, 피자헛 목동중앙점에서 베어로보틱스의 '딜리플레이트'를 통해 시범 서비스를 진행했다.

 특히 지난 7월 선보인 이탈리아 퓨전 레스토랑 '메리고키친(Merry-Go-Kitchen)'은 그 동안 연구, 개발해 온 외식업 미래 기술을 적용한 집약체로 주목을 받았다. 주문은 '배민스마트오더'로 한다. 배달이민족 앱을 열어 각 테이블에 부여된 QR코드를 찍으면 메뉴 확인과 주문, 결제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하다.

매장 안을 돌아다니는 자율주행 서빙 로봇은 한 번에 최대 4개 테이블에 음식을 나를 수 있다. 매장 내 직원이 음식 쟁반을 서빙 로봇에 담아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로봇이 주문자의 테이블까지 가져다준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비켜주세요'라고 말하며 피한다. 벽 쪽에는 모노레일을 타고 움직이는 두 대의 로봇이 있다. 직원이 로봇에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음식을 실은 로봇이 주문자가 앉은 테이블 앞에 정확히 멈춘다.
 
윤 부사장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메뉴를 보고 주문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고객 불만 이슈도 없었다"며 "한 달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빙로봇 1대와 슬라이드 로봇 서빙이 90% 이상 서빙을 했다. 한 번에 최대 음료 12잔까지 서빙하는 등 사람보다 1.5배 효율이 높았다. 1명 인력보다 2배의 효율을 만드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메리고키친 2,3호점을 내는 것보다 서빙 로봇을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는 "조만간 극장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등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단가가 비싼 자율주행 서빙 로봇을 어떻게 업주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 내년이면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윤 부사장의 기대와 달리 배달 로봇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가야할 길도 멀다. 그는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도로가 잘 만들어져야 하고, 도어나 엘리베이터 보안 이슈도 해결해야 한다"며 "로봇이 움직이기 위해 정밀한 HD 맵 구축과 자율주행 센서 기술도 고도화돼야 한다. 인도를 다니는 로봇을 만들려면 규제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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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래식당 컨셉의 메리고키친에서 서빙하고 있는 자율주행 로봇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창업 10년차다. 초기 비전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배달 산업을 발전시키자'였다. 전단지를 통해 가게를 알리고, 소비자들은 전화 주문을 통해 피자, 짜장면, 치킨 정도를 먹을 수 있을 때 이야기다. 10년 만에 배달의민족은 급성장했다. 올해 8월을 기준으로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업주는 20만명, 한 달 실사용자는 1200만명, 한 달간 주문수는 3600만건에 육박한다. 하루에 120만명이 배달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셈이다. 

윤 부사장은 "창업 당시 배달시장을 10조 정도로 추정했는데 지금은 2배 이상 커졌고, 이제는 똠양꿍, 쌀국수, 수제 햄버거 등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다양해졌다"며 "지난해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800만 정도 됐을 때 배민도 보편적인 어플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제는 1200만명이 이용하는 어플이 됐다. 해마다 80~90%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일각에서는 배달 시장의 성장이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윤 부사장은 배달음식과 배달을 하지 않은 음식점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IT 기술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경제 주축으로 등장한다는 점, 1인 가구와 맞벌이가구 증가 등 가족 형태의 변화에서 배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10년 전에는 배달 음식점과 배달 안하는 음식점이 나뉘어 있었지만 이제는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졌다"며 "2017년에는 신규 업주 1만명을 모집하려면 3개월이 걸렸는데 지금은 한 달에 1만개의 신규 업소를 모집한다. 신규 업주들의 플랫폼으로 유입 속도 역시 빨라졌다. 배달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배달 시장은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먹는 음식, 반조리 제품, 배달음식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없어지고, 질도 높아지며 배달앱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일상의 음식을 해결하려는 요구가 많아졌다"며 "창업 초기 1인당 주문건수는 월 2회에 못미쳤지만 지금은 3.5회에 달한다. 사용자가 늘고, 선택할 수 있는 배달음식이 많아지고, 주문 횟수도 느는 등 성장 여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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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윤현준 우아한형제들 미래사업부문 부사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9.25. [email protected]

하지만 윤 부사장이 총괄하는 미래사업부문은 "여전히 돈 한 푼 못버는 사업부"다. 최근에는 웹툰 플랫폼 '만화경'을 발표하며 업계에서 또다시 주목을 받았다. 만화경은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는 격주간 온라인 만화 잡지다. 2주에 한 번씩 콘텐츠가 업데이트 된다.

윤 부사장은 "웹툰 서비스가 생뚱맞다고 하지만 우아한형제들은 많은 문화 사업을 했다. '배민 문방구'를 비롯해 요리 매거진 '에프(F)' 출간, 베짱이 팬클럽 모집, ㅋㅋ 페스티벌도 문화 사업의 일환이었다"이라고 말했다. IT 기술을 통해 음식과 배달을 혁신하는데 이어 문화 콘텐츠까지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는 실험을 선보인 셈이다.

자율주행 로봇 사업에 대한 투자 역시 당장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하지만 배달 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기업가치 3조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우아한형제들의 실험과 도전은 계속된다.

"밖에 나가서 해야할 신사업을 안에서 하고 있어 운 좋게 생각합니다. 다음 단계 미션은 음식을 조리하고, 준비하고, 원하는 이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효율화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오프라인 QR 결제, 스마트 오더, 통합 매출 관리, 서빙 로봇, 배달 로봇을 내놓은 이유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곳에서'라는 비전은 유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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