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6개월]본회의 앞둔 선거법 개정…의석 지각 변동 오나
300석 유지하되 지역 225-비례 75석…연동률 50%거대 양당 의석수 크게 줄며 다당제로 지형 형성패스트트랙 지정 절차상 내달 27일 본회의에 부의통과 쉽지 않아…한국당 반대, 바른미래 상황 급변지역구 축소 따른 통폐합 불가피…개별 의원 촉각본회의 전 극적 합의 관측도…막판 의원정수 늘리기?표결 부결시 현행대로 총선 가능성…후폭풍 예고【서울=뉴시스】강지은 이재은 기자 = 내년 4월 치러지는 21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제도 개편이 정치권의 핵으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우여곡절 끝에 '게임의 룰'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으나 각 당은 물론 개별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해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해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은 전체 의석을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253→225석)은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47→75석)은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비례대표 의석의 경우 전국 단위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연동률 50%를 적용해 배분한 뒤 남은 의석은 현행 제도처럼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나누기로 했다. 이른바 '준(準)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이 같은 선거법 개정안을 지난 20대 총선에 적용하면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당시 새누리당) 의석수가 크게 감소하고 정의당 의석수가 대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대 총선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보면 당시 123석을 얻었던 민주당은 16석 줄어든 107석, 122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은 13석 감소한 109석으로 거대 양당의 의석수가 크게 줄어든다. 반면 정의당 등 군소정당에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20대 총선에서 6석을 얻었던 정의당은 14석까지 차지할 수 있게 돼 가장 큰 수혜를 본다. 또 38석을 차지했던 국민의당(현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은 60석으로 22석이 늘어난다. 따라서 선거법이 개정되면 기득권 양당 정치가 완화되고 다당제 지형이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 야3당이 선거제 개혁에 먼저 공을 쏘아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거법 개정안은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지난 8월말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최장 90일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치면 다음달 27일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하지만 선거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패스트트랙 법안은 절차상 본회의 부의 뒤에는 60일 이내에서 국회의장이 안건을 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 있다. 60일을 기다릴 것도 없이 다음달 27일 본회의 부의 이후 바로 표결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여야 4당의 '날치기'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는 한국당의 반대표다.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은 297석으로 과반 정족수는 149석이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128석 ▲한국당 110석 ▲바른미래당 28석 ▲평화당에서 탈당한 대안정치 9석 ▲정의당 6석 ▲평화당 4석이다. 선거법 개정안에 비교적 긍정적인 민주당과 정의당 의석을 합쳐도 134석으로 15석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지정 때와 달리 당내 상황이 급변하면서 통과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내홍으로 분당(分黨)을 예고하고 있고, 평화당에서 나온 대안정치는 제3지대 정계개편을 모색 중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수는 정당의 역학 구도를 떠나 지역구 축소에 따른 여야 개별 의원들의 반발이다. 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지역구 의석을 현재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일 경우 인구수가 적은 지역구(인구 하한 기준인 유권자 15만3650명 적용)는 인근 지역구와 통폐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시뮬레이션 결과를 6개 권역별 지역구 의석수로 보면 ▲서울 49→42석 ▲부산·울산·경남 40→35석 ▲대구·경북 25→22석 ▲대전·세종·충북·충남·강원 35→31석 ▲인천·경기 73→70석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호남 지역인 광주·전북·전남·제주의 경우 지역구 의석수가 현재 31석에서 25석으로 6석(19.4%) 줄어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호남에 지역구가 많은 평화당과 대안정치에선 개정안 수정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역구 축소에 대한 우려는 민주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강세인 서울에서만 지역구 7개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당장 종로(정세균)와 서대문갑(우상호) 등이 통폐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 여야가 어떤 방식으로든 수용 가능한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도 최근 '정치협상회의'에 합의해 선거법 등 협상 테이블을 마련한 상태다. 일각에선 여야가 막판에 지역구 의석은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방향으로 합의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의원정수 확대에 국민 여론이 부정적인 만큼 지역구를 조금만 줄이고 비례대표도 조금만 늘리는 방안 역시 거론된다. 다만 한국당은 공식적으로 지역구 의석을 270석으로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모두 없애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여야의 중재안 협상 시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만약 끝내 여야의 합의 불발로 본회의 표결마저 부결되면 현행 선거법대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지난해 12월 여야 5당이 국민 앞에 약속한 선거법 개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후폭풍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고위 관계자는 "선거법 개정은 의원들의 정치 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에 당대표 간 협상을 해도 의원들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지율 하락 등 한국당의 상황이 나빠진다면 협상에 응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합의안을 마련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