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아베 회담 "양국 관계 방치 안 돼"…대화 분기점 마련(종합)
양측 "한일관계, 어려운 상태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한일 간 경색 조속히 타개하기 위한 소통·교류 촉진"아베 "국가간 약속 지켜야" 李 "청구권협정 존중·준수"文대통령 친서 "안보 파트너…조속히 현안 해결하자"정부 "정상회담 구체 논의 없어…공식대화 활발 기대"
이 총리는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친서에서 한일관계는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한 협력 파트너로서 중요하며, 양국 현안이 조기에 해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지난 7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및 우리 측의 강경 대응 이후 약 3개월 만에 마련된 양국 관계의 분기점으로 평가했다. 이에 더해 지금까지 물밑에서 이뤄졌던 한일 대화를 공식 채널을 통해 활발히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회담에 배석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주일한국문화원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일본 방문 동행 취재단과 만나 회담 내용을 전했다. 조 차관은 "두 총리가 한일관계에 관해 중요한 이웃국가로서 한일관계의 어려운 상태를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으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한일,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회담에서 "한일관계 경색을 조속히 타개하기 위해서 양국 외교당국 간 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소통과 교류를 촉진시켜나가자"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국가 간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당국 간 대화를 계속하자"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에 "일본이 그런 것처럼 한국도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준수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고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나루히토(德仁) 천황(일왕)의 즉위를 거듭 축하하고 태풍 피해를 당한 일본 국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감사함을 표하고 문 대통령이 일본 국민의 태풍 피해에 대한 위로전을 보낸 데 사의를 표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레이와(令和) 시대의 개막을 축하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희망하는 문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친서는 청와대 문장이 있는 하얀 봉투에 들어있는 그대로 전달해드렸다"며 "이 총리가 마무리한 단계에서 친서를 직접 전달했고 현장에서 아베 총리가 꺼내서 열어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에게도 외교경로를 통해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이 친서에는 즉위 축하와 함께 양국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희망하고 레이와 시대 일본 국민의 안녕과 번영을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회담은 양측이 당초 합의한 '10여분'보다 길어지면서 오전 11시12분부터 11시33분까지 21분 동안 진행됐다. 예정된 시간보다 약 두 배 길어진 셈이다. 정부는 이날 이 총리와 아베 총리의 만남을 '면담'이 아닌 '회담'으로 부르기로 일본 정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가 두 총리 간 대화를 양국관계에 대한 진지한 의견 교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3개월 동안 여러가지 불편한 일이 많았는데 이 총리가 일본을 방문해서 아베 총리를 만났고 (회담 시간이) 당초 10분에서 21분으로 늘었다"며 "(양국 관계의) 분기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당국 간 대화를 계속 하고 있고, 다양한 채널이 있다"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이뤄진 비공식적, 간헐적 대화들이 조금 더 공식적으로, 정부 간 채널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져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는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 고위관계자는 "정상회담을 하자고 구체적으로 제안한 건 없다. 그러나 가능성을 배제한 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언제 하자는 제안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상회담에 항상 열려 있고, 부정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며 "다만 정상회담이 갑자기 될 수는 없고 실무적으로 정부 간 정지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1월 초와 하순에 있는 (다자)국제회의에서 (한일)정상회의을 어떻게 한다는 계획은 없다"며 "다만 외교당국 실무 레벨은 금방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한일정상회담에 앞서 실무선에서 회담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