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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생산성혁명이 필수다①]"노동소모형 시대는 지났다"...효율성 위한 파격 실험중

등록 2019-11-19 08:00:00   최종수정 2019-12-02 09: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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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로 사회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혁신' 중요성 대두

집중근로시간제, PC 셧다운제, 회의·보고서 줄이기 도입 등 잇달아

복장 자율화 전환, 직급 호칭 폐지 등 조직 문화적 측면서도 접근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기업 성과·혁신에 긍정적인 영향 미쳐

관리자의 리더십도 기업 노동문화의 변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

"주 52시간, 통제의 의미보다는 생산성·효율성 증대 관점서 접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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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공감언론 뉴시스는 내년 '근로시간 단축' 확대 적용을 앞두고 '주 52시간, 생산성 혁명이 필수다'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주52시간 근무시스템 속에서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 기술, 제도 등 3가지 측면에서 혁신적 변화를 이끌어 낸 국내 기업들의 성공 사례들을 소개하고, 현장에서의 문제점 및 보완 대책을 집중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1. 한 대형 게임업체에 근무하는 A과장은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흡연자인 A과장은 하루 너댓 번씩 옥상 흡연실에 다녀오기에 근무시간에서 빠지는 30~40분을 점심시간 일을 통해 메꾸며 정시 퇴근한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5분, 15분 단위로 근무시간 체크를 시범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넥슨과 넷마블에선 15분 이상 컴퓨터를 조작하지 않으면 '자리 비움' 메시지가 뜨며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엔씨소프트는 흡연실이나 사내 카페 등 '비업무 공간'에 5분 이상 머물면 해당 시간은 근무 시간에서 제외된다. 외부에 나가려면 출퇴근 카드를 찍어야 되고, 근로시간에서 빠지게 되면서 직원들의 사내식당을 이용이 늘었다. 이 때문에 판교 점심시간 풍경도 이전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2.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게임업체만큼 빡빡한 운영은 아니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주 52시간에 따른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라 '비(非)근로시간'을 사내 전산망에 기입해야 한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근무하는 B프로는 흡연자지만 점심시간 외엔 아예 담배를 피지 않는다. 회사에서 강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무실에서 흡연장까지 멀어서 담배를 한번 피우려면 30분 이상 자리를 비워야 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로자 흡연이 생산성 및 노동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는 아직 나타나 있지 않지만 주 52시간제가 바꾼 근무환경 변화의 단적인 예다.

주 52시간 상한 근무제가 본격 시작되며 사회적으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의 중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기업들은 제한된 업무 시간 내에서도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분단위 근무시간 체크, 집중근로시간제, PC 셧다운제, 회의와 보고서 줄이기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있다.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조직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접근도 병행 중이다. 다소 경직되고 보수적인 문화를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바꾸기 위해 복장 자율화 전환 및 직급 호칭 폐지 등의 노력도 이어왔다.

LG전자는 주말 출근을 방지하기 위해 월요일을 '회의 없는 월요일'로 정해 시행하고 있다. 또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사내시스템에 인공지능 챗봇서비스를 도입해 임직원들이 간단한 질문만으로 사내 제도 확인, 회의실 예약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부터는 주 2일이던 청바지, 운동화 등 간편하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근무할 수 있는 '캐주얼데이'를 주 5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SK그룹은 의사결정의 혁신과 수평문화의 확산을 위해 직급·호칭을 파괴했다. 올 하반기 상무, 전무 등의 임원 직급을 폐지해 본부장·실장 등 직책으로만 부른다. 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별로 일반 직원들의 직위 체계와 팀장 직책까지 없애며 팀 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애자일(Agile) 조직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또 SK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한 변화점을 일하는 공간에서도 찾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유오피스’ 도입이다. 공유 오피스를 통해 소통과 협업을 바탕으로 창조적 아이디어 도출과 일 처리 방식의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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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올해 3월부터 상시 자율복장제를 도입한 현대모비스. 이를 통해 경직됐던 회의 분위기도 바뀌면서 창의적인 업무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5시 PC오프제'와 함께 '상시 자율복장제'를 병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그 동안 월 1회, 주 1회 실시하던 '캐주얼데이'를 지난 3월부터 '상시 자율복장제'로 전격 전환했다. 이를 통해 경직된 회의문화도 달라지고 더 많은 창의적인 업무 성과가 생겨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사업장에서 회의관리 시스템인 ‘회의 타이머’를 도입하기도 했다. 회의 시간을 최대 1~2시간 정도로 미리 설정해, 계획된 시간 안에서 회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솔루션이다.

롯데는 기업문화위원회를 통해 ‘ERRC’ 활동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ERRC’는 업무에서 ‘제거해야 할 요소(Eliminate)’, ‘감소해야 할 요소(Reduce)’, ‘향상시켜야할 요소(Raise)’, ‘새롭게 창조해야 할 요소(Create)’ 등 네 가지 요인을 발굴해 활용하는 전략 도구이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은 불필요한 일을 축소, 제거하는 한편 확보된 시간을 핵심업무 및 역량개발에 집중함으로써 업무몰입도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구성원들이 자신의 삶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어 워라밸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주 52시간 시대에 맞춰 대기업들이 도입한 유연근로제의 대표적 유형인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가 기업 성과 및 혁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향후 효과성과 기업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여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혁신성과를 분석한 결과에서탄력적 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1인당 부가가치에 유의적인 양의 효과를 나타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상품·서비스, 공정·프로세스, 조직, 마케팅 등의 부문에서 혁신 가능성이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할 경우에도 상품·서비스, 공정·프로세스, 조직 등의 부문에서 혁신 가능성이 유의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자산이익률(ROA)에 있어서는 양의 값을 나타냈지만 비유의적인 수치로 분석되어 실질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총자산이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효과성과 기업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요구를 반영하여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유진성 국가비전연구실장은 “근로자의 업무 효율성과 기업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유연근로제의 제도적 보완방안을 마련하여 유연근로제 정착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한편으로는 주 52시간제 등의 제도변화에 직면하여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정규직의 고용보호를 완화하고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직관리 및 업무방식의 변화와 함께 임원, 팀장급 관리자들의 리더십도 기업 노동문화의 변혁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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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SK 서린사옥 '공유오피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사진 SK
글로벌 1위 조직·인사관리 전문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그룹(Korn Ferry Hay Group) 코리아 정현석 대표는 "근무시간 단축으로 일의 효율성과 명확성이 절실해지면서 불필요한 일을 제거해주고 쉽지 않은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도록 직원의 능력을 개발시키는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상당수 기업들이 '프로세스 혁신'을 중점과제로 내놓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기업 문화나 업무방식이 바뀌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팀 구성원들의 성향과 그들을 이끄는 팀장의 리더십 등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강조했다.

명확한 목표와 업무분장, 효과적인 업무프로세스, 지원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임직원이 우수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실제 업무에 있어 팀원과 팀장간 바람직한 관계형성이 되어있지 못하다면 성취감이 줄어 결과적으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도 저해된다는 설명이다.

주 52시간 관리 솔루션 '얍워크(YAPWOKR) 플랫폼'을 서비스 중인 얍컴퍼니 인사이드 부문 최인찬 대표는 "우리는 솔루션도 제공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사업장 중에 하나"라며 "주 52시간 근무제가 근본적으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에 포커스 되어 있는 만큼 통제의 의미보다는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 증대 관점에서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고, 이를 시스템이 잘 도울 수 있도록 하여 기업과 직원이 모두 만족하는 서비스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성공적인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는 기업이 이를 이해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임채원 경희대 교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는 삶의 질이 중요해지는 사회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났다. 2011년부터 OECD는 ‘더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를 11개 분야에 걸쳐서 발표하고 있다. 그 중에 ’일과 삶의 조화‘인데, 한국은 40개 회원국 중에서 37번째"라며 "주 52시간 근무제를 근무 시간 단축이 아닌 ‘업무 생산성 증대’의 관점에서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OECD는 이 분야에서 주 50시간을 중심으로 평가를 하고 있으며, 한국의 52시간은 OECD기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 52시간 근무제는 업무 평가 기반이 생산성이나 효율, 퍼포먼스로 이동한다는 의미로, 기업들은 노동 시간 측정에서 머물던 근태 관리를 업무 전 부분으로 확장해 효율을 높일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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