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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철거→한·아세안 불참→군사합의 위반…北 '웅대한 작전' 실행하나

등록 2019-11-25 16:58:57   최종수정 2019-12-02 09: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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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 압박 강도 높여…"北 의도적 위반했을 듯"

김정은, 백두산 정상서 구상했다는 '웅대한 작전'

그중 대남 전략 실행에 옮긴 것 아니냐는 관측

北, 보도 수위는 조절…김정은 부대 시찰 중점

'새로운 길' 시사하며 대미 압박 메시지도 함께

"김정은, 이미 '새로운 길' 방향 정했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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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 2019.11.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성진 김지현 기자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 도서지역 방어부대에서 해안포 사격을 지시하면서 9·19 군사합의를 처음으로 위반했다. 북미가 연말을 앞두고 비핵화 협상 샅바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과 남측을 동시에 압박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5일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 방어대를 시찰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시찰에는 박정천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과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시찰 과정에서 창린도 해안포 중대에 포사격을 지시했고 실사격이 이뤄졌다. 중앙통신은 "해안포 중대 군인들은 평시에 자기들이 훈련하고 연마해 온 포사격술을 남김없이 보여드리고 커다란 기쁨을 드리었다"고 보도했다.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백령도에서 남동쪽으로 약 45㎞ 떨어져 있다. 이 지역은 남북이 지난해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규정한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완충수역)이다.

남북은 지난해 군사합의에서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서해 남측 덕적도에서 북측 초도 사이 135㎞ 수역에서 포사격과 해상 기동훈련을 완전 중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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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 2019.11.25.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의 이번 포사격 지시는 지난해 맺어진 남북합의 가운데 가장 큰 성과인 9·19군사합의까지 깰 수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함으로써 남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달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시설을 철거할 것을 통보한 데 이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 요청에 대해서도 불참을 통보하면서 남측과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지속해서 보내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가 소강국면이지만 남북선언 및 합의 중 유일하게 준수됐던 9·19군사합의까지 위반한 것은 이 같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전에 계획된 대남 도발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점을 몰랐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북한 전문가들도 대체로 김 위원장이 의도적으로 포사격을 지시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중앙통신은 창린도를 "조국의 전초선"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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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뉴시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방 창린도 방어부대를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출처=노동신문) 2019.11.25.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미 김 위원장이 이 지역으로 시찰을 간다고 했을 때는 남북군사합의 등 많은 것이 고려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만약 김 위원장이 즉흥적으로 포사격을 지시했고 최고지도자가 쏘라는데 군사합의 때문에 쏘면 안 된다고 말 못 할 상황이었다면 기사에는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발사는 사전에 의도된 발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연말 시한'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김 위원장이 지난달 백두산 정상에 올라 구상했다는 이른바 '웅대한 작전' 가운데 대남(對南) 전략의 일부를 실행에 옮긴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뉴시스와 통화에서 "북한이 군사합의 위반 여부를 모르고 포사격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홍 연구실장은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김 위원장이 백두산에서 구상했다는 웅대한 작전 차원에서 꾸린 대남전략 스케줄에 따라 남측을 흔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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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창린도는 황해도 남단에 위치한 섬으로 백령도에서 남동쪽으로 약 45㎞ 떨어져 있다. 2019.11.25. (사진=구글 어스 캡처) [email protected]
나아가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밝힌 '새로운 길'과 관련해 어느 정도 암시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에서 필수적인 군비통제 부분을 자극해 남측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불신까지 간접적으로 드러내면서 압박을 가한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최근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를 비롯해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 등의 명의로 담화를 발표하면서 미국을 향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가져오지 않으면 대화가 어렵다는 뜻을 반복해 밝혀오고 있다.

김 교수는 "북한은 새로운 길로 어느 정도 방향을 정했다고 본다. 그 결과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로도 나타났다"며 "최근 미국에 대한 발언이나, 최선희의 방러를 통해 북러 차관급 전략대화가 이뤄진 것도 지금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북한은 명확한 계획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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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북은 서해 남측 덕적도~북측 초도 약 135㎞, 동해 남측 속초~북측 통천 약 80㎞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이 지역에서는 포병·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 등이 중지된다. (그래픽=안지혜 기자)[email protected]
다만 북한도 이번 보도에서 '화력타격'이나 '화력훈련'과 같은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보도 내용도 대부분 김 위원장의 창린도 부대시찰에 중점을 두면서 그 가운데 일부만을 포사격에 할애했다. 최고지도자의 동정 보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서도 일정 부분 메시지를 조절하기 위해 보도 수위를 통제한 것으로 관측된다.

홍 연구실장은 보도 내용과 관련해 "완전하게 흔들기보다 여지를 둔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말까지 북미대화 결과가 어떻게 되든 결국 남북관계는 일정 수준 냉대하고 단절하는 모드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북한의 9·19 군사합의 위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서해 완충구역 일대에서의 해안포 사격훈련 관련 사항에 대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북측에서 언급한 해안포 사격훈련은 지난해 9월 남북 군사당국이 합의하고 그간 충실히 이행해 온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라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북측은 남북한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9·19군사합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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