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사 '페이 전쟁'…빅데이터 쌓고 카드 수수료 아끼고
자사 플랫폼 넘어 오프라인 결제까지脫신용카드 기회…"1020 미래고객 잡자"단순 결제수단 아닌 쇼핑 도우미빅데이터 축적해 마케팅 활용
자사 페이로 결제하면 포인트 적립율을 높이거나 상품권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며 회원수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간편 결제 시스템을 통해 록인(Lock-in) 효과를 볼 수 있다. 빅데이터를 수집해 고객의 구매 행동을 예측하기도 쉬워진다. 카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활용 범위 넓히는 유통사 페이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엘페이), 신세계(SSG페이), 쿠팡(쿠페이), 이베이코리아(스마일페이) 등 굵직한 유통기업들은 각자 자사의 페이를 운영 중이다. 자사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활용되던 것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장소애 구애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이 되기 위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롯데의 엘페이는 2015년 9월 론칭한 이래 누적 거래액 6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온·오프라인 가맹점 수는 약 30만개로 타 페이 대비 오프라인에서의 사용성이 높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롯데그룹 안에서 뿐 아니라 가맹점을 외부로 확장, 개방형 서비스로 사용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카드나 카카오뱅크 등 외부 금융사들과 손을 잡았다. 실제 엘페이 거래내역 대부분은 카드나 은행계좌를 통한 구매 결제건이 차지한다. SSG페이는 사용자 중 3040 여성 고객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파악해 아리따움 매장, 이니스프리 온라인몰 등에서 SSG페이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 이들 연령층은 생활비 관련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세금납부(서울/부산), 아파트 관리비, 우체국 등도 쓱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카드 수수료 아끼자 신용카드와 연동되는 페이도 다수지만 장기적으로 결제 기반이 은행 계좌를 통한 직불로 옮겨간다면 카드사에 내야 할 수수료가 줄어들 수 있다. 쿠팡의 쿠페이는 등록된 계좌를 통해 현금을 미리 충전해 두고 쓰는 방식이다. 쿠팡은 쿠페이로 결제하면 포인트 적립율을 높여주는 등 결제수단을 쿠페이로 유도하고 있다. 타 유통사 간편결제가 현금 계좌이체는 물론 신용카드와 휴대폰 간편결제 등도 결제수단으로 등록할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다른 유통사 페이와 비교하면 쿠페이는 탈(脫) 신용카드가 가능해진 셈이다. 핀테크 강국으로 평가받는 중국에선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이 계좌 충전 방식을 보편적으로 택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과일을 살 때 신용카드 사용은 불가능하고 현금은 거스름돈을 제대로 못 챙겨받는다면 QR코드를 보여줄 때 결제가 가장 수월하다. 물론 한국에서 탈신용카드가 가능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비신용사회이기 때문에 신용카드업이 발달하지 않고 바로 핀테크 영역으로 건너뛴 중국에 비해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수 십년 간 후불제 신용카드에 익숙해진 상태여서다.
◇단순 결제수단 넘어 혜택까지 챙겨주는 서비스 오프라인 시장에선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하는 삼성페이가 강자로 올라섰다. 온라인에선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포털이 내세운 페이가 자리잡았다. 익숙해진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게 되는 록인 효과를 감안하면, 유통사 페이가 과연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고객들의 쇼핑 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기존 페이들이 단순히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수단에 머물렀다면, 바코드 스캐닝 한 번으로 결제와 할인 적용, 포인트 적립, 현금/전자영수증 발행 등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결제 방식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번거로운 과정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적립이나 할인 혜택도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게 됐다. SSG페이는 간편결제를 넘어 광고, 쿠폰,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추후에는 금융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핀테크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게 목표다. 실제 SSG대출, 보험, 투자, 해외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다. ◇빅데이터 축적해 마케팅에 활용 유통업체들은 자사 페이를 통해 특정 품목이 어떤 성별과 연령대, 지역에서 많이 팔렸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유통업체에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을 때와는 정보 수집 가능 범위에 있어 차원이 다른 것이다. 업체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구매 행동 패턴을 분석해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빅데이터의 축적이 곧 자산이 되는 시대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간편 결제 시스템 자체가 직접적 수입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 수집 양이 많아질수록 정교하고 정확도 높은 분석 컨설팅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롯데멤버스는 내년 초 롯데 7개 유통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ON이 출범하는 시기를 엘페이 회원 가입수를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조민상 롯데멤버스 플랫폼부문장은 "내년 상반기 롯데ON의 결제 플랫폼으로 엘페이가 전면 도입될 예정"이라며 "여기에 3900만 엘포인트 사용자 연동으로 회원 수 2000만명을 달성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톱3 간편결제 서비스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