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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 '페이 전쟁'…빅데이터 쌓고 카드 수수료 아끼고

등록 2019-12-04 06:00:00   최종수정 2019-12-09 09: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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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플랫폼 넘어 오프라인 결제까지

脫신용카드 기회…"1020 미래고객 잡자"

단순 결제수단 아닌 쇼핑 도우미

빅데이터 축적해 마케팅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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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신세계아이앤씨(I&C)가 19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서 신용카드에 유통업계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 SSG페이 브랜드를 입힌 SSG카드를 출시하고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SSG카드를 SSG페이로 사용하면 전 월 실적 조건 없이 무제한 1.5% SSG머니 적립은 물론, 신세계포인트 0.1%도 추가 적립 가능하다. 또한 매월 주요 가맹점에서 최대 20%까지 할인 가능 쿠폰도 제공한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최근 유통업계는 '페이 전쟁'이 한창이다. 어느 회사의 간편결제 서비스가 먼저 자리잡느냐가 관심이다.

자사 페이로 결제하면 포인트 적립율을 높이거나 상품권을 증정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내걸며 회원수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간편 결제 시스템을 통해 록인(Lock-in) 효과를 볼 수 있다. 빅데이터를 수집해 고객의 구매 행동을 예측하기도 쉬워진다. 카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활용 범위 넓히는 유통사 페이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엘페이), 신세계(SSG페이), 쿠팡(쿠페이), 이베이코리아(스마일페이) 등 굵직한 유통기업들은 각자 자사의 페이를 운영 중이다. 자사 온라인 플랫폼 안에서 활용되던 것을 넘어 오프라인에서도 장소애 구애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이 되기 위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롯데의 엘페이는 2015년 9월 론칭한 이래 누적 거래액 6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온·오프라인 가맹점 수는 약 30만개로 타 페이 대비 오프라인에서의 사용성이 높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롯데그룹 안에서 뿐 아니라 가맹점을 외부로 확장, 개방형 서비스로 사용 범위를 넓히는 데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우리카드나 카카오뱅크 등 외부 금융사들과 손을 잡았다. 실제 엘페이 거래내역 대부분은 카드나 은행계좌를 통한 구매 결제건이 차지한다.

SSG페이는 사용자 중 3040 여성 고객의 비중이 높다는 점을 파악해 아리따움 매장, 이니스프리 온라인몰 등에서 SSG페이 결제를 가능하게 했다. 이들 연령층은 생활비 관련 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세금납부(서울/부산), 아파트 관리비, 우체국 등도 쓱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카드 수수료 아끼자

신용카드와 연동되는 페이도 다수지만 장기적으로 결제 기반이 은행 계좌를 통한 직불로 옮겨간다면 카드사에 내야 할 수수료가 줄어들 수 있다.

쿠팡의 쿠페이는 등록된 계좌를 통해 현금을 미리 충전해 두고 쓰는 방식이다. 쿠팡은 쿠페이로 결제하면 포인트 적립율을 높여주는 등 결제수단을 쿠페이로 유도하고 있다. 타 유통사 간편결제가 현금 계좌이체는 물론 신용카드와 휴대폰 간편결제 등도 결제수단으로 등록할 수 있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다른 유통사 페이와 비교하면 쿠페이는 탈(脫) 신용카드가 가능해진 셈이다.

핀테크 강국으로 평가받는 중국에선 위챗페이, 알리페이 등이 계좌 충전 방식을 보편적으로 택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과일을 살 때 신용카드 사용은 불가능하고 현금은 거스름돈을 제대로 못 챙겨받는다면 QR코드를 보여줄 때 결제가 가장 수월하다.

물론 한국에서 탈신용카드가 가능할 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비신용사회이기 때문에 신용카드업이 발달하지 않고 바로 핀테크 영역으로 건너뛴 중국에 비해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수 십년 간 후불제 신용카드에 익숙해진 상태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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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26일 서울 성동구 이마트 성수점에서 한 고객이 제로페이로 상품 결제를 하고 있다. 이마트는 전국 이마트, 트레이더스, 일렉트로마트, 삐에로쑈핑 매장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도입한다. 고객이 어플리케이션에 있는 제로페이 결제 바코드 혹은 QR코드를 가맹점에 제시하면, 가맹점에서 POS단말기로 스캔해 결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2019.08.26. [email protected]
이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용이 자유로운 기성세대는 몰라도, 현재는 신용카드 발급 조건이 안 되지만 앞으로 소비의 주축이 될 1020 세대가 어릴 때부터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을 사용하며 자랐다면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페이 사용에 심리적 장벽이 낮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최대한 다양한 결제수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결제수단 넘어 혜택까지 챙겨주는 서비스

오프라인 시장에선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하는 삼성페이가 강자로 올라섰다. 온라인에선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 등 포털이 내세운 페이가 자리잡았다. 익숙해진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게 되는 록인 효과를 감안하면, 유통사 페이가 과연 경쟁력이 있을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신세계는 "고객들의 쇼핑 환경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기존 페이들이 단순히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수단에 머물렀다면, 바코드 스캐닝 한 번으로 결제와 할인 적용, 포인트 적립, 현금/전자영수증 발행 등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결제 방식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번거로운 과정이 줄어들 뿐 아니라 적립이나 할인 혜택도 놓치지 않고 받을 수 있게 됐다.

SSG페이는 간편결제를 넘어 광고, 쿠폰,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추후에는 금융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핀테크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게 목표다. 실제 SSG대출, 보험, 투자, 해외송금 서비스를 하고 있다.

◇빅데이터 축적해 마케팅에 활용

유통업체들은 자사 페이를 통해 특정 품목이 어떤 성별과 연령대, 지역에서 많이 팔렸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유통업체에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고객이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을 때와는 정보 수집 가능 범위에 있어 차원이 다른 것이다.

업체들은 이 정보를 활용해 고객의 구매 행동 패턴을 분석해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빅데이터의 축적이 곧 자산이 되는 시대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간편 결제 시스템 자체가 직접적 수입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 수집 양이 많아질수록 정교하고 정확도 높은 분석 컨설팅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롯데멤버스는 내년 초 롯데 7개 유통계열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ON이 출범하는 시기를 엘페이 회원 가입수를 큰 폭으로 늘릴 수 있는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조민상 롯데멤버스 플랫폼부문장은 "내년 상반기 롯데ON의 결제 플랫폼으로 엘페이가 전면 도입될 예정"이라며 "여기에 3900만 엘포인트 사용자 연동으로 회원 수 2000만명을 달성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톱3 간편결제 서비스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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