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밀착', 한일 '물꼬'…文대통령 1박2일 방중 의미
시진핑과 대북 제재완화 논의…한중 관계 발전 속 美 반발 우려한일 정상회담 재개에 의미…수출규제·강제징용 과제는 여전中 '일대일로'와 美 '인도·태평양' 연계…中 호응 위해 '무리수'
북미 비핵화 협상의 좌초 위기 속에서 한중일 3국 정상 간 북미 대화의 모멘텀 유지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나름의 의미 있는 결과로 여겨진다. 한반도 평화 유지가 한중일 3국 간 공동의 책임이며, 오직 대화를 통해서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을 의장 성명에 담았다. 특히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사업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중국과 러시아의 해제 결의안에 대해 한중 정상이 함께 의논했던 부분도 시사점이 크다. 북한이 공언한 '새로운 길'과 맞물려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다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을 풀기 위해 중국과 한층 밀착하려 했던 노력들이 오히려 향후 미국과의 관계 설정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과의 관계 회복은 당장 실질 성과로 이어지는 데까지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후 중국 대표 시인 두보(杜甫)의 옛 휴식터를 둘러보는 한중일 정상회의 2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끝으로 귀국 길에 올랐다. 베이징과 청두(成都)를 오가며 벌인 숨가쁜 외교전이 막을 내렸다. ◇사드 '봉인' 유지, 한중 관계 실질 복원…대북 제재완화 논의 주목 무엇보다 의미가 깊었던 것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이라 할 수 있다. 2년 전 한중 간 사드 문제를 '봉인'하기로 합의했던 것에서 나아가 실질 관계 회복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됐다. 기존 5차례의 한중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빠지지 않았던 시 주석의 사드 관련 공개 언급이 사라진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비공개 회담 때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 있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사드 문제는 지난 6월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언급됐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당시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들이 검토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한중은 운명공동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고 했었다"면서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해서 한국과 중국이 함께 상호 '윈-윈'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을 바탕으로 한 대북제재 완화론 대해 논의한 것은 이번 중국 방문 기간 가장 의미 있는 장면으로 받아들여 진다. 금강산 관광 재개 완화 구상의 좌절을 한 차례 겪은 이후 난항이 거듭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북미 대화의 재개만을 기다려야 했던 문 대통령 입장에서 새로운 외교적 공간이 열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러의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과 관련해 "저희도 주목하고 있다"며 "현재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굉장히 엄중한 시점에 있는 상황 속에서 다양한 국제적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와 한일 정상회담 '물꼬'…수출규제·강제징용 인식차는 여전 아베 총리와 공식적으로 15개월 만의 한일 정상회담을 가진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성과 중 하나라는 평가다. 물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관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 등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해도 정상급 공식 채널이 가동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는 것이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뉴욕 유엔 총회 이후 15개월 만에 어렵게 성사됐다.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3(ASEAN+한중일) 정상회의 직전 '11분 깜작 환담'에 이어 정상 간 스킨십 주기가 줄어든 것도 기초적인 신뢰 형성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청와대 안팎에서 감지된다.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된 뒤에 문 대통령은 일본이 취한 수출 규제 관련 조치가 7월1일 이전 수준으로 조속히 회복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3년 반만에 재개된 한일 간 수출규제 정책 대화를 언급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한일 두 정상의 인식은 평행선을 달렸다. 문 대통령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강조하고 한일청구권협정을 부정한 적이 없으며 피해자 치유 중심의 해결방안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재확인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서 두 정상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확인했지만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는 공감대를 이뤘다"며 "특히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정상 간 만남이 자주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두 정상 간에 보고 혹은 언론 보도를 통한 내용 이외에 직접 서로의 육성을 통해서 각국의 입장에 대해,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을 설명 듣는 그런 자리였다"며 "이런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한 데 대해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中 반발 의식?…'인도·태평양 전략' 日 구상으로 소개도 문 대통령이 중러가 제출한 안보리 대북 제재완화 결의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중국과의 밀착하게 됐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중국과의 패권을 다투고 있는 미국이 불편해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시 주석과 '주파수'를 맞추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논란거리 중 하나인 홍콩 시위와 신장자치구 위구르족 문제에 대해 눈을 감은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내정문제라는 점을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언급을 잘 들었다는 취지로 답을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중일 3국 정책간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도·태평양 전략까지 일본의 구상으로 소개한 것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7차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일본의 인도·태평양 구상, 한국의 신북방·신남방 정책은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고 마음과 마음을 이어 모두의 평화와 번영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태평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지역을 무역투자와 해양안보 벨트로 묶어 새로운 협력을 추진하자는 외교전략이다. 아베 총리가 2016년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처음 언급했다. 이후 미국이 대중(對中) 견제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용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대표적인 동아시아 정책으로 자리매김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외교적 민감성을 고려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동참에 요구에 전략적 모호성을 띄어왔다. 하지만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이라는 역내 협력 원칙에 따라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조화로운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일본의 구상이라고 언급한 데에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한미 간의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