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밀레니얼이 온다]②2000년생 사회로…'권위·상명하복' 안통한다
유튜브와 워라밸로 무장한 'Z세대' 대거 등장집단보다는 '나'...'헌신하면 헌신짝된다' 생각인구 비중 20% 넘어 "상명하복 문화 바꿔야"전문가 "개인 특성 맞추고 기성세대 재교육"
밀레니얼 세대로 꼽히는 2000년대생의 조직관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Z세대 직장인 Z제네커 트렌드와 성과 방식 보고서 중 발췌) 2000년대생은 밀레니얼 세대의 다음인 'Z세대'로 불린다. Z세대는 연구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1990년대 중반~2001년 이후 태어난 이들부터 시작된다. 2001년 이후로 범위를 정해보면 Z세대가 오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사회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유튜브, 모바일 등 디지털 콘텐츠와 기기로 무장한 개인주의 성향과 '고용 없는 성장'에 따른 변화된 노동관으로 인해 기존의 조직과는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년을 맞아 뉴시스가 인터뷰한 8명의 전문가들은 집단적 가치보다는 개인 만족도를 우선시하는 이들 세대의 특성에 맞춰 기존 조직문화에 일대 변화를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온라인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해온 이들은 고도로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를 받아왔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 저자)는 "디지털 네이티브란 뜻은 개인이 (선택할) 권력을 갖는다는 의미"라며 "Z세대는 그 직전 출생자와 비교해서도 본격적인 디지털 세대이다. 세분화된 취향이 존중되며 개인의 결정권과 선택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세대"라고 말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은 SNS나 뉴미디어를 통한 관계 맺기에 익숙하기 때문에 과거 끈끈한 결속을 바탕으로 했던 공동체 자리를 개인 취향에 따른 '퍼스널 커뮤니티(Personal Community)'로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구적 특성도 있다. Z세대는 형제 자매 없이 혼자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0년대생의 가장 큰 변화는 '소자화(少子化)', 즉 형제가 없다는 점"이라며 "기존의 가족 구성원이 많던 세대와 달리 조직문화에 둔감하고 개별적인 행동이나 사고를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단기 계약직이 많아지고 이직이 활발해지는 등 노동환경의 변화로 인해 '회사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더해진다. 장 교수는 "'이 회사에 30년 다니면서 승진해 높은 자리로 가겠다'는 무형의 보상이 사라지며 장기 헌신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이 세대에서는 꼭 해야 하는 만큼만 일하는 게 합리적인 행동으로 인식된다"고 언급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 즉 일과 삶의 균형을 요구하는 성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여가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고민이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모든 세심한 부분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욕구와 맞물려 워라밸에 대한 인식 수준도 높아지는 게 기존 조직과의 상충 지점"이라며 "이에 맞춰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들 세대 비중이 상당한 만큼 기성세대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6월 발표한 'Z세대 직장인 Z제네커 트렌드와 성과 방식'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 수 대비 Z세대는 21.7%에 달한다. 밀레니얼 세대(22.2%)와 합치면 43.9%에 달해 기존 세대를 합친 비중 31.5%를 초과한다. 전문가들은 전통이나 권위를 내세우던 기존의 상명하복 조직 문화 방식은 이들을 흡수시킬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식을 수준 높게 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일단 이들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굉장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나이든 세대들이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우월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Z세대의 특성에 맞춰 개인을 중시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재구성하고 기성세대의 재교육도 병행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형 교수는 "조직의 성과가 개인의 발전과 성장으로 직결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선배세대처럼 조직을 앞세워 충성심으로 일을 시키는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채용 시점부터 시험 잘 보는 사람을 대거로 뽑아 조직에 뿌리는 방식이 아닌 굉장히 특정한 업무에 필요한, 아주 특정한 사람을 잘 선발해야 한다"며 "또한 조직과 개인을 연결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제공하고 스스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은희 교수는 "산업 현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베이비붐이나 X세대가 권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재교육이 활발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를 위해선 기성세대의 이해 노력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성 세대가 Z세대를 이해하려는 자세나 태도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며 "어쨌든 윗 세대는 아랫 세대가 살아온 시대도 다 살아봤지만 아랫 세대는 윗 세대가 살아온 시절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정근식 교수는 "개인의 의사가 존중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할 수 있는 세대"라며 "청년세대에도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발언의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