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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한 밀레니얼이 온다]④크라우드 펀딩으로 꿈 펼친다

등록 2020-01-02 06:00:00   최종수정 2020-01-13 09: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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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림킴. (사진 = 유니버설뮤직 제공) 2019.1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남정현 기자 = '팝업스토어'와 함께 밀레니얼 세대의 주요 문화소비 행태 중 하나는 '크라우드 펀딩'이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불특정 대중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가리킨다.

대중음악계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일찌감치 활성화돼왔다. 시장이 좁은 메탈 밴드, 일부 인디 아이돌 등이 이 방식을 도입했다. 일부 가수는 마케팅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도입하기도 했다.

◇크라우드 펀딩:소통 창구

올해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가수 중 가장 눈길을 끈 뮤지션은 림 킴(LIM KIM)이다. 림킴은 이 크라우드 펀딩을 독립 앨범을 제작하기 위한 비용을 모으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팬들과 직접적 소통 창구로 만들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지난 10월15일 발매한 첫 EP '제너레아시안(GENERASIAN)'은 여러 모로 특기할 만한다. K팝 아이돌을 중심으로 획일화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출구가 아닌 돌파구로 이 펀딩을 택했다. 수동적 창작시스템이 지배하는 가요계 전반의 구조적인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안고 선택한 대안이다.

림킴이라는 이름은 많은 대중에게 아직 낯설다. 하지만 2011년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슈퍼스타 K' 시즌 3에 출연한 혼성듀오 '투개월'의 김예림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림킴은 긴 공백 끝에 지난 5월 싱글 '살기(SAL-KI)'를 공개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던 예전과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주목 받았다. 이후 텀블벅을 통해 앨범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동양' 그리고 '여성'이라는 주제를 내세웠고, 일렉트로닉, 굿판 등 동서양의 요소를 접목시켰다. 무엇보다 대중적인 앨범은 아니었음에도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2000명에 가까운 후원자로부터 9000만원이상을 모금, 이번 EP를 발매하게 됐다. 처음 목표한 금액 5000만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EP 발매에 앞서 지난해 9월6일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들을 위해 홍대에서 연 프라이빗 음감회에 모인 이들 중 림킴의 김예림 시절 팬은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90%는 신규 팬이었는데 앨범이 지향하는 메시지에 공감한 이들이었다. 10~20대 여성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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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투니버스 TV 만화 '달빛 천사' 포스터 (사진=CJ ENM 제공) 2019.12.11. [email protected]
림킴은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게 된 계기에 대해 "현실적으로 음반을 제작하는 데에 필요한 예산을 모으기 위함도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크라우드 펀딩이 가지고 있는 특성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되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펀딩이 만약 성공한다면 음악 업계의 일반적인 상식으로 안될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증명하고 싶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예상보다 큰 금액이 모여서 기대 이상의 결과였는데 그만큼 나와 나의 메시지에 힘을 실어주시는 것 같아 기뻤다"고 덧붙였다.

림킴과 작업을 주도한 유니버설뮤직 인터내셔널 A&R(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 담당자 박서회 씨는 림킴의 팬 층에 대해 "사회문화적으로 진보적인 층이 많았고 패션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상당수였다"고 귀띔했다.

 올해 인기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삽입곡을 15년 만에 부활시키기 위해 진행한 크라우드 펀딩도 업계에서 크게 회자됐다. '달빛천사 15주년 기념 국내 정식 OST 발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는데, 크라우드 펀딩 사상 최고액인 26억원이 모였다.

'달빛천사'는 가수를 꿈꾸는 소녀의 성공 이야기를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2004년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를 통해 국내에 방영되며 19900년대생들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성우 이용신이 '달빛천사'의 주인공 '루나'(풀문)를 맡아 목소리 연기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OST도 큰 인기를 누렸으나 그간 저작권 등의 문제로 국내에 정식으로 음원을 선보이지 못했다. 지금까지 '달천이'(달빛천사 팬 애칭)들은 15년 전 TV 화면에서 추출된 영상으로 음악을 들어야만 했다.

그러다 올해 이용신이 이화여대 축제 무대에 서며 '달빛천사' OST 국내 정식 발매에 탄력이 붙었다. 펀딩에 투자한 대중 중 일부가 자신들의 의도와 다르게 일부 금액이 사용됐다며 환불 요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이 주도를 했다는 점에서 역시 문화와 팬의 소통창구로 볼 수 있다.

공연계에서도 최근 눈에 띄는 크라우드 펀딩이 있었다. 뮤지컬스타 박은태와 정선아가 내년 4월 4, 5일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여는 '2020 할리우드 필름 콘서트'는 와디즈크라우드펀딩 시작 하루만에(12월13일기준) 1억원을 돌파했다. 티켓이 보상으로 주어지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공연 마니아들의 참여 비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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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2019.12.23 [email protected]
◇크라우드 펀딩:일반 대중도 색다른 투자 경험

영화계도 크라우드펀딩 움직임이 분주하다. 영화계는 이 새로운 펀딩 방식을 새로운 자금 조달과 마케팅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일반 대중 투자자는 색다른 투자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17일 전도연·정우성 주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설경구·이선균 주연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 영화 2편에 동시 투자할 수 있는 펀딩 프로젝트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공개됐다. 두 영화 모두 촬영이 완료됐고, 2020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 펀딩은 크레디커 주식회사가 '한국영화온라인펀딩2호'라는 이름으로 진행한다.

이번 '한국영화 2호' 프로젝트는 영화 2편 각각의 개별 영화 흥행 결과에 따른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분산 투자 방식으로 진행한다. 2편 영화 합산 관객수에 따라 정산과 수익률이 결정되며, 보다 자세한 관객수별 예상 손익표는 펀딩 페이지를 통해 곧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크레디커 주식회사는 7월 영화 3편('82년생 김지영', '천문', '사자')을 묶어 한국 영화 최초로 포트폴리오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해 한국 영화 펀딩 최초로 1000명이 넘는 투자자와 7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크레디커 윤성욱 대표는 "누구나 좋아하는 영화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투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한 영화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순한 선택이 아닌 상품의 생애주기에 직접 참여하는 소비 트렌드의 확산과 더불어 핵심 고객층(팬슈머)의 온라인·모바일상에서 상품·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사회적 현상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에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영화들 위주로 크라우드 환경에서 자금을 조달했다면, 앞으로 상업 영화시장에서도 크라우드의 좋은 사례가 나타나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적합한 플랫폼 '크라우드 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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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여덟 갈피. (사진 = 장경진 칼럼니스트 제공) 2019.12.31 [email protected]
국내 최대 규모의 후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텀블벅의 염재승(33)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이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할 법하다"고 짚었다.

본인 역시 밀레니얼 세대에 속하는 염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디지털과 소셜 미디어에 익숙한 동시에 자신의 브랜드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또 자기 팬덤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며 이렇게 판단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팬 베이스를 통해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에 익숙한데, 크라우드 펀딩이 그 발판이 돼 준다는 것이다.

염 대표는 "예전에는 대기업 규모가 돼야 할 수 있는 큰 프로젝트를 이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작은 단위의 팀들도 멋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자기 꿈을 펼치는 통로가 되고 있다"고 봤다.
 
지난해 6월 텀블벅을 통해 공연전문 월간 '여덟 갈피'를 창간한 장경진 공연칼럼니스트는 크라우드 펀딩이 활발해지는 이유에 관해 "올드매체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것 같다. 그러다보니까 스스로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니즈가 있고 그게 소액 후원이라는 플랫폼과 결합되면서 활발해 진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장 칼럼니스트는 "제작자 입장에서 미리 수요를 계산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작업에 대해 좀 더 직관적이고 안정적인 진행이 가능하다"면서 "구체적인 돈이 오고가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피드백도 명확하다. 창작자가 피드백을 직접적으로 받는 건 드문데 개인적으로는 유료소비자가 눈으로 보여서 좋았다"고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꼭 대가를 얻기보다 프로젝트를 응원하는 마음에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후원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 장 칼럼니스트는 "그 마음을 알아서 제작할 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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